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 김수영 엄마가 읽는 시





책을 한권 가지고 있었지요.
까만 표지에 손바닥만한 작은 책이지요.
첫장을 넘기면 눈이 내리곤 하지요.

바람도 잠든 숲속,
잠든 현사시나무들 투명한 물관만 깨어 있었지요.
가장 크고 우람한 현사시나무 밑에
당신은 멈추었지요.
당신이 나무둥치에 등을 기대자
비로소 눈이 내리기 시작했지요.
어디에든 닿기만 하면 녹아버리는 눈.
그때쯤 해서 꽃눈이 깨어났겠지요.

때늦은 봄눈이었구요.
눈은 밤마다 빛나는 구슬이었지요.

나는 한때 사랑의 시들이 씌어진 책을 가지고 있었지요.
모서리가 나들나들 닳은 옛날 책이지요.
읽는 순간 봄눈처럼 녹아버리는, 아름다운 구절들로 가득 차 있는
아주 작은 책이었지요.


책 / 김수영.

..

풀.. 이라는 시로 유명한 김수영시인의 책이란 시다.
애잔한 그리움이 남아있는 시..






덧글

  • Lethe 2004/05/31 23:24 # 답글

    김수영이란 시인은 시는 항상....
    너무 너무 마음 깊은 곳에서 뭔가가 피어오르게 하는듯...
  • 김정수 2004/06/01 08:09 # 답글

    맞아요..
  • 들꽃 2004/06/01 08:57 # 답글

    오래오래 간직해야할 책이네요.
    모서리뿐만이 아니라 책전체가 부서져내릴 때까지...
    그렇게 오래오래 사랑의 시를 쓰는 삶이길...
  • 나쁜엄마표 2004/06/01 09:54 # 답글

    한 권의 책이 이렇게 소중한 삶의 일부가 될 수 있다면...
    그것도 행복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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