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예습 _ 김형석. 책읽는 방(국내)






한 인간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주어진 책임은 무엇인가. 자기 자신의 완성이다.
그 완성은 인격의 완성으로 이어진다. 인격의 완성을 위해서는 더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대나무가 자랄 때는 마디마디가 완벽해야 큰 나무로 완전해진다. 그 어떤 마디라도 약해지거나
구실을 못하면 그 마디가 병들고 부러지기 때문에 나무 구실을 못한다. 그 주어진 책임은
누구나에게나 있다. 게으르거나 삶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은 그것을 고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의 인간됨을 사랑하고 값있는 인생을 원하는 사람은 그것을 즐거운 인생의 의무라고 여긴다.


본문 中



현존하는 한국철학계의 대부 김형석교수가 쓴 이 '행복예습'은 출판 당시 99세셨다.
아직까지 건강하게 인터뷰를 하시고 강의를 다니시는 근황을 알기에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다.
'100년을 살아보니'란 책을 읽을때 나도 모르게 콧등이 시큰하게 감동받았던 기억이 새롭다.

이 책은 한 세기를 산 철학자가 스스로의 인생을 돌이켜보며 깨달은 행복론을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해주는 책이다. 읽는 내내 저자의 유언같은 기분이 들어서 때때로 가슴이 떨렸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1920년 생인 저자의 인생굴곡을 짧게 소개하는데 견디기 벅찰정도의
힘든 삶을 사셨다. 그는 대한민국의 근현대사의 복잡하고 무겁게 휘몰아치던 시기를 당당히
견뎌 내셨다. 남한으로 내려와서는 6남매를 포함한 10명의 가족을 돌보기 위해 밤낮으로 뛰어
다녔다. 병든 어머니와 아내를 먼저 보내고도 자식들을 모두 훌륭히 키워내셨다. 그의 삶 앞에서
내 삶이 더 힘들다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저자는 고생이 있어
행복한 인생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인생을 행복하게 사려면 초점을 '성공' 보다 '가치'에 두라고 말한다. 그 가치는 일의
가치로서의 목적, 즉 이웃에 대한 사랑을 의무처럼 가질때 궁극의 행복을 만끽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역사적으로 봤을때 우리가 정신적으로 존경하는 인물들은 정치인도 경제인도 아닌
인류를 위해 헌신한 공을 세운 과학자나 예술가라는 것이 증거라고 한다. 돈이 목적이 되는 사람은
'소유'가 목적이 되는 사람이다. 소유의 만족감은 행복의 초보라고 말한다. 일의 보람을 찾는
사람은 행복의 3분의 2쯤의 기쁨을 갖는 사람이다. 행복의 최고봉은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신념처럼
가진 사람을 의미하며 그 중심에 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행복을 동반할 수 있는 성공이란 어떤 것인가. 내가 소유하고 있는 재산이
많을 때는 나를 위해서는 적게 소유하고, 그 재산의 사회적 가치와 보람이 어디 있는가를
찾아 도울 있을 때 의미가 있다. 많이 벌어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이 아닌, 베푸는 즐거움을
누릴 때 그 행복은 영구한 것이 된다."


100년을 산 노철학자가 말하는 행복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삶이었다. 지름길로 피해가는 요령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경쟁사회인 현대인들에게 그가 말하는 삶의 지침은 답답한 소리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기적인 경쟁으로 성공한 사람이 과연 행복할까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말하는 정의로운 질서가 갖춰지는 사회라면 얼마나 멋진가.

저자는 노년기를 80십이후로 계산하며 말한다. 인생의 활동반경이 넓게 잡은 것이 재밌었다.
노년기가 다가오면 삶이 느슨해지고 노욕(老慾)에 빠지게 되는 위험을 맞이하게 되는데, 그가
칼같이 말하는 노년기의 마음가짐은 아래와 같다.


누구에게나 노년기는 찾아오게 되어 있다. 노년기에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청년기에는
용기와 노력이 필요했고, 장년기에는 가치관과 신념이 요청되었다면, 노년기에는 삶의 지혜와
모범이 필수적이다. 그것을 갖추지 못한 늙은이들은 사회로부터 버림을 받는다. 녹슨 기계가
버림받듯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거나 패악을 끼치는 늙은이들이 뒷전으로 밀려나게
되는 것은 누구의 불찰도 아니다.

(중략)

지혜를 갖춘 사람은 크고 작은 일에 모범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 가정에서도 버림받지 않고,
사회적으로도 대우를 받는다. 지혜가 없는 노인은 자칫하면 노욕(老慾)에 빠진다. 노욕에서 오는
치욕과 불명예스러움을 남겨서는 안 된다. 찾아보면 노년기의 지혜에서 오는 모범은 수없이
많이 있다.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에 장년기보다 지혜롭지 못한 추한 모습을 보이게 된다.
백발이 영광이라는 말이 있다. 백발이 되어서야 누릴 수 있는 영광과 행복인 것이다.



얼마나 멋진 분인가. 어른으로 대접받기를 원한다면 그만큼 노력을 해야 한다. 백발의 영광은
저절로 찾아오는 게 아니다. 생각하며 살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항상 출발선상에 멈춘
사람인 것이다. 생각없이 시간만 축내며 나이를 먹지 말자. 어느 자리에서건 자기 역할이 있다.

내 아이들에게 어떤 직업을 갖고 어떤 사회생활을 할 것인지 물어보고 문제 삼도록 말해줘야 한다.
문제 의식과 목적을 갖고 출발한 사람과 전혀 그런 문제를 느껴보지 못하고 30여 년을 산 사람의
차이는 말할 필요도 없이 현격하게 달라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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