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유서. 엄마가 읽는 시





가을 유서.


-류시화.


가을에는 유서를 쓰리라
낙엽되어 버린 내 시작 노트 위에
마지막 눈 감은 새의 흰
눈꺼풀 위에
혼이 빠져 나간 곤충의 껍질 위에
한 장의 유서를 쓰리라

차가운 물고기의 내장과
갑자기 쌀쌀해진 애인의 목소리 위에
하룻밤새 하얗게 돌아서 버린 양치식물 위에
나 유서를 쓰리라

종된 채 아직 땅 속에 묻혀 있는
몇 개의 둥근 씨앗들과
모래 속으로 가라앉는 바닷게의
고독한 시체 위에
앞일을 걱정하며 한숨짓는 이마 위에
가을엔 한 장의 유서를 쓰리라

가장 먼 곳에서
상처처럼 떨어지는 별똥별과
내 허약한 폐에 못을 박듯이 내리는 가을비와
가난한 자가 먹다 남긴 빵껍질 위에
살아 있는 자들과의 약속 위에
한 장의 유서를 쓰리라

가을이 오면 내 애인은
내 시에 등장하는 곤충과 나비들에게
이불을 덮어 주고
큰곰별자리에 둘러싸여 내 유서를
소리내어 읽으리라

..

벌써 10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이 시를 읽으면 엄숙한 가을의 내음이 전해옵니다.
유서를 생각하고 사는 일상은 분명 다를테니까요.
내일은 어느새 11월 1일 이네요..^^



덧글

  • 따식 2004/10/31 23:53 # 답글

    방황하다 이제서야 들어 옵니다.
    10월 마지막 잘 보내시고 11월 자~~알 시작하세요.
  • Bohemian 2004/11/01 00:02 # 답글

    올해도 두달 남았군요. 아름답고 활기차면서도 쓸쓸한 내음이 나기시작하는 이상한 계절 가을. 조금 더 행복하게 이 가을을 보내시고 쌀쌀한 겨울 더욱 더 행복하게 맞이하세용~
  • boogie 2004/11/01 01:43 # 답글

    11월하니 올해도 얼마 안남은 듯하네요...
  • 들꽃 2004/11/01 12:53 # 답글

    예전에는 그렇게도 안가던 시간이 언제부터인가는 너무 빨라 잡을수만있다면 잡고싶네요...
  • iaan 2004/11/01 14:18 # 답글

    나도 오늘은 가을유서(?)를 써 보려구요..
    엄마님도 11월 행복하게 보내요 ★
  • 내맘대로 2004/11/01 15:24 # 답글

    단풍놀이 함 가야하는뎅~
    헐~ 사진보니..넘 가고 싶어지네요..
    11월 시작입니다.. 좋은 시작 맞으세요..
  • 『하늘을달리다™』 2004/11/01 17:11 # 답글

    흐린하늘엔 편지를 써........
    오늘같이 흐린 날에.....편지가 쓰고프네요.....
    수신자가 없는 편지......ㅡㅜ
  • 엘체이 2004/11/01 21:26 # 답글

    시월의 마지막 날을 콘서트에서 장식 했죠. 시월에 눈내리는 마을... 이문세씨, 신승훈씨, 유키 구라모토상;;, 이수영씨가 나왔는데 와아 조금 '내가 어리군'이란 감도 들었지만(곡들이;) 정말 좋았어요. 이때까지는 시월의 마지막이다. 라고 해서 전혀 들은 생각이 없었는데 아직 가을을 타기엔 어린가 봅니다.
  • 김정수 2004/11/01 21:55 # 답글

    엘체이님.. 조금 더 있음.. 정말 가을이 좋은계절이로구나..하실거예요. 콘서트도 다녀오시고..정말 부러워요..^^ 제가 이문세, 신승훈 좋아하거든요.

    『하늘을달리다™』님.. 외로우신갑다.-.-

    내맘대로님.. 네~ 11월 힘차게 시작하셨나요? 힘냅시다..아자!
  • 김정수 2004/11/01 21:56 # 답글

    iaan님.. 가을이 마음을 정리하기엔 딱 좋은 계절이죠.^^

    들꽃님.. 들꽃님은 나이를 먹지 않을 타입같아요. 늘 소녀같이 사시잖아요^^

    boogie님.. 올해도 두달남았네요. 시간 정말 빠르죠?
  • 김정수 2004/11/01 21:58 # 답글

    Bohemian 님.. 님도 올 가을이 가기전에 옆구리가 따땃해지시길 기원합니다. ^^;;

    따식님.. 자주 뵈요~ 기운찬 11월 한달 되시고요. 마무리 잘하면 그동안 허송세월(?)도 다 만회된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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