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장.



파장.


-신경림.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이발소 앞에 서서 참외를 깎고
목로에 앉아 막걸리를 들이키면
모두들 한결같이 친구같은 얼굴들.

호남의 가뭄 얘기 조합 빚 얘기
약장사 기타 소리에 발장단을 치다 보면
왜 이렇게 자꾸만 서울이 그리워지나.

어디를 들어가 섰다라도 벌일까
주머니를 털어 색시집에라도 갈까.

학교 마당에들 모여 소주에 오징어를 찢다
어느새 긴 여름 해도 저물어
고무신 한 켤레 또는 조기 한마리 들고
달이 환한 마찻길을 절뚝이는 파장.



..

어쩌면 삶은 늘상 절름걸이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올곧게 똑바로 걷고있다 생각하지만
정작 돌아보면 삐딱빼딱 들쑥날쑥
제 멋대로 찍혀진 문신을 보기도 하니 말이다

사람 누구나
자신의 진가를 알리려 안간힘을 쓰면 쓸수록
정작 그것과는 더욱 멀어지기 일쑤이고
그럴수록 자신은 더욱 볼품없이 초라해지기 마련이건만
거기에 매여 어설픈 노름에 헤어날 줄 모른다

지옥과 천국은 사후세계의 이야기가 아니다

by 김정수 | 2005/05/03 20:38 | 엄마가 읽는 시 | 트랙백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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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ricebox at 2005/05/03 21:47
처음으로 일등이네요... 뭐 무슨 순위싸움하는건 아니지만...ㅋㅋㅋ
저 질문이요!!! 바보가 질문합니다... 정수님에겐 혹시 답이 있을까봐.
어떻게하면 좋아하는 사람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요?
전 단지... 그 사람이 내 곁에 있고 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을
뿐인데... 다가가려해도 그게 잘 안된네요.
다가가면 조금씩 멀어지는 것 같고...너무 어려워요...
Commented by yugo at 2005/05/03 22:19
지옥이라 생각하면 지옥.
천국이라 생각하면 천구이겠죠
Commented by 칼리 at 2005/05/04 03:08
아.. 정말 제 상황의 와닿는 말씀을 하셔서 너무나 공감이 가요.
"자신의 진가를 알리려 안간힘을 쓰면 쓸수록 정작 그것과는 더욱 멀어지기 일쑤.."
그래서 제 자신이 볼품없고, 한심하고, 초라하게 보이거든요...
흑흑..
Commented by 꽃은향기를잃었다 at 2005/05/04 11:03
기와집 토방에 누워서 모기장을 펼쳐놓고 먹다남은 수박이 옆에 뒹구는 상상을 해 봅니다.
Commented by 랄랄라 at 2005/05/04 12:52
어렵군요.
마지막 줄만 알아듣겠어요. -_-
Commented by D-cat at 2005/05/04 21:14
우리는 그럼 비틀거리고 있는 걸까요?
Commented by 김정수 at 2005/05/04 21:19
ricebox님..말씀을 그리 하셔도 상대에게 성급한건 아닌지..다시한번 생각해보세요..^^ 한발자욱 다가선 다음 다음 발걸움을 띠어야 하거든요..^^

yugo님.. 생각하기 나름.. 맞습니다.^^

칼리님.. 토닥토닥.. 곧 나아질거예요.
Commented by 김정수 at 2005/05/04 21:20
꽃향기님.. 하하하하.. ^^

랄랄라님.. 그랬나요? ^^;;;

D-cat님.. 비틀거리며 사는 세상에서 중심을 잡는 일이 어려운 것이겠지요.
Commented by boogie at 2005/05/06 06:10
문득 저 시의 배경이 궁금해 지는군요..파장이란 말로는 장터를 말하는것 같은데..장터로 놀러 나온 시골 농군일까...아님 장사치일까 하고요....그리고 왜 저 시에서 자유로움이 느껴지는걸까요...제가 한번도 접해보지 않은 상황 그리고 환경 탓일까요..아님 정겨운 사람들의 냄새일까요..
Commented by inner at 2005/05/06 09:13
장사치든 동네사람임이 틀림 없네요...
파장...시장의 파장은 어딘가 흥겹고 가벼워진 느낌이 드는데
요...
근데 사실. 정말 고단함이 끝난 그 시간도 찰나
내일의 장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바삐 집으로 가서 준비를 해 두고
단잠을 자야 할 듯 싶네요...
Commented by 김정수 at 2005/05/26 19:57
boogie님.. 장터를 접는 그 시간대를 '파장'이라고 하죠. 장사군들의 자유감.. 처럼 비쳐질 뿐 그 내면에 숨어있는 고단함이 또한 느껴지는.. 그런 시지요.

inner님.. 장사처럼 치열하게 고민하고 전문성을 요구하는 직업도 없으니까요..^^그들의 짧은 숙면이 단잠으로 이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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