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에 지다 / 아사다지로. 책읽는 방(국외)









뭘 할 수 있겠느냐고 할 만큼 네가 해본 것이 있더냐?
너는 아직 아무것도 한 게 없어.
이 세상에 태어난 걸 보면 뭔가 꼭 할 일이 있었을 거다.
아직 아무것도 한 게 없는 너는 여기서 죽어서는 안 돼.

본문 중-


이 소설은 국내에도 개봉되었다는 '바람의 검, 신선조'의 원작소설이라고 한다.
(하단은 일본 개봉 포스터 참조)
영화는 보지 않았지만 '철도원'의 영화작 만큼이나 소설의 내용상 좋을거라고
막연히 추측하고.. 기회되면 비디오라도 꼭 볼 예정이다.

'칼에 지다' 이 소설은,
한 신문기자가 130년전 일본의 역사 속에서 도쿠가와 막부의 뿌리가
흔들리던 시절, 막부에 고용되어 일했던 무사집단인 '신센구미'에
속해서 의롭게 싸우다 죽은 한 '요시무라 간이치로' 사무라이 이야기를
정리한 내용이다.

그렇다면 신센구미란 조직은 어떤 것인가 하면,
260여년간 대대로 세습되던 도쿠가와 막부의 마지막 쿄토경호대인데.
코토에는 나라의 근본인 천왕이 있었고 볼온한 세력들이
(어느 역사책이건 마찬가지지만) 호시탐탐 그 허수아비 천왕을 들쳐업고
정권을 쥐려하는 것을 막기위해 특파된 특수부대라 하겠다.

하지만 정쟁에서 막부는 어이없이 항복을 하게 되고 '불온한 세력'은
천왕을 업고 혁명에 성공하였고, 신센구미는 졸지에 악당 꼴이 되었다.
무가사회의 중심이던 무사도를 끝까지 관철한 것이 오히려 천왕의 역적이
되어 비운의 최후를 맞고야 만다.

신센구미의 최후의 막차를 탄 우리의 주인공 '요시무라 간이치로'는 그렇다면
멋진 사무라이 인가.. 역시 아니다.
아사다지로의 주인공들이 다 그렇듯이 늘 뭔가 부족하지만 순박하고
순수 그자체인 인간이란 표현도 부족해 어수룩하며 우직한 무사다.

속 빈 강정처럼 냉수를 마셔도 이를 쑤시는 겉멋으로 사무라이를 선택한
일반 무사들과는 다르게 오직 돈을 벌어 고향에 두고 온 처자식의 끼니를 보태기 위해
칼을 들었고, 돈벌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동료의 비아냥을 사는 뻔돌이 사무라이였다.
하지만 그는 사무라이들 간에 동정과 연민을 한 몸에 받는 사나이기도 했다.
그것은, 공과 사를 구분했으며.. 똑똑해도 잘난척은 안했고..
놀라운 칼솜씨를 자랑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오로지 고향에 있는 가족의 안위만을 위해 사는 철저한 가장이었던 것이다.
고향이 없는 이가 없기에.. 그를 멸시는해도 이해하는 연민이 생겼던 것 같다.
사랑하는 아내를 생각하는 모습에는 눈시울이 저절로 뜨거워진다.
사람을 단칼에 베는 사무라이에게서 보여지는 서민적 감정이라니 참 묘하지만서도.

그런 딱! 하나의 이유로 사는 것만 같았던 '돈벌이 사무라이' 요시무라 간이치로는
일본 근대사를 바꿔놓을 도바 후시미 전투에서 천왕을 거역한 역적군으로 몰려
패군으로 죽을 위기에서 갑자기 '의를 위해 싸운다'라는 뜬금없는 말을 남기고
적진에 뛰어든다.

갑자기 주위는 혼란에 빠지고 그가 말한 '진정한 의'의 의미로 고민케 한다.
요시무라 간이치로가 택했던 사무라이는 결국 죽음의 위기에 갑자기 찾아온 것일까..?
그는 마지막에 다가가서는 후회없는 승부를 죽음으로써 의(義)를 찾은 것 이라고
생각이 든다.

일련의 영웅담의 책들처럼 저절로 빛나보이는 이데올로기적 영웅이 아닌
무사도를 끝까지 지켜내는 멋진 사무라이도 아닌..
우리 주변의 인물로도 충분히 멋진 역사소설이 존재하고 있음을 위로받게끔
만든다고나 할까. 역시 아사다지로..그 답다고 할밖에..

책을 덮고 문득, 우리의 역사속 영웅들도 요시무라 간이치로처럼
가족을 사랑하고 가족을 위해 전장에서 울고 떨었을거라고..
그리고 죽음의 위기가 코 앞에 닥쳤을때.. 할 수 없이 마지막 의(義)를
찾은건 아니었을까..하고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역시 마지막인 죽음은 의미가 있어야 한다고..


덧글

  • 뽀스 2005/02/25 21:29 # 답글

    바람의 검 신선조~
    이 영화 암흑루트를 통해 봤습니다..
    이상하네요..
    일본 애니메이션은 무척이나 잘 만들었고... 잼있던데..
    일본 영화는 이해하기가 힘들어요..
    왜 이런지...
    그래서 그런지 일본 영화.. 봐도 어렵고 처진 느낌이 든다고 해야 될라나요? ^^;;
    신선조 역시 지루하더라고요..

    책이 있는지는 몰랐습니다.
    서점들려서 함 ~~~~~쭈~~~~~~~ 훓어 봐야쥥~ ㅋㅋ
  • 넋두리 2005/02/25 21:32 # 답글

    철도원하고 전혀 다른 느낌입니다. ^^; 제 관점에서는요
  • 김정수 2005/02/25 21:49 # 답글

    뽀스님.. 영화 보셨군요. 맞아요. 저도 가끔 일본영화보는데..좀 난해한 듯 하더라고요. 그래도 이 영화는 보고 싶어요.^^

    넋두리님.. 시대와 내용은 철도원과 완전히 다르죠. ^^단지 주인공이 우리와 같은 영웅들이 아니란 점은 같은거 같아요.
  • 시앤슈 2005/02/25 22:11 # 답글

    오오. 아사다 지로 좋아합니다 :) 그나저나 요즘 책,
    못 읽어요오.. 저런 뭔가 '신선조'는 막연한 동경이;
  • 지니 2005/02/26 02:39 # 답글

    신선조 개봉했을때 보려고 찜해뒀는데 함께 보기로한 사람이 갑자기
    다른거 보자고 하는 바람에 놓친영화네요...
  • 보리 2005/02/26 08:50 # 답글

    정수님, 좋은 책에 관한 정보 참 많이 얻어갑니다.
    꾸벅~ 감사^^..지금 읽고 있는 책 마저 읽으면 '아사다 지로'를 만나볼까합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 김정수 2005/02/26 10:37 # 답글

    시앤슈님.. 그러세요? 아사다지로 팬층도 두터운듯 하더라고요.^^

    지니님.. 보실뻔 하셨군요..담에 보시고.. 책서평이랑 한번 비교해 보시길 바랍니다.^^;;

    보리님.. 그러세요? 제가 추천책 목록을 추가한 셈이로군요..뿌듯합니다.^^
  • numa 2005/02/26 11:00 # 답글

    아래 있는 건 책표지같아요-_-;
    영화도 괜찮으니 한번 보시구요...다만 신선조는 그렇게 의로운-_-;집단이 아니라고 알고있습니다. 일종의 정치깡패라고나 할까요...뭐,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달라질 수 있지만, 뭐랄까, 여러 곳에서 목격되는 신선조에 대한 이야기는 좀 미화되어 있다고나 할까...암튼 좀 그렇습니다-_-;
  • 2005/02/26 13:2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김정수 2005/02/26 16:05 # 답글

    numa님.. 책표지인가요? 제가 잘 몰랐나봐요^^ 영화로도 나왔다길래 포스터인지 알았어요. 정치깡패로 유명한건 사실이죠. 왜곡된 정치깡패들도 있으니까요. 아사다지로는 숨겨진 이런 일본의 역사들을 이렇게 소설화한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하게 느낀다고 하더군요.^^

    ..님.. 좀 어려웠어요. 그래서 시간도 오래 걸렸죠.^^;
  • 냉정과열정사이 2005/02/27 03:29 # 답글

    진정한 영웅이란 남루한 삶 앞에서는 그저 허상일지도 모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웅이란 이름이 어울리는 사람들은 시대를 개척하고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이 할수 있는 모든것을 후회없이 행했던 사람이 아닐까요.
  • 김정수 2005/02/27 16:57 # 답글

    열정님.. 죽음앞에서 후회없는 평범한 사람이 역사에선 영웅으로 남는것이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솔직히 이해는 완벽히 한건 아니예요. 좀 난해하더라고요. 일본역사를 좀 더 이해해야 할듯 싶기도 하구요.. ^^
  • Keen 2005/03/24 23:08 # 답글

    요새 아사다지로의 다른 책 읽는데, 더 반갑네요.
    칼에지다는 내용이 조금 걸려서(사실 두께도 좀 있고 하핫;)고민했었는데, 파리로 가다 다 읽으면 읽어봐야 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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