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치반찬에 대한 기억. 일상 얘기들..





난 우울한 세째딸로 태어났다.
연년생인 두언니들과는 달리 터울을 줘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었다고 한다.
그러니..맏며느리였던 엄마의 낙담과 당시 시어머니였던 친할머니의 실망은
이루 말할수 없었을 거라고 상상이 간다.
내 밑으로 남동생을 보기 4년까지 나의 찬밥신세는 안봐도 훤한 일이며
엄마의 마음고생은 오죽했을까 많은 동정도 간다.

하지만 어린시절 나는 그런 너그런 감정이 생길리 만무였으며
배고팠던 유년시절의 기억은 온통 남동생에 대한 편애로 인해
불행의 항아리에 빠진듯 우울하기만 했다.

언니들과는 달리 나는 남자아이로 키워졌다.
내리 세번째라는 고통은 돌사진 한장 남겨있지 않았고,
남동생을 보라는 의미로 '남자이름'으로 지었으며,
동생을 볼때까지 상고머리에 바지만 입혔다고 한다.
웃으면서 사진 한 장 없는 내유년시절을 어른들에게 들을때면
묘한 슬픔이 들어 자리를 뜨게 한다.

당시 엄마의 알수없는 계산방법.
남동생은 한개를 먹고, 한개를 1/3 로 나눠 세자매가 먹는다!
그러니까 당시 나는 동생의 1/3 인생 이라고 단순히 치부되는 기분이랄까.

언니들은 나이가 먹어서 배고픔의 갈증에서 회복된 시기였지만
나의 경우는 달랐다.
어떻하면 과자봉지를 안고 있는 동생의 과자를 온전히 내것으로 만들까..
온통 그생각으로 잔머리를 굴리다 보면 하루가 다 가곤했으니까..

그러던 어느날.
값비싼 은빛 갈치튀김이 밥상에 올라왔다.
뼈채 삼켜도 녹일만큼의 식욕을 가진 나에게 엄마의 그 억울한 계산법에
근거한 갈치토막의 분량은 눈물이 날정도로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니 온전한 한토막의 갈치가 동생에게 돌아갈때 나의 분노는
당시 상상을 초월 했던 것 같다.

잠시 엄마가 물을 뜨러가신 사이,
동생의 갈치를 정말 순식간에 내입으로 집어 넣어버렸다.
나의 그 민첩함이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지만, 밥상머리에 앉아있던
동생과 언니들의 놀란 눈망울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나는 엄마의 처절한 매를 맞는것도 부족해서 그다음날
아침까지 쫄쫄히 굶는 벌을 받아야했다.

없이살던 시절이었으니, 지금은 이해한다.
지금은 넉넉히 시장을 보는 주부가 되어 시장을 보다가 갈치를 볼때마다
마음 한 켠에 엄마의 미움이 아지랭이처럼 피어오르는 때가
있는것도 숨길 수 없는 내 본심이다.





덧글

  • 엘체이 2004/07/19 18:30 # 답글

    아아.... ㅠ_ㅠ
  • 꿈꾸는풍경 2004/07/19 22:01 # 답글

    전...나이가 들어도 이해 못할거 같아요...ㅠ ㅠ
    아무리 남동생이 귀해도....ㅡ ㅡ;
    내 입도 입인데...ㅡ ㅡ;
    흑.........흑...............
    전 다행히 남동생 하나 밖에 없어서 그런 설움 없이 살았군요..
  • 로맨틱한사랑쟁이 2004/07/19 22:15 # 답글

    갈치 맛나는 밥반찬...
    전 막내로 자라나서 그런지 그런 설움 모르고 산것이 엄마한테 새삼 감사하네요...
  • 가지나무 2004/07/19 22:18 # 답글

    정말 군침돌게 하는 사진이에요>ㅁ<
    짭짤한 갈치구이에 입을 맛기고파~

    그런데 저희누나도 저런 추억을 갖고있는걸까요?? -_-;;
  • happyalo 2004/07/19 22:37 # 답글

    옛 어머니들께 조금쯤 남아있는 그 맘. 저희는 그렇게 어렵사리 얻은 아들도 아니었고 그렇게 티나는 차별도 없었지만 그대로 어딘가 편애의 그 맘은 느껴졌습니다. 하물며 김정수님 어머니 입장에선 더 하셨겠지요. 설움도 많으셨을테고. 아들만 둘이셔서 어머니 입장 다 모르시는지도 몰라요. ^^
    김정수님처럼 갈치에 대한 설움은 없지만 예전엔 귀한 거 참 많았잖아요. 지금도 바나나, 바나나 우유 이런 것들 보면 괜히 사줘야 할 것 같은 기분. 바나나나 과일 캔은 병원에서나, 바나나 우유는 기차에서나 먹었던 기억. ^^
  • 혜광 2004/07/19 23:00 # 답글

    정수씨한테 혼날까봐 다 지워 버렸네.그리고 다시쓰네요.
    옛날에 아궁이에 불지피고 난후에 석쇠에 올려구운 갈치,
    햐! 그맛을 누가 알리요.
  • loveband 2004/07/19 23:04 # 답글

    딸만 있어봐서... 그 서러움은 없었는데... 정말 마음 아프네요...
  • 우주전사 2004/07/20 00:03 # 답글

    흑,,내 갈치,,
  • boogie 2004/07/20 03:30 # 답글

    ㅎㅎㅎ..전 위로 누나가 둘이죠..어릴땐 제가 귀한대접 받으며 살았다는 걸 못느꼈는데..객지에 나와 나 대신 고향에 부모님을 모시고 계신 큰 누나가 무척 고맙게 느꼈집니다..글썽글썽...
  • 편지이야기 2004/07/20 05:42 # 답글

    .빌 어 먹 을 이 데 올 로 기 는 어 쩔 수 없 나 봐 요.
    .어 린 날 의 작 은 기 억 은 참 오 래 남 는 데.
  • 꼬물이 2004/07/20 08:58 # 답글

    아침부터 가슴이 싸해옵니다.
    오늘 아침 밥 안먹는 아들 녀석을 위해 비싼 갈치 사다 구워줬는데도 안 먹어서 화가 났거든요.
  • 김정수 2004/07/20 09:08 # 답글

    이제와서 항변을 하려고 말을 슬그머니 꺼내도 엄마는 무심하게도 기억을 못하시더군요. 기억이란 각기 사람들에게 양분화 되어있다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 각자 편리하게도 말이죠..
  • Newtype 2004/07/20 09:27 # 답글

    사람들에게 기억은 양분화되어있다는 말씀 멋지네요.
    정말 그런것같아요. -ㅁ-)~
  • 넋두리 2004/07/20 09:29 # 답글

    제 경우는 할머니가 차별이 심하셨죠.. 그런 차별을 받으며 자란 누나에게 빚을 졌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것때문에 누나의 재능이 나아가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 김정수 2004/07/20 11:23 # 답글

    넋두리님 누님은 할머니의 억압에 재능을 포기하셨는가요.
    우리라도 그러지 맙시다. -.-
  • 시대유감 2004/07/20 12:30 # 답글

    갈치는 뼈 발라내느라 고생했지만, 먹어보면 맛있어서 좋아했지요.
    고등어나 이면수어만큼은 아닙니다만. ^^;
  • 김정수 2004/07/20 12:58 # 답글

    시대유감님은 담백한 생선류를 좋아하시는구나. 전 유년의 기억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갈치를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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