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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고 하찮은 것이.

아주 작고 하찮은 것이 -안도현아주 작고 하찮은 것이내 몸에 들어올 때가 있네도꼬마리의 까실까실한 씨앗이라든가내 겨드랑이에 슬쩍 닿는 민석이의 손가락이라든가잊을 만하면 한 번씩 찻아와서 나를 갈아엎는치통이라든가귀틀집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라든가수업 끝난 오후의 자장면 냄새 같은 거내 몸에 들어와서 아주 작고 하찮은 것이마구 양푼 같은 내 가슴...

아내의 브래지어.

아내의 브래지어 -박영희누구나 한번쯤은 브래지어 훜 풀어보았겠지 그래, 사랑을 해본 놈이라면 풀었던 훜 채워도 봤겠지하지만 그녀의 브래지어 빨아본 사람 몇이나 될까, 나 오늘 아침에 아내의 브래지어 빨면서 이런 생각해 보았다한 남자만을 위해 처지는 가슴 일으켜 세우고자 애썼을 아내 생각하자니 왈칵,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산다는 것은 이런 것일까 남자도 때...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흔들리지 않고 피는꽃이 어디 있으랴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젖지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다 젖으며 피었나니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흔들리지 않...

그놈의 커다란 가방 때문에.

그놈의 커다란 가방 때문에 - 성미정남편은 내가 끌고 다니는 커다란 가방 안에무엇이 들어 있나 궁금해서 결혼했고나는 남편이 내가 지고 다니는 커다란 가방을받아주는구나 착각해서 결혼했고결혼하고 나서도 나는 여전히 좀 더커다란 가방만을 원했고남편은 내가 온갖 잡동사니 쑤셔 넣고 다닐까더 커다란 가방을 못 사게 하고툭하면 좀 더 커다란 가방 때문에 다투면서도...

2008. 소월문학상 수상작 / 크나큰 잠

크나큰 잠 - 정끝별 한 자리 본 것처럼 깜빡 한 여기를 놓으며 신호등에 선 목이 꽃대궁처럼 꺾일 때 사르르 눈꺼풀이 읽던 행간을 다시 읽을 때 봄을 놓고 가을을 놓고 저녁마저 놓은 채 갓 구운 빵의 벼랑으로 뛰어들곤 해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사과 냄새 따스한 소파의 속살 혹은 호밀빵의 향기 출구처럼 다른 계절과 다른 바람과 노래 매일 아침 길에서 ...

봄비.

봄비가슴 밑으로 흘려보낸 눈물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모습은 이뻐라 순하고 따스한 황토 벌판에 봄비 내리는 모습은 이뻐라 언 강물 풀리는 소리를 내며 버드나무 가지에 물안개를 만들고 보리밭 잎사귀에 입맞춤하면서 산천초목 호명하는 봄비는 이뻐라 거친 마음 적시는 봄비는 이뻐라 실개천 부풀리는 봄비는 이뻐라 - 고정희 '봄비' 中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

보도블록 틈에 핀 씀바귀꽃 한 포기가 나를 멈추게 한다 어쩌다 서울 하늘을 선회하는 제비 한두 마리가 나를 멈추게 한다육교 아래 봄볕에 탄 까만 얼굴로 도라지를 다듬는 할머니의 옆모습이 나를 멈추게 한다굽은 허리로 실업자 아들을 배웅하다 돌아서는 어머니의 뒷모습은 나를 멈추게 한다나는 언제나 나를 멈추게 한 힘으로 다시 걷는다- 반칠환, '나를 멈추게 ...

비바람 지난 후에 피는 꽃.

비바람 지난 후에 피는 꽃봄도 반 넘어 깊은 산방에내 홀로 잠을 깨어 누웠나니배개 위에는 듣는비바람 소리는뒤안 꽃숲을 다 흔들어 놓는다.꽃이 피면 왜 이리비바람은 많은가-신석초 시인의 시 '풍우(風雨)

내일은 없다.

내일은 없다-윤동주내일 내일 하기에 물었더니밤을 자고 동틀 때내일이라고새날을 찾던 나는잠을 자고 돌보니그 때는 내일이 아니라오늘이더라무리여!(동무여!)내일은 없나니

늙은 거미.

늙은 거미   -박 제 영   늙은 거미를 본 적이 있나 당신, 늙은 거문개똥거미가 마른 항문으로 거미줄을 뽑아내는 것을 본 적이 있나 당신, 늙은 암컷 거문개똥거미가 제 마지막 거미줄 위에 맺힌 이슬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나 당신, 죽은 할머니가 그러셨지. 아가, 거미는 제 뱃속의 내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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