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등. 책읽는 방(국내)





아버지의 등

-정철훈

만취한 아버지가 자정 넘어
휘적휘적 들어서던 소리
마룻바닥에 쿵, 하고
고목 쓰러지던 소리

숨을 죽이다
한참 만에 나가보았다
거기 세상을 등지듯 모로 누운
아버지의 검은 등짝
아버지는 왜 모든 꿈을 꺼버렸을까

사람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검은 등짝은 말이 없고
삼십 년이나 지난 어느 날
아버지처럼 휘적휘적 귀가한 나 또한
다 큰 자식들에게
내 서러운 등짝을 들키고 말았다

슬며시 홑이불을 덮어주고 가는
딸년 땜에 일부러 코를 고는데
바로 그 손길로 내가 아버지를 묻고
나 또한 그렇게 묻힐 것이니

아버지가 내게 물려준 서러운 등짝
사람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검은 등짝은 말이 없다


..

남다른 가족사와 개인적 체험을 매개로 이끌고 있는
정철훈시인의 새로 출간된 시집이다.
총 3부로 나뉘어진 이 시집은
자기 삶에 대한 환멸과 비애. 사랑과 연민등이 서민적인
애정으로 뭉클하게 만든다.


덧글

  • 지오아빠 2005/02/01 23:39 # 답글

    * 지오엄마입니다^^
    저희 아버지는 술을 안 하시긴 하지만...
    아버지들의 무게가 느껴져서 늦은 밤 맘이 짠하네요
  • 김정수 2005/02/01 23:53 # 답글

    지오엄마.. 아버지의 무게와 사랑은 여러 모습으로 우리들 마음속에 남아 있는거니까요..
  • boogie 2005/02/02 00:57 # 답글

    뭉클합니다...
    나이드신 아버님이 생각나네요..
    항상 강하게만 보이셨는데..요즘 어머니에게 구박 받으시는 모습을 보면 세월에 무상함을 느낍니다..
    그래두 요번에 집에가서 뵙는데..무척 건강한 모습에 기뻤습니다..
  • plain 2005/02/02 01:11 # 답글

    아버지들만이 아니라 많은 어른들이 꿈보다 삶에 무게에 짖눌린 등을 서럽게 이고 가는 것 같아요. 눈물 날 것 같아요.
  • 나무 2005/02/02 07:21 # 답글

    이 시대의 아버지를 볼수있는 글이네요. 아빠 화이팅~~~!!
  • 로맨틱한사랑쟁이 2005/02/02 07:35 # 답글

    그래도 아직은 아빠 등에 살포시 기대보면 포근함이 느껴져요
  • 『하늘을달리다™』 2005/02/02 09:00 # 답글

    그런데....
    머리와 가슴은 다른 생각을 하는지...
    돌아서서 울고, 다가가면 냉대하고....쩝;;
  • 나쁜엄마표 2005/02/02 09:17 # 답글

    오호...
    시인의 남다른 가족사가 불현듯 궁금해지는 이유는?
    단순히 못말리는 호기심때문일까요?

    아버지의 굽은 등을 본다는 일.
    늙어가는, 아니 이미 늙어버리신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는 일.
    처연한 서러움이 밀려오는 일입니다.
  • 뽀스 2005/02/02 09:23 # 답글

    아버지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충분히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현실이 지금 우리들의 아버지 아닐까요~ ㅠㅠ
  • Gadenia 2005/02/02 09:39 # 답글

    아.. 이거 참...........
  • 김정수 2005/02/02 13:12 # 답글

    boogie님.. 아버님이 오래오래 건강하게 오래 사셔야죠. ^^ 나이 드시면 강하던 아버지도 어머니께 져주(?)시는것 같더군요.

    plain님.. 듣고보니 그런것 같네요.. 나이들면 약해지나봅니다.

    나무님.. 하하.. 아버님들 모두모두 화이팅팅!
  • 김정수 2005/02/02 13:14 # 답글

    로맨틱님.. 아버지의 등은 편안함 그 자체죠..^^

    『하늘을달리다™』님.. 너무 편해서 핀잔도 하게되고 투정도 하게 되는것 같아요. 저도 그래서 자주 후회한답니다. ㅡ.ㅡ

    유진엄마.. 이시집에는 많은 가족사와 체험시가 많아서 시인에 대해 애정이 생기게 되더군요..
  • 김정수 2005/02/02 13:15 # 답글

    뽀스님.. 가장의 무게. 남편의 책임감이 요즘 현실의 아버지들의 무게를 반증하는 것 같습니다.

    Gadenia님.. ㅠ.ㅠ 털어놔봐요!
  • 넋두리 2005/02/02 13:30 # 답글

    오랜만에 시집을 살때인가요?^^
  • 김정수 2005/02/04 20:33 # 답글

    넋두리님.. 딩동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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