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를 찾는 한 마디. 일상 얘기들..







소중한 기억이 있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그것을 계속 끌고 가는 것일 텐데
이 소중한 기억은 휘발성이 남달라서
자꾸 사라지려 든다.
불행은 접착성이 강해서 가만히 두어도
삶에 딱 달라붙어 있는데,
소중한 기억은 금방 닳기 때문에
관리를 해줘야 한다.


- '준최선의 롱런' 中



아침 식사준비를 하기 전에 나는 원두를 갈고 핸드 드립커피를 자연스럽게 내린다.
은은한 커피향과 함께 옅은 시냇물소리가 머그컵 속에서 들려오기 시작하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나를 향해 다가오는 커피향은 미치도록 매혹적이다.

불과 몇 년전만해도 이런 여유가 생기리라곤 상상도 못했기에 퇴직후 정착된
작은 습관들에게 나는 만족감이 크다.

생각해보면 '여유'란 것이 그렇다. 어떻게 지내야 여유로운 것인가.

직장맘으로 지낼때 나는 항상 '바쁘다, 힘들다'는 생각에 빠져 살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 바쁘고 힘든 시간 속에서도 실타래가 풀리듯 어느새 지나가고 끝이 있었다.
내일을 걱정하지 말고 살았다면 어땠을까 후회가 된다.
그때 나는 바쁘다는 방어막을 앞에 세워놓고 행복을 찾았던 것을 아닐까.
변명을 준비한채 시험공부를 하는 수험생이었다.

이제는 집이라는 공간이 내 일터가 되었다.
직장은 바쁘고 집은 한가한가.
그럴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다.

다행이라면 여유란 것이 내가 스스로 만드는 것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랄까..
어차피 바삐 살아도 스스로 챙기지 않으면 숨통이 트이지 않는 거였다.

의외로 그 방법은 별거 아니다.

요즘은 친구들이 전화가 오면 당장 일손에 묶여 있어도 바쁘단 말을 뱉지 않는다.
뭐하냐고 습관처럼 눈치보는 친구들에게 '그냥 있지. 나 놀잖아?' 말한다.
그리고 슬그머니 전화를 핑계삼아 일손의 공간을 벗어나는 것이다. 나중에 하면 된다.
까르르.. 친구의 즐거운 웃는 비명 때문에 나도 덩달아 몇 초간 이어진다.

난 왜 그동안 이 즐거운 순간들을 놓쳤을까.



덧글

  • 영화처럼 2021/05/20 11:32 # 답글

    현명하신 정수님.
    묻고 싶은게 많으나...
    건강하시란 말 남겨둡니다.
  • 김정수 2021/05/20 12:45 #

    어머나! 영화처럼님. 오랫만이세요!
    이렇게 안부 물어주시고 다시뵈니 넘 반가워요.
    저 이제 퇴직해 한가해요. 언제든 연락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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