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인생일수록 아름답다. 일상 얘기들..







기분 좋은 말을 생각해보자.
파랗다. 하얗다. 깨끗하다. 싱그럽다.
신선하다. 짜릿하다. 후련하다.
기분 좋은 말을 소리내보자.
시원하다. 달콤하다. 아늑하다. 아이스크림.
얼음. 바람. 아아아. 사랑하는. 소중한. 달린다.
비!
머릿속에 가득 기분 좋은
느낌표를 밟아보자.
느낌표들을 밟아보자. 만져보자. 핥아보자.
깨물어보자. 맞아보자. 터뜨려보자!

-' 말의 힘' 황인숙 詩




금요일 오전에 친정엄마 척추치료차 병원에 다녀오는데 어찌나 차가 밀리는지 짜증이 저절로 나더군요.
요즘은 금요일 오전부터 여행행렬로 도로가 꽉 차 있습니다. 예상했던 시간보다 20분을 더 도로에 있었네요.
그래도 기분좋은 단어들을 연상하며 툭툭 입 밖으로 던져보니 조금씩 나아집니다.
그리고 언제 엄마와 이렇게 단 둘이 한 시간이상을 아무런 제약없이 대화할 기회가 있나요.

칭얼대는 아픈 남편이 옆에 없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잠시 자유감을 느끼는 아픈 엄마가 눈물겹습니다.
엄마의 허리(척추)는 아무리 주사치료를 해도 퇴행성이라는 중력의 힘 앞에는 나약할 수 밖에 없습니다.
노년에 부부 모두가 아픈 병색을 껴안고 사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한 켠이 아립니다.
엄마아버지가 시간이 갈수록 작아지고 구부정해지고 일그러지시네요.

"아버지가 아무래도 오래 못사실 것 같아.."

엄마가 절대 하지 않으실 것만 같았던 말씀을 스스로 하십니다.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은 알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스스로 부정하고 자위를 했을 뿐이죠.

"엄마, 아버지는 노년에 엄마 덕분에 편하게 보내고 계신거야. 너무 속상해 하지마요.
짜증내시면 아프셔서 그러니 그냥 받아줘요."

"그럼, 당연하지. 다리까지 못움직이시니 더 답답하고 힘드실거야. 네 아버지가 참 고생을 많이 하셨다.
땀을 얼마나 흘리며 일을 했는지 바지가 찢어졌는데, 남자가 실이 어딨니. 철사로 대충 연결했더라구.
빨래하려고 벗어논 바지보고 참 맘이 아팠었어.."

엄마가 아픈 아버지를 보면서 미안하고, 아픈 기억들을 많이 소환하고 계시는구나, 하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아버지는 힘들게 번 돈으로 처자식을 먹여 살리셨습니다.

치열히 움직였던 직장을 그만두고 중년이 되고나니 부모의 마음이 이제서야 눈물겹게 이해됩니다.
굳어가는 뇌를 다그쳐 간신히 말씀 몇 마디 꺼내는 아버지를 떠오릅니다. 이제 조금 살만해지셨건만.

모든 고난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합니다.
아프고 힘든 삶의 과정을 통해 사람들은 더 나은 인생을 살기 위해 자신을 다독이며 일어설 계기를 찾으니까요.
그래서 아픔이 많은 인생일수록 삶의 이야기가 깊고 아름답습니다.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려고 노력하면서 이 모든 과정을 묵묵히 지나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달리 그 방법밖에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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