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똥 이야기. 일상 얘기들..





멸치똥을 바를때마다 나는 항상 피식 웃음이 터진다.

팻팸족 1,000만명시대를 살고있는 지금 이런 얘기를 꺼내면 아연질색할 이야기일까.
4집당 하나는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은 굳이 통계를 확인하지 않아도 산책길에서 만나는 실생활의
빈도만으로도 충분히 끄덕여진다.

하지만 옛날에는(이렇게 말하니 엄청 나이든 기분이 들기도 하네) 집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그러니 내 신혼때 옆집에서 애지중지 고양이를 키우던 할머니가 그렇게 신기해 보였다.
자식들 모두 출가시키고 적적하셔서 고양이를 키우시는 것 같았다.
결혼 전, 친정집에서 키웠던 개들도 생각이 나면서 동물을 사랑하는 할머니에게 자연스런 호감이 생겼다.

어느 날, 식구들 멸치볶음 반찬을 준비차 멸치대가리와 똥을 모두 발라내면서 그 할머니고양이가 떠올랐다.
고양이밥으론 멸치대가리와 똥이 최고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미치자 드디어 할머니와 말문을 트겠다 싶어
비닐봉투에 하나도 남김없이 멸치똥을 발라내어 그 할머니집을 방문해 선물처럼 불쑥 내밀었다.

"할머니, 고양이밥 주실때 쓰세요."

할머니는 웃음기 가득 멸치똥을 내미는 나를 황당하게 보시더니,

"아무리 고양이라도 똥은 안먹는다!"

똥만 있는게 아니고 대가리도 있다고 말하려는데 듣지도 않으시곤 나보다 더 황당한 얼굴을 지으시더니
들어가 버리시는게 아닌가. 아차!하고 생각하니 이건 생선도 아니고 멸치다.

내가 친정에서 개를 키울때는 개밥 줄 것이 없어서 시장통 생선가게에서 버려진 생선대가리통을 얻어와
개밥을 끓여 먹였다. 개들은 경쟁이나 하듯 씹지도 않고 위장으로 집어넣기 바빠 보였다.
고양이는 개보다 덩치가 작으니 멸치대가리로 충분하다 판단했다. 이런 멍충이!
다시보니 비닐봉투 안에는 멸치대가리 반, 똥 반이다. ㅋㅋㅋㅋㅋ

할머니는 이후 나를 보면 행여 당신 고양이에게 몰래 멸치똥을 먹일까 걱정스런 표정으로 날 보시는 것 같았고
나는 죄송스런 마음으로 소심하게 웃으며 자리를 피하곤 했다.





덧글

  • Mirabel 2021/06/12 12:00 # 답글

    저희집 부모님께서도 멸치대가리를 따면 그걸로 길냥이들 밥에 섞어주곤 하셨었는데 생각해보면 머리도 있지만 내장을 포함한 ~~ 가 있는것이니 반려동물로 키우시는 분들께는 거부감이 있을 것 같긴 하네요.. 지금도 식당을 하시면서 거의 매일 멸치를 다듬으시는 어머니도 떠오르고 그 당황스러웠을 당시 상황이 머리속에 그려져서 웃었습니다. ㅎㅎ
  • 김정수 2021/06/12 16:53 #

    어머니가 식당하시는군요. 멸치똥을 바르지않고 그냥 육수를 내거나 사용하면 살짝 맛이 무겁더라고요. 어머니가 손님들의 미식을 위해 보이지않게 신경쓰시며 영업하시네요. 신혼초에 식단이라곤 아무것도 모를때 추억이랍니다. 멸치를 바를때마다 떠올라요. ㅋㅋ
  • 명품추리닝 2021/06/12 12:45 # 답글

    할머니의 고양이 사랑이 극진하시군요. 이름이 멸치똥이라 거부감이 있으셨나봐요. 사실 멸치똥은 사람이 먹어도 건강한 성분이래요. 맛이 써서 그렇지...
    http://m.isusanin.com/news/articleView.html?idxno=19686
  • 김정수 2021/06/12 22:34 #

    그냥 통째로도 먹으니 나쁘진 않겠죠. ㅎㅎ 싸이트 공유까지 해주시고 감사해요. 사실 그 할머니와 동무해드려고 했던건데.. 아무튼 제가 실수한거니까요. ㅋㅋ 잼있는 기억이죠.
  • chocochip 2021/07/19 23:39 # 답글

    ㅎㅎㅎㅎㅎ 재미있는 추억 있으셨네요.
  • 김정수 2021/09/02 15:00 #

    아이고. 늦게 덧글을 읽었네요 ㅎㅎㅎ 잘 지내시나요?
    즐거운 추억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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