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시
2009/11/27   오래된 가을.. [2]
2009/10/15   아내와 나 사이
2009/08/20   민들레를 사랑하는 법.
오래된 가을..


오래된 가을

- 천양희



돌아오지 않기 위해 혼자
떠나 본 적이 있는가

새벽 강에 나가 홀로
울어 본 적이 있는가

늦은 것이 있다고
후회해 본 적이 있는가

한 잎 낙엽같이
버림받은 기분에 젖은 적이 있는가

바람 속에 오래
서 있어 본 적이 있는가

한사람을 나보다
더 사랑한 적이 있는가

증오보다 사랑이
조금 더 아프다고 말한 적이 있는가

이런 날이 있는가

가을은 눈으로 보지 않고
마음으로 보는 것

보라
추억을 통해 우리는 지나간다



..

겨울 외투가 어딨더라.. 잠시 옷장문을 열지 않고 고민하다가..
아! 가을이 어느새 왔다 갔구나.. 한다.
시간이란 이렇게 매순간 집중하지 않으면 은근슬쩍 우리 곁을 지나간다.

그러고보니 베란다에 잎사귀가 모조리 떨어진 앙상한 벤자민 나무가 내 맘을 증명이라도 하듯 서있다.
벌써 한 해가 다 갔구나.
난 가을이 지나고 나서야 한 해가 지났다며 깜짝 놀라듯 그제서야 느끼는 한심한 아줌마다.







by 김정수 | 2009/11/27 21:05 | 엄마가 읽는 시 | 트랙백 | 덧글(2)
아내와 나 사이


아내와 나 사이


-이생진



아내는 76이고
나는 80입니다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지만 속으로 다투기도 많이 다툰 사이입니다
요즘은 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

나는 창문을 열러 갔다가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
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서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누구 기억이 일찍 돌아오나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억은 서서히 우리 둘을 떠나고
마지막에는 내가 그의 남편인 줄 모르고
그가 내 아내인 줄 모르는 날도 올 것입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가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

그것을 무어라고 하겠습니까

인생?

철학?

종교?

우린 너무 먼 데서 살았습니다



by 김정수 | 2009/10/15 08:13 | 엄마가 읽는 시 | 트랙백 | 덧글(0)
민들레를 사랑하는 법.



어떤 사람이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다.
그는 흙을 가져다 붓고 자신이 좋아하는 온갖 아름다운 씨앗을 심었다.

그런데 얼마 후 정원에는 그가 좋아하는 꽃들만이 아니라
수많은 민들레가 피어났다.

민들레는 아무리 뽑아도 어디선가 씨앗이 날아와 또 피어났다.

민들레를 없애기 위해 모든 방법을 써 봤지만
그는 결국 성공할 수 없었다.
노란 민들레는 다시 또다시 피어났다.

마침내 그는 정원 가꾸기 협회에 전화를 걸어 물었다.
어떻게 하면 내 정원에서 민들레를 없앨 수 있을까요.
정원 가꾸기 협회에서는 그에게
민들레를 제거하는 몇 가지 방법을 알려 주었다.

하지만 그 방법들은 이미 그가 다 시도해 본 것들이었다.
그러자 정원 가꾸기 협회에서는
그에게 마지막 한 가지 방법을 일러 주었다.

그것은 이것이었다.

'그렇다면 민들레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세요.'




-민들레를 사랑하는 법 (시집 입구의 글)



..




자연에 대한 잠언 시들로 가득 찬 이 오래된 시집의 입구에 있는 이 시는
책의 표제로도 사용되고 있는데,
자연에 대한 인정과 존재감을 이해하고 살아가야
행복할 수 있다는 진리를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고 있다.

한 그루의 나무, 한 포기의 꽃들도 똑같이 인간처럼 귀중한 생명이다.
무엇하나 귀하지 않은 것이 없다.


by 김정수 | 2009/08/20 08:20 | 엄마가 읽는 시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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