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사나운 짐승.


가장 사나운 짐승


- 구상

내가 다섯 해나 살다가 온
하와이 호놀룰루 시의 동물원
철책과 철망 속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짐승과 새들이
길러지고 있었는데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것은
그 구경거리의 마지막 코스
가장 사나운 짐승'이라는
팻말이 붙은 한 우리 속에는
대문짝만한 큰 거울이 놓여 있어
들여다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찔끔 놀라게 하는데

오늘날 우리도 때마다
거울에다 얼굴도 마음도 비춰 보면서
스스로가 사납고도 고약한 짐승이
되지나 않았는지 살펴볼 일이다


..

'파이 이야기'에 나오는 폰디체리 동물원 입구에
검은 천에 가려진 안내문(무섭고 사나운 짐승)에도
위의 시와 유사한 글이 나온다.

검은 천을 호기심에 덜쳐보면 다름아닌 거울이 나오고
동물들 중에 가장 다루기 힘들고 동물들에게 해를 끼치는
동물이 바로 거울 속에 비치는 당신이라는 뜻이다.

위선과 자만으로 포장된 우리들의 내면을
한번쯤 솔직하게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by 김정수 | 2005/04/24 09:06 | 엄마가 읽는 시 | 트랙백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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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D-cat at 2005/04/24 09:21
우리의 내면에는 사나운 짐승..
그걸 얼마나 잘 길들이냐.
그것이 우리의 할일이겠죠?
Commented by 주영사랑 at 2005/04/24 09:35
아..그런데 어찌하여 나는...
거울을 들여다보며 스스로에게 관대할까?
정말 저는 자만 덩어리인가 봅니다. ㅎㅎ
오랜만에 다시 들렀습니다.
그동안 이곳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모릅니다.
Commented by 꿈꾸는풍경 at 2005/04/24 11:18
정말..저두 가끔 제 속에 꿈틀대는 사나운 짐승이 느껴지곤 합니다...누군가가 너무 미울때나, 억울할때..등등...
Commented by 해맑은바보 at 2005/04/24 11:33
어. 저도 처음 글 보는 순간, 이거 파이 이야기잖아 했답니다. ^^;

사진이 참 멋져요. ^^
Commented by 김정수 at 2005/04/24 12:21
D-cat님.. 내면의 사나운 짐승을 가라앉히는 일='화'를 다스리는 일이라 풀이도 되겠지요.^^

주영사랑님.. 하하하하.. ^^ 감사해요.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Commented by 김정수 at 2005/04/24 12:22
풍경님.. 꿈을 잠재되어있는 자신의 표현이라고 하잖아요. 너무 자신을 억누르는건 아닌지 좀 더 자신에게 관대하고 용기를 주는 너그러움도 필요할 듯 싶어요. ^^

해맑은바보님..앗! 저랑 같은 생각을 하셨군요. 저도 이 시를 읽는 순간.. 느꼈었거든요.^^;; 필이 팍팍~~
Commented by 똥사마 at 2005/04/24 12:31
가장 잔인한 동물이지요~인간,,
Commented by Bohemian at 2005/04/24 16:42
가장 사나운 짐승이란 이야기는 때론 가장 여린 마음을 가졌다는 이야기로도 들리는군요. 아무래도 지키고 싶은 여러가지 것들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겠지요.
Commented by 김정수 at 2005/04/24 17:44
Bohemian님.. 거울에 비쳐보는 자신의 내면을 진지하게 바라보란 뜻이 담긴 시라 하겠지요.^^
Commented by 다마네기 at 2005/04/25 00:29
저도 어렸을 적에 이 시를 읽은 기억이 있어요.
몇 살 이였는지는 정확하게 기억 나진 않지만 아마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 이였던 것 같아요.

아님 이 시가 아니더라도 이런 얘기가 나오는 어떤 글 이였겠지요...

그땐 막연히 머리로만 이 이야기를 이해하고 넘어 갔던 것 같은데 지금은 마음으로 느끼는 이야기가 되었네요.

근무 할 때 넘 피곤하거나 지치면 (대개 잠이 부족해서 피곤한 눈 때문에 ) 다기 얼굴도 일그러져요.
게다가 짜증나는 일이 생기면 목소리도 커지겠죠...
그럼 다기는 병원의 외래객들에게 " 사나운 짐승" 으로 보이겠죠.

아... "사나운 짐승" 이 되지 않기 위해선 피곤하더라도, 힘들더라도 늘 "친절" 했어야 했는데 전 그동안 넘 프로의식 없이 일을 했어요...

그러면 않 된다는 걸 알면서도 "자기애" 에만 빠져 있었던 건 아닌지...

세상에서 가장 " 순하고 착한 동물" 이 되기 위해 오늘 부터 다기는 달라 져야 겠어요! ^^

Commented by 나쁜엄마표 at 2005/04/25 16:25
찔리는군요.ㅎㅎㅎ
사납고 무서운 동물.
가장 해악이 많은 동물.
바로 접니다. 흑흑흑
Commented by 1ⁿ0ⁿ2 at 2005/04/25 16:49
잠시 생각하고 갑니다.
나 역시도 뭔가를 감추고 살아가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고 갑니다.
Commented by 냉정과열정사이 at 2005/04/26 11:13
가끔씩 저 자신도 통제할 수 없는 그 사나운 짐승이 나올때면 무척이나 통제하기가 어렵답니다.
Commented by 알아차려야산다 at 2008/08/19 22:15
아무리 사나운짐승이 나와도 그것을 알아차리는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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