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공지영
2009/10/20   광란의 도가니. [4]
2009/06/29   상처받는 건 살아 있다는 징표. [6]
2008/10/01   괜찮다, 다 괜찮다 / 공지영.지승호 [4]
광란의 도가니.


누군가 거짓말을 하면 세상이라는 호수에 검은 잉크가 떨어져내린 것처럼 그 주변이 물들어 버린다.
그것이 다시 본래의 맑음을 찾을 때까지 그 거짓말의 만 배쯤의 순결한 에너지가 필요한 것이다.
가진 자가 가진 것을 빼앗길까 두려워하는 에너지는
가지지 못한 자가 그것을 빼앗고 싶어하는 에너지의 두 배라고 한다.
가지자는 가진 것의 쾌락과 가지지 못한 것의 공포를 둘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진 자들이 가진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거짓말의 합창은 그러니까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포함하고
있어서 맑은 하늘에 천둥과 번개를 부를 정도로 힘을 충분히 가진 것이다.


본문 中



이 소설은 안개도시 '무진'에서 벌어진 한 '청각장애인학교-자애학원'에서 벌이진 실제 사건과
소송을 그리고 있다. 지적장애인인 아이들을 상대로 벌어진 성폭행, 성추행, 폭행(린치), 온갖 말로는
차마 읽기도 곤란한 쓰레기같은 이야기들이 학교라는 신성한 장소에서 그것도 교장, 교사, 기숙사교감
할 것없이 똘똘 뭉쳐 힘없는 아이들을 지속적으로 괴롭힌 이야기다.

그들은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정부자금을 뻔뻔히 자신의 주머니에 챙기면서 정작 아이들에게 돌아갈
몫은 신경도 안썼다.
뿐만 아니라 돌봐줄 곳 없다는 약점을 이용하여 발정난 '개'처럼 아이들을 상대로 성욕을 채우기에 급급했다.
솔직히 말해 그들은 가진자(돈과 권력)로써 손만 벌리면 얼마든지 돈으로 성을 살 수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힘없고 순수한 아이들을 폭행하고 성욕의 대상으로 일삼았다. 그것도 초등학교때부터 지속적으로..
여자, 남자를 구분없이 성적 노리개로 일삼는 글을 읽으면서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감출수가 없었다.
아이들은 외음부에 심한 파열과 손상으로 산부인과에서 치료가 힘들정도로 황폐화된 상태였다.
어떻게 인간의 탈을 쓰고(그들은 뻔뻔스럽게도 외관상으론 할렐루야를 외쳤다.)그럴 수 가 있는지
읽는 내내 흥분의 도가니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인간이 이렇게 타락할 수도 있구나..

맞다.
이 소설은 이 광란의 성적 도가니 속에서 휘둘리는 아이들의 처참한 현실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늘 그렇지만 정의는 외로운 것 같다. 진실과 정의는 당연히 이기기는 커녕 거짓말로 똘똘 뭉친 사람들에게
완패하기도 한다. 그런 처참한 내용이 공지영씨의 글로 표현된 내용을 옮겨본다.


진실이 가지는 유일한 단점은 그것이 몹시 게으르다는 것이다.
진실은 언제나 자신만이 진실이라는 교만 때문에 날것 그대로의 몸뚱이를 내놓고 어떤 치장도
설득도 하려 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진실은 가끔 생뚱맞고 대개 비논리적이며 자주 불편하다.
진실 아닌 것들이 부단히 노력하며 모순된 점을 가리고 분을 바르며 부지런을 떠는 동안
진실은 그저 누워서 감이 입에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세상 도처에서 진실이라는 것이 외면당하는 데도 실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면 있는 것이다.



소설 속 주인공인 기간제 교사, '강인호'의 마지막 행동에는 정말 유감이다. 하지만 그 역시
어쩔 수 없는 현실의 일원이란 사실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에 더더욱 씁쓸한 기분이다.

아내의 도움으로 기간제교사로 내려간 '강인호'는 대학시절 선배 서유진을 만나게 된다.
그녀는 '인권운동쎈터'에서 일하는데 아이들 편에 서서 진실을 폭로하려는 데 강인호와 함께
부단한 노력을 하지만 '권력의 힘'앞에 좌절을 거듭한다.
결국 '강인호'는 아내의 설득에 의해 결전의 날 도주하지만 서유진은 그렇지 않았다. 끝까지 그들 곁에서
그들을 변호하고 나약한 존재지만 당당히 남았다.
멋지게 등장하는 '서유진'이란 이 여자가 난 정말 대단해서 감탄을 연발했다.
역시 여자는 남자보다 강하다.
그녀는 결국 빙하앞에 망치 하나 달랑 들고 덤벼들었지만 결코 포기란 것을 모르고 지속적으로
외쳐댔고 그 외침은 여론과 힘없는 장애아들과 가족, 그리고 뜻있는 언론과 합세하여 작지만 진도를 보인다.
마지막까지 진실이 덮혀지는 억울함을 느끼는 독자들에게 한가닥 위로가 되서 기쁜 마음이다.

그녀는 세상을 바꾸기 힘들 거란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렇게 무턱(?)대고 덤볐던 것은 그녀 자신을
바꾸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 대목에서 정말 콧등이 시큰해졌다.

우리는, 나는.. 얼마나 현실에 타협하고 사는가.. 정말 반성이 된다.
공지영씨는 역시 현실에 깊숙히 관여하여 대안을 찾는 몇 안되는 한국의 훌륭한 소설가다.





by 김정수 | 2009/10/20 11:09 | 책읽는 방(국내) | 트랙백(1) | 덧글(4)
상처받는 건 살아 있다는 징표.



"마음에도 근육이 있어. 처음부터 잘하는 것은 어림도 없지.
하지만 날마다 연습하면 어느 순간 너도 모르게 어려운 역경들을 벌떡 들어 올리는 널
발견하게 될 거야. 장미란 선수의 어깨가 처음부터 그 무거운 걸 들어 올렸던 것은 아니잖아.
지금은 보잘것 없지만, 날마다 조금씩 그리로 가보는 것....
조금씩 어쨌든 그쪽으로 가보려고 애쓰는 것. 그건 꼭 보답을 받아.
물론 네 자신에게 말이야."


본문 中


공지영씨가 작정하고 가볍게 일상을 터치(touch)하듯 그려낸 에세이집을 읽었다.
아니 읽었다기보단 그녀의 공감대를 같이 호흡했다고 말하면 정확할 것같다.
제목도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다.

격동기를 몸으로 체험한 그녀가 일상을 가볍게 그려내기란 쉽지 않았을 텐데
늙긴 늙었나보다.. 그런 생각이 들자 헛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아니, 일부러 비켜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긴. 나 역시 한 해가 갈수록 집착하고, 강요하고, 내 원칙대로 되지않은 현실을 비판하고 고치려
들었었던 모든 과정들을 대세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그러나보다.. 젊어 그렇지.. 유영하듯
편승해 지나치곤 한다.

그녀의 글을 읽으면 '나도 이렇게 쓸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자신감이 생긴다.
하지만 나는 그녀처럼 내공있게 쓸 수 있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속세에 깊이 관여하며 자연스럽게 자신의 논리를 이해시키기가 얼마나 어렵다는 것을..

그렇다면 그녀의 글이 왜 많은 독자들이 공감할까..생각해 봤다.
나같은 경우는 읽다보면 그녀의 생각들이.. 그녀가 지나쳤던 공간들이 많은 부문 일치하는 것 때문에
그런 듯 싶다. 예를 들어.

나를 제일 힘들게 하는 이들은 몇 년째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사람들이다.
오래전 한 친구와 멀어지게 된 것도 아마 그것을 견디지 못하는 내 습성 때문이었으리라.
"솔직히 나, 네 이야기에 이제 지쳤어.
설사 나쁘게 악화되었다 해도 좋으니 새로운 레퍼토리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자."
그 뒤로 그녀와의 우정은 영영 깨지고 말았다.

(나도 잘 참다가 욱하고 터지는 이런 성격이 있어서 두고두고 후회하는 적이 종종 있거든..)

그런데 걸어가면서 얼핏 보니 버스 정류장 가는 길의 술집들이 이른 저녁부터 북적거리고 있었다.
아니, 나보다 더 빠른 강적들이! 하는 생각에 우산으로 얼굴을 슬며시 가리고 엿보니 벌써 빈 소주병들이
두어 개가 탁자마다 놓여 있었다. 참 이상하다. 그때 왜 내 마음은 살짝 흐뭇했을까.

(완전 공감했던 글.. ^^ )

이러니 내가 그녀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내가 알고 있는 공지영씨는 인기에 비해 많은 것을 소유하지 않은 사람으로 느껴진다.
힘들고 외로울 것 같은 사람들이 웃는 얼굴을 하며 다니면 더 외롭고 쓸쓸해 보이는 것은 왜일까.

그녀가 작은 것에 만족하고 행복해 하는 글들을 읽으면서 위로해 주고 싶은 마음이 울컥 들었다.
그녀는 상처받은 과거는 살아있다는 징표라며 오히려 축복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상처는 내가 무엇에 집착하고 있는지를 정면으로 보여주는 거울이라며 말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야 할터인데..





by 김정수 | 2009/06/29 13:22 | 책읽는 방(국내) | 트랙백 | 덧글(6)
괜찮다, 다 괜찮다 / 공지영.지승호



세계 대가의 작품들을 보면 다 돈 얘기예요.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발자크 등등
돈 얘기 안나오는 소설을 쓴 소설가는 거의 없어요.
돈 때문에 죽이고, 살리고, 배신하고, 이런 얘기들이잖아요.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도 그렇고요. 어떻게 돈 얘기를 모르고 사람을
파악할 수 있어요. 그것은 아니지. 아니면 선시 같은 것을 써야지.
소설은 루카치가 얘기한 대로 "타락한 시대의 타락한 양식"이기 때문에
타락이라는 것이 반드시 재화와 관련이 있잖아요. 그리고 세상 모든 사람이
돈 때문에 울고 웃고 하는 것이 일상의 거의 80퍼센트는 될 거예요.
그런데 소설가가 돈 빼놓고 얘기를 하면 사람들이 거기에 감정이입을 못 하죠.
함께 해줘야 된다는 얘기를 한 거예요.


본문 中



나는 작가 공지영씨를 '조리있게 말 잘하는 친한 옆집아줌마'라고 말하고 싶다.
남편에게 아이들에게 시댁식구들에게 하기 힘든 속내를 꺼내면 속시원히
'너는 이래야 해!'라고 말해줄 것만 같다. 그것도 완벽히 내 편에 서서.

그녀가 내놓는 작품들은 그녀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나 흉을 보는 독자들도
꾸준히 읽히는 진풍경을 자리매김 하는데 그것은 어찌되었든 그녀의 소설은,
우리네 삶 속에 녹아있는 이야기임에 틀림없고 내숭없는 솔직담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내가 놀랍도록 멋져보이는 것 중에 하나가
그녀는 우리한국정서에서 번번히 주눅들고 고개숙여 살아가는 여성들의
관념(불행할바에는 이혼을 선택한다. 그것도 세 번씩이나..)들을 과감히
깬 산 증인이라 그렇다. 그것도 모자라 성이 다른 세 아이를 당당히 키우고 있으니까.

소설가이면서도 이쁜 외모덕에 텔레비젼에도 가끔 등장하고 여성지에도 비꼬는 화제거리로
자주 등장했지만서도 그녀는 자신의 삶을 순순히 받아드렸다.
7년의 슬럼프에 빠져 있어 결국 작가의 길을 접었구나 했을 때,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라는 산문집을 들고 나타났다.
좀 더 가깝게 드러난 그녀의 삶을 독자들은 응대했고 당당히 베스트셀러에 진입했다.
나 역시 그녀의 깊은 독서량과 솔직한 생각들을 만남에 주저함이 없었으니, 일조를 한 셈이지?

연이은 '즐거운 나의 집'에 이어 인터뷰어 '지승호'씨가 그녀를 인터뷰한 내용을
책으로 출간했다. 이번 책에는 그녀가 그동안 살아왔던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들을 수 있는
시간과 함께 그녀의 작품들이 나오기까지 있었던 사실들이 그녀가 직접 얘기해줘서
사실과 소설의 차이를 좁히는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데, 공지영씨가 상당히 웃음이 많은 것 같다.
육성으로 듣지 못해 아쉽지만 글로 엮어내면서 아마도 편집하시는 분들도 따라 많이 웃었을 듯.^^
웃음이 많은 사람을 나는 순수하다고 생각한다.
생각이 많고 상대가 무슨 생각을 갖고 있을까
고민하는 사람은 웃을 틈이 없기 때문이다.

"순수하고, 밝고, 세상을 정직하게 바라볼 줄 알고, 그것을 소재로 당당히 나는 글로 밥먹고 살아요!"
라고 말하는 그녀의 내숭없는 정직함이 참 맘에 든다.
소설을 추상적이고 낭만적으로만 생각하는 지망생들은 꼭 그녀의 인생을.. 고통을 밝게
이겨낸 과정을 밝힌 이 책을 읽기를 추천하고 싶다.

인터뷰어 지승호씨가 그녀와 대화 후 느낀 글을 옮겨본다.


그녀는 '나쁜 남자를 극복하기 위해 나쁜 여자가 되는 법'을 택하는 대신
착한 여자를 유지하면서도 단호해지는 법, 위험을 피하는 법을 익혀 나갔다.
나쁜 여자가 되어보려고 각종 책도 사보고 했지만 자신은 그런쪽으로는 도저히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어느순간 깨달았다고 한다.
자고로 자기가 잘하는 쪽에서 승부를 걸어야 승률도 높은 편이다.



by 김정수 | 2008/10/01 20:46 | 책읽는 방(국내)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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