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괴감. 일상 얘기들..






당신이 외로운 까닭은 아무도 당신에게 관심을 갖지 않아서가 아니라
당신이 관심을 갖고 바라보는 그 사람이
당신에게 전혀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 인생을 바르게 보는 법, 놓아주는 법, 내려놓는 법 中






친정아버지 이발을 도와 드리고 돌아온 어제,
몸이 너무 피로해 식구들 저녁을 차려주고 일찍 떨어져 잤나 봅니다.
잠시만 누워 있자고 생각했던 잠짓이 몸시계가 해제되어 일어나보니 새벽이었습니다.
이젠 계획한대로 하루일과가 움직여지지 않는 변수에 체력도 생각해야 하는 것 같군요.

친정아버지가 거동이 힘드시니 짧은 거리인 이발소까지 모시고 다녀오는 것도 힘이 듭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머리를 다듬어 드려야 하는데, 제가 힘들다는 이유로 두 달로 미뤄져 버렸습니다.

컷트머리는 목덜미로 머리카락이 닿을때 얼마나 신경쓰이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입장에서
내가 힘들다는 이유로 미루는 마음은 사뭇 이기적이기도 한 것입니다.

퇴직한지가 어느덧 3년차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그 당시만해도 친정아버지가 지팡이만으로도 움직임이 가능하셨었는데, 이제는 휠체어가 없으면
바깥출입은 생각도 못하게 되었습니다. 80십이 넘어서면 극속도로 노화가 진행되는 것 같아요.
자주 찾아 뵙는데도 불구하고 불편한 움직임이 심화되는 것이 보입니다.

노환에 오래된 뇌경색(뇌질환)은 장기능 저하로 이어져 근래는 자주 설사를 하시네요.
그러니 더욱 장거리외출은 버겁습니다. 곁을 지키는 친정엄마의 고단함은 충분히 가늠이 되는 현실이죠.
그 고단함은 아버지 못지않게 엄마에게로 전이되어 질타섞인 고성으로 대화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존엄이 사라진 아버지의 초라함이 느껴져 애써 어느 편도 들지 못하고 외면하게 되는군요.

근래들어 급격하게 친정아버지가 말수가 줄어 드셨습니다.
어떤 화제를 꺼내도 단답형으로 말씀하시고 입을 다무신채 열지 않으시네요.
생각해보니 설사를 자주 하시게 되던 몇 달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당신몸 하나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는
자괴감으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제자신도 부끄러워 지더군요.
외로움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받는 상처가 클수록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가장 큰 원인이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겠지요.

친정엄마 홀로 외출하시는 시간이 늘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홀로 남아
집을 지키는 친정아버지를 생각하면 쓸쓸한 마음이 앞서는 것 또한 감출 수가 없습니다.
지병과 함께하는 노년의 삶은 관계의 불편한 체험을 통해 조금씩 이별을 연습하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그런 생각을 하면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 집니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



이 이글루를 링크한 사람 (화이트)

754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