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 엄마가 뽑은 베스트셀러





'In omnibus requeim quaesivi, et nusquam inveni nisi in angulo cum libro'

('내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되, 마침내 찾아낸,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은 없더라')


본문 중..


'장미의 이름'이란 이책은 중세의 한 수도원에서 벌어진
연쇄살인 사건을 추리기법으로 다루고 있다.
형식은 다소 철학적이라 말할 수 있다.
배경은 중세의 수도원이지만 폭넓은 문화 비판을 통해
현재적 의의를 살려 내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주인공 윌리엄 수도사는 매우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인 동시에
과학적 사고를 하는 진보적인 사람이다.
소설을 읽는 사람들은 누구나 그렇겠지만 스토리의 전개가 이어지면서
쉽게 그에게 동화된다.
그리고 그의 활약에 박수를 보내고 그의 냉철한 이성에 감동하게 만든다.

주인공 윌리엄 수도사는 수도원의 장서관에 숨겨진 비서,
즉, 지금은 사라져 버린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제2부 '희극론'
때문에 일어난 것임을 밝혀낸다.
소설의 구성과 전개는 윌리엄 수도사가 연쇄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을
기독교 성경의 '요한계시록'의 구성에 맞추고 있다.
하지만 그의 뛰어난 수사력에도 불구하고
윌리엄 대 요르게의 대결은 윌리엄의 승리로 매듭짓지 않고 끝을 맺는다.

흥미진진한 사건의 전개, 윌리엄의 논리적 추리 능력,
배경으로 삽입된 중세 문화와 풍속, 정치적 상황을 알수있는 생생한 묘사등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지적 유희를 즐길 수 있는 책이라 보여졌다.

이책을 덮고 제일 먼저 의문이 생기는 것이라면,

왜 중세는 인간의 자연스런 감정(웃음을 금지)조차도 억제하고
신이라는 절대적 진리만을 인정하려 했을까? 하는 점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그에 대한 답이 나온다.

이 수도원에서 실질적인 지배자인 호르게 수사는 웃음을 금지하고
자신의 신앙 해석에 배치되는 책들을 숨기는 일에 평생을 바친다.
그는 그의 행동에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행동한다.
좀더 치밀하게 일정한 경향의 책만을 읽도록 강요한다.

왜 그랬을까?
서양문명은 그 바탕에 기독교를 깔고 있다.
기독교를 모르고는 서양의 문화와 문명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기독교는 그네들의 삶 구석구석에 침투해 있었다.
성경은 유일신 하나님을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 하나님은 그를 믿는 사람들의 숫자만큼 다양하고 무수하다.
하나님끼리(?)의 다툼과 싸움, 증오와 갈등은 그러므로 당연하다고 봐야 할것이다.

기호논리학자인 에코는, 사랑을 가르치는 기독교가 그들이 믿는
하나님의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핍박하고 수탈하고 다투며
이간질했느냐에 독자들을 주목하게 만든다.
하나님을 가운데 둔 투쟁의 역사라 칭한다 하여도 지나치지 않다.

서기 313년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가 밀라노 칙령을 통해
기독교를 공인한 이후로 기독교는 서양사상의 중심에 서게 되고
이로 인한 기독교는 그 본질을 잃어 버리고, 세상의 통치자에게 어리석은
백성을 다스리는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고야 만다.
대신 기독교는 세상 권력을 맛보게 된다.
황제에겐 권력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자신은 그 권력의 단맛을 나눠가지게 된 기독교라 하겠다.

소설 '장미의 이름'이 전개되는 시대적 배경은 이러한 혼란의 투쟁이라
할만큼 전쟁아닌 전쟁을 치루던 14세기 초반이다.

이시기 사람들의 관심사는 무엇이 진리냐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오직 무엇이 진리가 되는 것이 자기들에겐 유익하냐가 유일한 관심사였다.
그러므로 동일한 하나님을 섬긴다는 프란치스코 수도회나 도미니크 수도회,
혹은 베네딕트 수도회가 서로 틀렸다며 입에 침을 튀긴다하여 이상할 일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소설의 배경이 된 수도원은 성과 같이 우뚝 솟아있는데,
유럽의 모든 성당들이 우뚝 솟아 있는 것이 그 상징적인 실물예다.

그러나 이들은 곧 죽어도 세상의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싸움은 하지 않는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감추어 둔 속셈이고 다툼의 주제는 언제나
그리스도니 하나님이니 하는 추상적인 문제들이다.

본업이 기호 논리학자인 옴베르토 에코가 기독교의 이런 현상에
주목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인간들의 언어라는 것도 광의의
기호라고 할 수 있을 것인 바, 도대체 기독교가 말하는 하나님이라는
기호가 의미하는 본질이 무엇이길래 그들은 그토록 밥그릇 다툼에
혈안이 되어 있는가? 왜 성경이 말하는 사랑이라는 기호가
기독교인들에게만 점령되면 미움과 전쟁을 의미하는 기호로 전락하는가?

사랑이라는 기호는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혀끝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그들의 삶과 몸에서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그럴때 비로소 기호와 의미, 외포와 내연이 일치하는 것이다.

이소설은 기독교의 주류 정통들이 세워놓은 교회의 이면을 들여다 보게
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무슨 역사나 그러하겠지만 모름지기 역사란
전쟁에서 이긴 자의 합리화 내지는 자기 포장의 선물이라하여 지나치지 않다.

하나님은 사람들을 살리고자 하지만, 하나님의 이름에 매달린 사람들의
형태는 언제나 사람들을 죽이는 것이다.
이세상은 이름을 지배하는 자가 권력을 지배한다는 것이..
나름대로 내결론이다.



덧글

  • 시대유감 2004/10/13 17:25 # 답글

    사실 '한손엔 칼, 한손엔 코란' 이라는 말 자체도 기독교의 모략이라고 하지요.
  • 로맨틱한사랑쟁이 2004/10/13 17:52 # 답글

    이 책은 철학과 교수님들이 많이 추천하는 책인데요,..
    실은 전 보지 못했어요 ㅎㅎ
  • 넋두리 2004/10/13 22:44 # 답글

    전 영화로 먼저보고 책으로 봤는데 책이 훨씬 낫다는 생각입니다. 스토리를 알고 봐서 집중도는 떨어졌지만요
  • zenca 2004/10/13 23:11 # 답글

    영화로 봤었는데 정말 좋더군요. 책으로도 읽어봐야하는데... 읽다가 말아서 다시 집기가 힘이 드네요. 아무튼 매력적인 내용이였습니다.
  • 김정수 2004/10/13 23:19 # 답글

    시대유감님..그렇네요. 단적인 표현이죠.

    로맨틱님..철학과에서 추천하는 책이로군요. 저도 추천합니다^^

    넋두리님..전 영화는 못봤는데.. 영화가 책과 같은 감동을 주기가 힘들거란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zenca님..스크린이 굉장했겠어요. 수도원을 어떻게 책대로 표현했을까..그게 제일 궁금하군요. 매력적인 내용이었겠죠. 영화를 본사람들 얘기는 단지 장미의 단서에만 메달려서 좀 안타깝더라고요..
  • 1ㅡ0ㅡ2 2004/10/14 12:08 # 답글

    독서를 상당히 좋아하시나 봐요..
    전 김정수님이 올려놓은 글을 읽고 수박 겉할기나 해야겠네요.. ^^
    앞으로도 많이 올려주세요..
    그리고 이글루 링크하고 갑니다..
  • 김정수 2004/10/14 15:34 # 답글

    1-0-2님.. 독서를 좋아한다는 표현이.. 즐겁게 하네요. 제가 독서록을 나름대로 쉽게 올리는 편이니까 참고로 읽어보시고 끌리는 책들은 사서 공감하시면 더 좋겠어요^^
  • zombie 2004/10/15 17:30 # 답글

    대학때 대충대충 읽었지만 (말이 좀 이상하네요..-_-;;), 재미있게 읽었던 책입니다. 지금 보면 또 어떨런지..
  • 김정수 2004/10/15 17:48 # 답글

    zombie님..대충대충 읽으셨어도 다시 보시면 기억이 새록새록 날거예요^^
  • replay 2005/01/06 01:39 # 답글

    저는 웃음보다 소유에 관한 논쟁이 인상깊었습니다.
    사용권이네, 재산권이니 하는 갑론을박 ^^;
    정수님 글을 보니 좀 정리가 되는 느낌이 듭니다. 헤헤 ^^
  • yugo 2005/03/28 00:12 # 답글

    저는 아직도 상권을 붙들고 있는 중입니다.
    물론 영화는 봤습니다.
    나름대로 (학교과제때문에) 책과 영화의 비교를 해보기도 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원작을 읽고서 영화를 봤어야 했나봐요.
    책을 읽는 내내 윌리엄에겐 숀코넬리의 모습이 비춰지고...

    다른분의 블로그에 소개된 '장미의 이름' 에
    윌리엄은 숀코넬리라고 말씀드렸더니
    마르고 얼굴이 길쭉하리라고 생각하셨다는군요.

    링크할께요.
  • 김정수 2005/03/28 09:12 # 답글

    replay님.. 갑론을박 논쟁은 이책의 흥미를 끄는 대목중에 하나지요..^^

    yugo님.. 영화를 먼저 보는것도 이책의 재미를 한결 부추기는 역활을 할 듯 싶어요. 저도 영화보고 싶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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