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에세이
2009/11/26   가볍게 스케치 하듯 그려낸 하루키의 여행 에세이. [4]
2009/10/25   나는 오직 글쓰고 책읽는 동안만 행복했다. [7]
2009/10/16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가볍게 스케치 하듯 그려낸 하루키의 여행 에세이.



그때 새삼스럽게 그리스 사람들이 인사하기를 매우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일본인이 예의를 갖추기를 좋아하고 애매한 미소 짓기를 즐기는 것처럼,
미국인이 악수와 소송하기를 좋아하는 것처럼,
프랑스인이 포도주와 하워드 혹스의 영화를 좋아하는 것처럼,
그리스 사람들은 인사하기를 좋아한다. 아침에 장을 보는 시간이나 저녁 무렵의
커피 마시는 시간에 길을 걷다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야말로 인사의 홍수이다.
(중략)
먼저 두 사람은 각각 맞은 편에서 걸어오는 상대방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리고는
'이쯤에서 됐을까' 싶은 거리를 가늠하여, 어느 쪽이 먼저랄 것도 없이
'카리 메라(잘 지냈어)'가 시작되며 빠른 말투로 일련의 대화를 주고받은 후,
가볍게 살짝 뒤돌아보는 느낌으로 '야 스'라고 말하며 헤어지는 것이다.
나는 도저히 흉내를 낼 수 없었다. 이쯤 되면 인사를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인사의 달인이라 해도 좋을 것 같다.

-그리스 '미코노스'에 머물렀을 때 에세이 中



이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1986년부터 3년동안 그리스와 로마, 이탈리아, 오스트리아등을
가볍게 상주하듯 여행하면서 있었던 정말 소소하게 부딪쳤던 일상들을 터치하듯
그려낸 에세지 집이다.
하루키가 먼 곳에서 북소리에 이끌려 여행을 했다는 서두로 이 에세이집은 시작되고 있다.
그 글귀를 읽는 순간 '아. 나도 떠나고 싶다'라는 울림이 부러움처럼 밀려왔다.

거창하게 여행지를 소개하는 책은 단체관광을 떠나는 일원이 된 듯해 뭔가 떨이로
밀려나는 기분이라 읽을 기분이 나지 않는데 이 책은 하루키가 겪었다는 신뢰감이
(그처럼 덤덤히 솔직한 사람도 없으니까) 기본에 깔려서 그런지 정말 편안하게 읽었다.
읽으면서 그와 함께하는 여행지와 사람들의 인심은 글이지만 표정과 풍경이 살아 숨쉬었다.
인용한 본문 '미코노스' 글을 읽을땐 너무 웃겨서 콧물까지 새어 나왔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성실한 소설가다. 먼 북소리에 이끌려 여행을 시작했다고
충동적인 서두로 시작하고는 있지만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의뢰받은 원고들과 번역들은
일찌감치 출판사에 맘 편히 보내줬고, 금번 여행에서도 자신의 소설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
주된 목적인 셈이었다. 그는 소설을 쓰지 않을 때는 꾸준히 번역을 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그러니까 꼬박 하루종일 원고를 쓰거나 번역하지 않으면 달린다.

책을 쓸때는 특히 자신의 글을 쓸때는 '죽음'을 염두에 두고 쓴다.
완성때까지 죽지 않기를 원한다. 정말 특이한 작가다.
죽음의 이미지를 실시간 긴장하며 쓴다고 고백하는 대목을 읽을 때는 묘한 기분에 휩싸여서
'난 죽음을 생각하며 살지 않아 미안해'라는 생각마져 들었다.
흠. 이 에세이집을 읽으면서 그가 더 좋아졌다.
삶을 바라보는 진지한 자세는 '죽음'을 생각하는 순간 달리 보이는 법이다.

아무튼 즐겁게 읽을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여행은 거창한게 아니야. 여행가서도 난 일을 했다고.. 관광이 아니었어.. 라고 말하는 그의 에세이집이다.
여행은 비수기에 떠나는게 좋을 거라고 확실한 결심이 서게 되는 계기도 되었고.

그리고 또하나, 이 에세이집에서는 그의 대표작의 탄생된 경위를 찾게 되는 소득이 있다.
그러니까 비하인드 스토리가 숨어있는데 아주 즐거운 경험이었다.
아! 그리고..여행은 거창한 준비가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도.^^




by 김정수 | 2009/11/26 22:13 | 책읽는 방(국외) | 트랙백 | 덧글(4)
나는 오직 글쓰고 책읽는 동안만 행복했다.

좌로부터 신경숙, 정호승, 성석제씨



소설이 다루는 삶은 우리가 실용서나 자기계발서에서는 결코 배울 수 없는
삶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뭔가 배우려고 소설을 읽는 사람이 많지는 않겠지만,
좋은 소설은 우리에게 삶을 가르쳐 준다.

-은희경 만남 中


행복은 개인적인 것이죠. 남이 알아주든 말든 자신만의 것입니다. 하지만 재미있다는 것은
서로 이야기를 나눠야 하기 때문에 훨씬 복잡한 감정이지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것은 증폭되는 힘이 있어요.
나의 경우에는 소설이란 대화의 한 방식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성석제 만남 中

사랑은 근본적으로 모성의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조건적인 그 무엇 말입니다.
사람들이 사랑 때문에 고통받는다고 느끼는 건, 조건이 많아서 그런 겁니다.
조건이 없는 상태, 어미가 아이에게 모유를 먹이는 심경, 그런 게 사랑입니다.

정호승 만남 中



<나는 오직 글쓰고 책읽는 동안만 행복했다> 책을 들고 한참이나 표제에 대한 생각으로
책장을 넘기지 못했다. 참, 책 제목을 잘 지었구나. . 하면서.
현재 나의 삶 속에서 가장 자유롭게 얻을 자유는 오로지 '독서'밖에 없는 형편이라서 였을까..
얻을 수 없는 행복을 탐내면 삶 자체가 힘겹고 고통스럽기 때문에 얻을 수 없는 것에
나는 일찌감치 포기를 하는 편한 성격이다. 그러기에 만족스럽게 책 표지를 스윽 문질러 보며
책장을 넘겼다. 그리고 표제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당연 궁금증이 첫번째 일어났다.

읽다보니 표제는 윤대녕씨의 불우한 삶 속에서 건진 멋진 말이었다.
그다운 솔직한 말이다.
그렇다.
이 에세이집은 원제훈 시인이 현재 내노라하는 한국문학의 선두주자인 시인과 소설가들을
만난 이야기들을 담은 책이다. 그들에게 행복이란, 사랑이란 뭡니까? 편안한 좌석에서
술과 차와 함께 풀어낸 자연스런 대담집이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분들이 상당수 들어있다. 와우!

책 속에는 독자들이 그동안 궁금해했던 문학상 수상을 타기까지 그들의 과정, 유년시절들이
직접 본인의 입에서 나온 솔직한 이야기들로 읽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작품을 통해 우리는 작가의 심정과 성격과 내면의 슬픔과 기쁨을 경험하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작품 발표후 과정을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드물기에 이 책의 소장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인터뷰어가 시인이라설까?
작가를 이해하는 폭이 깊고 안정적이다.




by 김정수 | 2009/10/25 15:15 | 책읽는 방(국내) | 트랙백 | 덧글(7)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행복할 때 무지한 것은 아마도 그저 정상적인 일일 것이다.
자동차가 잘 움직이고 있는데 그 복잡한 내부 기능에 대해서 배워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사랑하는 사람이 헌신을 맹세했는데 인간이 왜 배신하는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볼 까닭이 있는가?
우리가 항상 존중을 받는다면 무엇 때문에 사회생활에서의 굴욕감에 대해 탐구하겠는가?
오직 고뇌에 빠졌을 때만 우리는 괴로운 진리를 직시하려는 푸르스트적인 동기를 가지게 되고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들처럼 이불 밑에서 탄식하게 되는 것이다.




본문 中


프루스트는 병약하여(9세부터 불치병인 천식 발작으로 고생을 했다고 한다)평생을 고통받으며 살았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그 고통을 섬세한 감수성과 분석적 경향력이 강한 성격으로 변모하는 계기가 된 듯 하다.
병약했지만 삶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내림으로써 20세기 최고의 대작'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출간하기에 이른다. 아직 읽어 보지는 못했지만는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라는 이 책 속에서 만나는
프루스트의 성격와 사고가 얼마나 치밀하고 논리적인지 짐작코도 남는다.
게다가 그를 철저히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분석하기 좋아하는 알랭드 보통 상식과 판단이
책을 읽고나니 더욱 빛을 내고 있다.

사실 프루스트는 서민적인 샤르댕이나 렘브란트를 좋아했지만 그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한다.
왜냐하면, 프루스트 자신은 오히려 겉치례를 좋아하는 취향이 있었고 수많은 파티에 참석했으며
언제나 비싼 리츠 호텔에 갔었으니까..(친구들과 사치스런 파티에 조각된 유리잔에 샴페인을 마셨으며
계산서에 200퍼센트 봉사료를 지불했다고 한다) 또한 친구를 위한 애정의 표시인 비용은 아무리 비싸도
아낌없이 지불했다.

프루스트의 문학적 재능은 부유한 집안인 환경적 요소와 어려서부터 병약한 신체에서 온 고통이
오히려 문학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으로 자리매김 한것은 아닐까 생각되어 지기도 한다.
그것은 '보통'이 친절해 해석해 준 '고통에 빠지고 희망했던 대로 이루어 지지 않았을 때야말로 희망을
갈구한다'라는 이론과 적중하기 때문인데, '보통'이 인용한 본문에도 그 해석이 이해된다.


물론 고통 없이도 우리의 정신을 사용할 수 있지만, 프루스트가 제시한 것은 고통스러울 때에만
철저한 탐구심이 생길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앓는다. 고로 생각한다. 그리고 고통을 더 큰
맥락 속에 위치시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우리는 생각한다. 생각은 고통의 기원을 이해하고,
그것의 여러 특성들을 포착하고, 그 존재를 체념하고 인정하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즉, '우리는 앓는다. 고로 생각한다' 로 데카르트가 무색할 정도로 '보통'에 의해 해석되는 것이다.
프루스트가 살았던 동시대에는 그의 사고방식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보통'에 의해
하나하나 열거되는데 그것은 '프루스트식'사고방식으로 통할 정도로 굉장한 문학적 쎈세이션을 일으켰다고 한다.
마치 그가 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은 후에는 작가들이 책을 쓸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하니..


일상의 눈을 제대로 떠서 사물을 보는 방법이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는 방법, 행복한 사랑을 하는 법 등,
(총 아홉가지 자세한 프루스트식 삶의 방식이 이 책에는 담겨있다)
책 속에서 푸르스트식 사고로 읽다보니 마치 찬양하는 '보통'역시 그렇지 않은가 싶기도 해서
미소가 지어진다. 책장을 덮고나니 독서를 하는 이유가 분명해 진다.

스스로 무엇을 느끼는지 알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점이다.







by 김정수 | 2009/10/16 22:05 | 엄마 베스트셀러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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