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마고, 예비 입학생들에게. 일상 얘기들..





2013년 11월 용희 수능 보기 전 후배들의 장도식 장면



오산의 명문고인 '세마고'의 졸업생으로써 예비 입학생들에게 당부글을 부탁받아 용희가 쓴 글입니다.
다 쓰고나서 제게 보여주는데, 당사자도 아닌 어미입장에서도 10년전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더군요.
용희도 적고나니 당시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3년간 쉴틈없이 공부했던 기억들이 떠오른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기록이란 것이 그만큼 중요하고 자신의 방향을 제대로 가도록 단단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



세마고 3년을 다닌 경험을 예비 입학생들에게 풀어써달라고 최문용 선생님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별것 없는 경험을 쓰려니 부끄러움이 앞섭니다.
그냥 먼저 다녀간 선배 이야기 정도로 넘어갔으면 합니다.

매 과목 다른 선생님께 종이와 칠판 번갈아 보며 수업 들었던 게 벌써 10년
지났지만 드문드문 떠오릅니다.
1학년 때에는 다소 긴장했습니다. 학교에 남아 창밖이 어두워질 때까지 책을 펴고
앉아 있는 게 무척 낯설었습니다. 과목별 책들로 잔뜩 서랍이 미어지는데 무엇부터
봐야하는지 혼란스러웠고, 짧은 쉬는 시간 같은 처지의 친구들과 농담하며 안도감을
챙겨야 했습니다. 첫 중간고사, 모의고사 전까지는 생활 변화에 적응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격려받을 만합니다.

처음엔 저한테 맞는 공부 방법을 찾았습니다. 저는 무작정 모든 내용을 메모하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돌아서면 까먹기 일쑤여서 듣고 읽은 내용 그대로 다른
누군가에게 다시 설명할 수 있는 데까지를 목표로 했습니다. 따로 예습도 해보고
인강도 찾아보기도 했었는데, 오히려 본 수업과 설명이 겹치니 집중이 무뎌졌습니다.
그래서 처음 공부할 때, 처음 문제를 풀어볼 때를 가장 오래 기억에 남길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복습에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1학년 때에는 한 문제당 몇 분 이내에 풀어야 한다는 말에 압박을 느끼고 문제를
빨리 풀려고 조바심을 냈었습니다. 하지만 문제 푸는 속도를 높여주는 것은 전에
풀어봤던 것에 대해 두 번 고민하지 않고 바로 체크하고 넘어갈 수 있는 자신감이었습니다.
반면, 자신감이 부족하여 읽었던 부분을 또 읽고, 의미 없는 검산을 반복하고 헤매는
버릇이 시간을 깎아먹었습니다. 한 문제라도 꼼꼼히 읽어가며 기초 개념을 쌓는 데
공들이는 것이 처음엔 느린 것 같지만 나중에 속도를 낼 수 있는 방법이었습니다.

2학년은 아직 먼 이야기같지만, 계절이 돌고 어느덧 날씨가 추워지면 금세 다가옵니다.
마음 같이 풀리지 않는 시험 성적으로 점점 불안해집니다. 같은 실수를 해서 자책하기도
하고, 채점할 때 스트레스도 상당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암울하게 보낸 2학년이 사실상
실력을 늘릴 수 있는 마지막 시기였습니다. 훌쩍 3학년이 되면 마음도 급해서 새로운 정보가
입력이 안 됩니다. 2학년 때 실력이 제대로 시험장에서 발휘될 수 있게 실수를 줄이는
훈련만이 남게 됩니다. 스스로가 문제 푸는 기계라고 느껴질 정도로 지루한 반복을 견뎠습니다.
체력이 한계에 다다르더라도 수능이 코앞이라 책상을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또, 입시 전략에
따라 논술, 자기소개서 등 평소 신경 안 하던 것들까지 한꺼번에 밀려옵니다. 정신없이 보내다
보면 안 올 것 같던 수능날이 슬그머니 다음주, 내일로 다가오고, 처음 보는 학교에 두리번거리며
들어가 수능을 치르고 나면 고등학교 생활이 마무리가 됩니다.

수험생활을 하면서 자책하지 않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세마고에서는 이를 추스르고
다시 도전하는 힘을 길러주었습니다. 왜 성적이 안 오르지, 왜 또 틀렸지 하는 마음이 든다면
그 전까지 들인 노력을 돌아보라는 조언이 기억납니다.

세마고를 졸업하고, 이후 대학 생활부터 취업 준비, 직장 생활에서까지 한 번의 시도만으로
성공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때마다 스스로를 낮추고 노력한 만큼만 돌려받겠다고 마음을 다잡으면
계속 부딪힐 수 있었습니다. 정 안 되면 마치 먹통이 된 컴퓨터를 껐다 키듯이 아예 처음 단계로
돌아가 다시 시작했습니다. 개념과 정의를 정확히 알고 있는지, 그걸 적용하는 데 실수가 없었는지
점검하는 것은 나중에 어떤 일을 하더라도 기본이 됩니다. 여러분도 공부에 매진하여 3년을 거치면
자연스레 노력하는 기술을 터득했다는 기분이 들 것입니다. 그게 나중에 얼마나 스스로에게 버팀목이
되는지 꼭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자신이 안 설 때, 마음이 약해질 때 혼자 앓지 말고 의지가 되는 선생님께 도움을 청하길 바랍니다.
저도 선생님들의 무수한 격려 말씀 덕분에 힘들 때마다 되새기며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세마고에 입학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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