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이름은 유괴_히가시노 게이고. 책읽는 방(국외)







"누구나 그 상황에 맞는 가면을 쓰고 있다는 것. 그 가면을 벗기려고 해서는 안 돼.
누군가의 행위에 일희일비한다는 건 무의미한 일이지. 어차피 가면에 불과하니까.
그래서 나도 가면을 쓰기로 했어."


본문 中


나는 현실도피성으로 소설을 읽는다. 소설은 시작과 끝이 명확하다. 쉽게 풀리지 않는
현실에 비해 소설은 그 끝이 시원하기 때문이다. 또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쉽게 몰입할 수
있어 읽고나면 현실에 조금더 집중할 수 있는 체력을 보충해준다고 할까.

'게임의 이름은 유괴'란 이 소설은 영화로도 개봉했다고 한다. 책 제목에서 가늠할 수 있듯이
소설은 인질과 범인이 모의한 유괴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나는 책을 읽기전에 책제목에 조금더
신경써서 의미를 두는 편인데, '스톡홀름 증후군'처럼 인질과 인질범간의 애착이나 애정등의 감정들로
인해 소설에서 반전을 주지 않을까도 예측해봤다. 기분좋게도 내 예감은 짜릿하게 결말을 맞는다.

일단 유괴를 게임으로 생각한다니 흥미로웠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발상은 참 기발나다.
히가시노게이고는 소설의 아이디어와 구상을 마치면 원고탈고까지 속도감있게 진행되는 부지런한 작가로
유명하다. 소설은 범인의 싯점에서 진행된다. 그래서 더욱 몰입감이 좋았다.

잘나가는 광고회사 기획팀장 '사쿠마'는 어느 날, 몇 달을 공들여 작업했던 닛세이자동차 광고기획이
부사장의 지시 한 마디로 수포로 돌아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쿠마'는 승부의 직감력이 좋고 상대에
따라 적절한 대응가면을 쓰면서 주도면밀한 사회생활을 하는 영리한 남자다. 여자는 섹스대상 그 이상도
아니며 여자에게서 결혼얘기가 나오면 즉시 손절하는 등, 모든 것을 게임에 비유하며 사는 남자인 것이다.

그런 그에게 자신이 공들인 광고기획 거절은 굴욕감 그 이상이었다. 그는 부사장에 대한 복수를 꿈꾸지만
상대는 대기업 부사장이 아닌가. 복수방법을 찾으러 부사장 집을 배회하던 중 부사장의 딸 '주리'가 가출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고 미행하면서 이 소설은 시작된다. '주리'는 부사장의 전 애인의 딸로써 갑갑한 집에서
벗어나 독립을 꿈꾸고 있었고, 두뇌회전 좋은 사쿠마는 그녀와 협작해 부사장의 복수를 꿈꾼다.

'사쿠마'와 또다른 공범 '주리' 그리고 명석한 젊은 대기업 부사장과의 두뇌 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유괴범이 된 사쿠마는 닛세이자동차 게시판을 이용해 합의금을 요구하고 경찰도움없이 진행이 되었을때
딸 주리를 반환해준다는 조건을 단다. 완전범죄에 가까운 치밀한 작전으로 합의금도 받고 딸도 돌려준다.
하지만 반전은 '주리'가 귀가하고나서 시작된다. 너무 싱겁게 복수가 끝났다는 생각이 들 무렵 '주리'가
피살된 채로 발견되고(이 부분에서 상당히 놀랐다), 그와 같이 있던 주리는 주리가 아니었다는 것!

유괴라는 게임을 쫓아가는 이 소설은 진행속도가 굉장히 빠르게 느껴졌고,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영화 속
유괴범의 행적을 하나씩 클리어한다는 점에서 지능높은 완전범죄를 지켜보는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사실 우리는 내안의 수많은 페르소나(가면)을 장착하고 많은 사람들을 대한다. 하지만 본래의 편안하게
느끼는 자아는 흔들림이 없다. 맨얼굴을 보며 웃을 수 있는 상대에게서 우리는 평화와 안식을 느낀다.;
사쿠마는 인간관계를 상대에 따라 적절한 가면을 쓰며 살았었다. 상대 역시 가면을 쓰고 대하기 때문에
그 가면에 맞는 방법으로 대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게임으로 그는 알게 된다.
사쿠마가 마지막에 살 수 있었던 것은 맨얼굴로 상대를 바라보며 느꼈던 그 순간 때문이었다는 것을..

흥미롭게 읽히면서도 사회성을 위해 가면을 벗지 못하는 현대인의 모습이 비아냥거리듯 씁쓸하게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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