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책읽는 방(국외)







사실 몹시 부끄러웠습니다. 저를 인간으로서 더 깊이 이해하고 계발하려고 인생의 절반을
바쳤습니다. 그렇다면 시간을 초월한 지혜의 빛을 가슴에 품고서 돌아왔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실상은 스웨덴에서 가장 불행하고 실패한 사람으로 전락한 것 같았습니다.

머릿속에선 온통 암울한 미래를 예견하는 목소리만 메아리쳤습니다.
'모든 게 갈수록 더 나빠질 거야.' 그런 목소리를 거부하거나 맞서 싸울 수 없었습니다.
불을 내뿜는 용을 상대로 신문지로 만든 투구를 쓰고 나무 막대기를 들이대는 꼴일
테니까요. 그 불안감은 제가 아는 한 가장 가혹하면서도 가장 훌륭한 영적 스승이었습니다..


본문 中



향년 60세때 이른 죽음을 맞이한 스웨덴 승려출신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의 거대한 애도
추모 물결이 지난 2022년 1월에 있었다고 한다. 그의 죽음의 원인은 루게릭병이다.
대부분 이른 죽음을 통보받으면 억울한 마음을 보일텐데 그는 죽음을 감사히 받아드리는
자세를 보였다. 그리고 '망설임도, 두려움도 없이 떠납니다'라는 말과 함께 우리곁을 떠났다.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는 정확히 말하자면 전직 승려출신이다. 명석한 두뇌로 승승장구
하며 젊은 나이에 다국적 기업의 임원자리까지 오르지만, 사회적 지위와 높은 연봉, 윤택한 삶
뒤에 찾아오는 자아가 상실되는 불안감에 혼란을 느껴 스스로 숲속 현자의 삶을 택하게 된다.

태국 북동쪽 전통 승려를 자처하고 갔지만 그곳은 승려로써 지켜야하는 엄격한 계율이 있는
곳이다. 대부분의 참여자가 포기하지만 그는 숲속승려의 모든 과정인 17년을 마치게 된다.
하지만 그는 마지막 과정에서 심한 밀림병에 걸리고 고국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고국으로 돌아오지만 이미 현대인으로써의 삶을 포기한 그에게 주어진 삶은 열악할 수 밖에
없다. 그는 언제나 그를 지지하는 가족들, 숲속의 지혜로운 스승승려의 영적 도움을 받아
그가 승려생활 동안 얻었던 지혜를 많은 시민들에게 전파하는 기회를 얻어 명상, 강연등의
왕성한 활동으로 재개에 성공한다. 하지만 그러던 중 2018년 루게릭병 진단을 받게 된다.
루게릭병은 신경근육이 서서히 굳어지다 사망하는 무서운 병이다.

그가 남긴 이 책은 처음이자 마지막 유서다.
이 책은 우리가 예상되는 뛰어난 정신력을 가진 인물의 독백이 아니다. 그보다 우리와 별반
다를게 없는 삶의 고통, 혼란, 괴로움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17년 승려생활동안 깨달은 지혜를
솔직하고 자세하게 전달해주는 특별한 책이다.

대부분 잘 나가는 삶을 포기하고(만족하며 살 코스였다) 흔들리는 자아의 방향을 찾으러
밀림 속 승려가 되겠다는 자식을 순순히 격려할 부모는 없을 것이다. 자식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인생이라는 존중이 내재되어 있는 부모이어야 가능하다. 숲 속에서 고생하는
자식을 격려하러 방문하는 대목을 읽을 땐, 과연 나라면 그럴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가 터득한 가장 큰 깨우침은 "삶이 뜻대로 되지 않을때 깨우침을 얻는다"이다.

"우리 삶이 잘 풀리는 한 지금까지의 습관, 삶의 조건, 반응 등에 대해 고민할 이유가 없죠.
무언가가 생각처럼 되지 않았을 때, 그제야 우리는 그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어떻게 해야 이 시간을 조금 덜 고통스럽게 지날 수 있을까?'
그 순간 진정한 자기에 대한 공감이 시작됩니다."


삶의 고통, 외면, 소외, 불편등 자신에게 닥치는 지독한 외로움을 마주할때서야 움직이려는
자아와 마주한다는 것이다. 불교에 귀의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속세에서는 그 깨달음을
스스로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는 승려생활을 하는 중에는 그런 고통이 없었을까. 아니다.
승려 공동체생활을 할때 어느 오클라호마주 출신의 승려는 무려 4년동안 아무 이유없이
그를 몹시 싫어했는데, 매일매일 조금도 감추지 않고, 적의를 드러냈다고 한다. 그는
그 긴 시간을 끊임없이 미움을 받고 나니 그동안 자신이 모든 사람에게 호감을 사려고
애쓰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깨우쳤다고 한다.

승려 생활 17년을 겪고 고국으로 돌아와 현대인으로의 적응이 불가능했을때 그는 또한번
좌절을 느끼게 되지만 스스로의 자문과 영적인 스승의 가르침을 흡수하고 일어서게 된다.
그의 승려시절에 배운 것들은 이전의 삶보다는 훨씬 단단하고 빠르게 지켜준 것이다.
그에게 내면을 바라보게 만든 승려기간은 훌륭했다.

이 책은 솔직한 내면의 소리를 글로 옮겼다는 느낌이 강하게 온다.
우리는 혼자 있는 시간을 극도로 불안해 하며 산다. 그것은 자신의 단점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 볼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조용히 명상하듯 이 책을 읽다보니 마음이 편안해 진다.

이 책을 읽다 번외로 태국불교와 태국 장례문화에 대해 많이 배운 느낌이 든다.
태국의 국민은 95%이상이 불교를 믿는다. 그만큼 불교에 대한 신뢰와 신앙이 깊은 나라다.

그가 죽음에 대해 밝은 마음으로 이야기 하는 것도 태국장례를 오랜기간 경험해서일 것이다.
태국은 장례를 밝은 마음으로 죽은이를 환송식해주는 분위기로 치룬다. 고통인 속세를
벗어나는 과정을 위로해주고 좋은 곳으로 가는 것을 함께 축복해주는 것이다.
불교 예법에 다라 화장(火葬)을 한 뒤 유골단지를 가정 또는 사원에 안치한다고 한다.

삶의 지혜를 얻으려면 어떻게 시작하는 것일까.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먼저다. 그것이 확신일지라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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