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살 것인가. 책읽는 방(국내)







광장 시위와 마찬가지로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 내 반전시위나 마틴 루터 킹의 정치 집회도
워싱텅 DC의 역사적 축인 링컨 기념관과 워싱턴 기념비 사이에 위치한 넓은 공간에서
열렸다. 도시가 만들어지면서 생기는 이러한 중요한 축의 선상에 위치한 공간을 점유한다는
것은 권력의 장악을 보여 주는 것이다.
(중략)
미 국회의사당 앞길, 우리나라 광화문 광장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길 모두 좌우대칭의
모습이다. 권력을 나타내는 공간이 좌우 비대칭인 경우는 없다. 왜 권력의 공간은 모두
좌우대칭일까? 인간의 뇌는 본능적으로 규칙을 찾는데,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하나가
시각적 좌우대칭이다. 어느 공간이 하나의 규칙을 보일 때 그 공간은 하나로 인식된다.
모든 사람이 같은 군복을 입고 있을 때 하나의 군대로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좌우 대칭의 공간은 하나의 규칙하에 놓인 하나의 큰 공간이 되는 것이다.

본문 中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고 유현준씨의 생각이 더 궁금해져서 연이어 읽은 책이다.
앞으로 한 권 더 읽을 예정이다. 작가에 대한 지적호기심은 독자도 마찬가지다.

건축물을 인문학적으로 풀어 해석하는 그의 방식은 꽤 흥미롭고 지적향유를 느끼게 한다.
예를들어, 사람들은 흔히 건축물을 '물질'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는 '유기체'라고 생각한다.
건축물은 도시설계자에 의도대로 만들어지지만 자연발생적인 방식에 의해 진화되기
때문에 유기체라는 해석이다. 그것은 저자가 도시를 살아있는 생명체로 보는 시각에서
시작하는데 그런 의미로 책을 읽다보면 어렵사리 그의 생각이 수긍이 된다.

이 책은 건축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좀더 구체적으로 얘기하는데, 어떤 공간에서 지내는
것이 사람에게 정서적으로나 인격적으로 도움이 되는가 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첫 테마에서
다루는 학생들이 12년을 머무는 학교건물에 대한 이야기는 꽤나 충격적이었다.
아이들이 창의성이 부족한 것은 무엇보다 양계장같은 시설의 학교건물이라는 지적이다.
2미터도 안되는 천장높이와 교도소같은 감시체제 안에서 창의성은 커녕 전체주의적 사고를
주입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1장의 제목인 '양계장에서는 독수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아찔한
교육시설의 내용이 가득했다. 저자가 야심차게 신도시 학교설계를 맡아 창의성 있는 학교를
설계하려 했지만 결국 바뀌지 않는 교육시설감독감의 사고에 진저리를 친 내용도 나온다.
저자가 추구하는 창의성을 발휘할 학교는 어떤 모습인가.

학교 건물을 저층화되고 분절되어야 한다. 아이들은 사람 몸의 50배 정도 크기의 주택
같은 교사가 여러 채 있고 그 앞에 다양한 모양의 마당이 있는 공간에서 커야 한다.


현재 한국의 건물들은 권력과 힘의 양상을 보이는 건물들이 대다수다. 그동안 우리는 미쳐
깨닫지 못하고 어디 편하게 갈 곳 없는 도시라는 느낌만 드는 것은 그 때문이었다.
대형 아파트와 대형 쇼핑몰, 그리고 원활한 차량운행을 위한 넓은 도로로 인하여 사람들은
모두 차안에서 지하에서 건물안으로 자취를 감춰 버렸다고 말한다. 도로가 넓어지고 자가용이
많아지면서 사적인 공간은 넓어졌지만 정작 공적인 정주 가능 공간은 줄어든 것이다.

도로에 사람들이 붐비면 자연 상권이 살아나고 활력이 넘칠 것이다. 그 많던 사람들은 모두
지하로, 대형쇼핑몰로 사라져 버렸다. 저자는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말했던 지하철과
공원을 잇는 도시계획을 소망했다. 읽다보면 충분히 설계와 실천가능한 내용이었다.
뉴욕 맨해튼 경우 10킬로미터 내에 10개의 공원이 배치되어 있다고 한다. 그 말은 뉴욕시민
들은 7분만 걸으면 어느 공원이든 걸어간다는 뜻이다. 비싼 뉴욕에서 좁은 방에 살지만
공적인 정주 가능공간인 공원이 여러개 있으니 뉴욕시민들은 활기찬 것이다. 우리나라 서울은
15킬러미터 내에 9개 공원밖에 없다고 한다. 연속성이 떨어진 단절된 도시에 사는 것이다.
그저 푸념만 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학자답게 서울시의 도시계획을 꿈꾸는 저자가 좋았다.

1.5킬로미터 간격으로 '공원-지하철역-공원-지하철역-의 네트워크가 만들어진다면
서울시는 연속적으로 걷고 싶은 거리로 연결된, 소통이 활발한 도시가 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차선폭을 좁히고 선형 공원을 만드는 것도 유효하다.


결론적으로 잼있는 책이었다. 건축물을 통해서 표현되는 권력과 힘의 대비도 잼있었고
현대인들이 대형건물들로 인해 위축되는 외로움을 찾아낸 관찰력도 예리했다.
그것은 건축학자로서 풍요로워진 시선이 있기에 가능한 것 같았다. 사람은 아는만큼
보인다고 한다. 내 삶이 즐겁고 행복한 이유는 아는만큼 보이기 때문이다.




덧글

  • 커부 2021/11/16 15:33 # 답글

    최근 유튜브를 시작하셔서 유교수님 영상을 몇번 봤는데 진짜 재밌더라고요 ㅎㅎ 건축이 이렇게 재밌을 수 있구나 했습니다. 책도 시간나면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 김정수 2021/11/16 16:05 #

    저도요. ㅎ 오징어게임 유튜브 잼있게 봤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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