태그 : 일본소설
2009/07/01   참을 수 없는 월요일. [2]
2006/08/28   레벌루션 NO3. (REVOLUTION NO3) [12]
참을 수 없는 월요일.


"세상에 가끔씩해서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으니까."

"그런 그렇죠. 세상에는 이렇게 하면 편할 텐데, 저렇게 하면 편할텐데,
이렇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쉬운 방법 따위는 실은 없더라고요."

"그럼, 실은 없지."

"그래그래, 실은 없지."

..



야야가 회사를 그만두고 도쿄를 떠난다.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 내 눈앞에서 구체적으로
일어나게 되니 인생은 항상 변화한다는 진실에 직면해버렸다.
좋든 싫든 모든 일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흘러가는 것이다.
(중략)
앞으로 인생에서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환경이 변하지 않더라도
내 자신이 변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본문 中


'참을 수 없는 월요일'
표제는 휴일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마지못해 다니는 직장인들의 '월요병'을 대변하는것 같다.
아무런 희망없이 월급날만 기다리고 다니는 직장인들을 '좀비'로 표현한 대목을 읽을땐
나도 모르게 작은 한숨마져 나오기까지 한다.

직장생활을 하는 독자가 이 책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 빨려들 듯이 자기얘기를 대변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것이다. 대화체들은 우리가 늘상 직원들과 뒷담화로 얘기하던 그 말들이고
보이는 것은 매일 마주치는 일상들이기 때문이다.
즉 이 소설은 말그대로 소설에만 존재하는 얘기가 아닌 직장을 다니고 있는 사람들의 현실인 셈이다.

주인공 '네네'는 낙하산인사로 출판사 경리부에 들어가 일하고 있다.
'네네'가 일하는 경리부는 어떤 부서인가.

주구장창 지겹도록 반복되는 업무를 질리다고 물리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고,
항상 똑같은 정확함으로 끊임없이 계산기를 두드려야 하고,
타부서에서 대충 넘어온(?) 증빙을 철저히 따져가며 맞추는 부서다.

그렇다고 이 책의 소재가 경리부서의 얘기를 다룬 것은 아니다.
단지, 경리과 직원이 주인공일뿐. 그녀의 시각에서 바라본 직장인들의 모습들..
소속되어 있는 조직내에서 외부의 삶과는 상관없이 매월 꼬박꼬박 들어오는 급여의 사용관리에만
사는 직장인들에게 살아있는 인간으로 사는 방법이 뭔지를 깨닫게 해 준다고나 할까.

하지만 최소한 주인공 '네네'는 존재하고 있는 경리부서를 사랑하고 낙하산 인사라는 '컴플렉스'를
이겨내려 정당한 증빙이 아닐경우 타부서 직책을 무시하고 당당하게 요구하는 원칙주의 여자다.

게다가 놀랄만한 취미가 있는데, 본인은 '오타쿠'라고 비하하는 취미라지만
150분의 1 크기로 만드는 주택 모형, 처음에는 돌하우스 만들기에서 N게이지 디오라마 건물
만들기로 발전했다가 '시마'상사의 자극있는 삶을 본 뒤로는 '회사모형' 만드는 것으로 전환한
손재주가 뛰어난 여자다.(세상에! 150분의 1크기로 만드는 모형이라니! 정말 특별하지 않는가!)

자신이 다니고 있는 회사를 모형으로 만들려고 결심한 이후로는 그렇게 지겹게 느껴졌던 회사생활이
달리 보이기 시작한다. 즉, '가슴떨리는' 세상으로 변한 것이다.
네네가 자신의 회사모형을 완성하려면 최소 10년은 걸릴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녀가 10년을 다닐 수 있을까? 그것은 그녀 자신도 장담 못한다.
단지, 네네가 회사모형을 만들기로 하면서부터 회사의 사무실 하나하나는 관심거리로 변헸다는 점이다.
네네가 만들고 있는 모형회사는 매일 숨쉬고 있는 우주와도 같은 것이다.

일상을 채우고 있는 직장인들이기에 회사는 과연 어떤 존재일까.
밤샘작업해서 올린 자신의 기안은 상사가 가로채고, 탱자탱자 노는 임원들은 자신의 몇 갑절 급여를 받아가고,
톱니바퀴 물리듯 자신은 그져 조직의 흐름 속에 뭍혀 있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한다면
회사의 조직내에 사원은 아무일도 할 수 없는 존재로 느껴질지 모른다.
이 책은 회사에 몇년을 다니고 있지만 그 의미를 당췌(^^;) 모르겠다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공감하면서
스스로 느끼게 만드는 책이라 생각이 들었다.
이왕 다닐바에는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자부심을 가지며 다니면 좋지 않겠나 싶다.

이 책에서 난 '가슴떨리는 세상'이란 글귀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나도 얼마동안 다닐지 모르겠지만 남은 직장생활을 가슴 떨리게 마감해야 할터인데..






by 김정수 | 2009/07/01 16:44 | 책읽는 방(국외) | 트랙백 | 덧글(2)
레벌루션 NO3. (REVOLUTION NO3)


"남자가 마을에서 맞는 70번째 일요일, 두 다리를 잃은 남자는 다시 광장에 모습을 나타냈어.
그리고 의자에 앉은 채 두 팔과 두 손과 양 손가락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면서 춤을 추기 시작했지.

그 춤이 다시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어, 이번에는 왕의 부하가 두 팔을 싹뚝 잘라버리고 말았어.
그런데도 130번째 일요일, 남자는 목을 교묘하게 움직이면서 목으로 춤을 춘거야.

그리고 끝내 왕의 부하가 남자의 목까지 쳐버리고 말았는데, 땅으로 구르는 남자의
목을 본 마을 사람들, 놀라서 비명을 질렀지.

남자가 리듬을 바꿔가면서 눈꺼풀을 감았다 떴다 눈으로 춤을 췄던 거야.
하지만 그 춤은 오래 가지 못했지. 그리고 남자는 두 눈으로 피눈물을 흘리면서 죽어갔어.
남자의 육체는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렸지만, 남자의 춤은 마을 사람들의 입과 입을 통해
그 후에도 오래오래 이어져 내려갔대."

..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춤추는 거야."


-<레벌루션 NO.3 - 이교도들의 춤> 마지막 본문 中.




이 소설은 일본의 삼류 남자고등학교 47명의 학생들로 결성된 '더 좀비스(The Zombies)'들이라는
아이들의 모험담을 엮어 한 권의 소설로 탄생한 책이다.
저자인 제일동포 3세인 '가네시로 가즈키'는 (GO)라는 자전적 성장 소설로 <나오키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실력있는 작가기도 하다.
스스로 '좀비스'로 일컫는 그들은 '살아 있는 시체'라는 주위의 자폐적인 비아냥들을 우수개로 삼키고
'죽여도 죽을 것 같지 않는' 질긴 의지력을 보이기도 한 단체기도 하다.

단순한 '더 좀비스' 멤버들은 공부를 못해 머리가 나쁘고 말보다는 행동으로 표현하는 아이들이지만
공부만 하는 동년배들보다 훨씬 영리하고 성숙하고 지혜로우며 의리가 있다.
대학진학과 우수집단의 취직이라는 일류그룹에 속하기 위해 공부만 하는 사람들에게서
보지 못했던 삶의 진지하고 정확한 판단이 그들에겐 있는 것이다.

그들이 바라고 바꿔보고 싶었던 '레벌루션'의 시작은 처음엔 생물선생인 '닥터 몰로'의
'우성인 유전자와 짯짓기'였지만 말이다. 풋.
그들의 아메바같은 단순함에 한참을 배아프게 웃었다.(그런데, 아메바가 '혁명'의 뜻을 갖고 있다니!)

그들에게 성(性)의 호기심의 진로를 틀어준 생물선생의 계기로 시작된 그들의 모험은
이 책이 끝날때까지 유쾌하게 진행되었고, 독자들로 하여금 '주먹파' 아이들도 순수하다는
것을 이해하게 만들었다고나 할까.
(읽으면서 마치 만화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질만큼 글자들이 만화로 형상화 되는 착각에 빠졌다^^)
유머가 주는 해학과 유쾌한 결론은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오히려 진지하게 만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은희경씨의 마이너 리그 '만수산 4인방'이 떠올랐다.
그들 역시 메이져 리그와는 전혀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하지만 만수상 4인방은 우리들 대다수의 모습이며 현실인 것은 또한 사실이다.

머리가 똑똑하고 집안이 빵빵해서 일류그룹에 속해 취직하고 대접받는 것 또한 훌륭하지만
그것이 삶에 모든 장점을 갖췄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진정으로 가치있고 의리있고 따뜻한 가슴으로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것.

그 것은 이 소설에서 극명하게 바닥으로 내려앉은 '더 좀비스'의 모습으로 비하시킨 아이들의
모험담에서 느끼는 유머러스한 진실이 정답이었음을 읽는 동안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다.


by 김정수 | 2006/08/28 20:56 | 책읽는 방(국외) | 트랙백(1)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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