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봄날은 언제였을까. 우리집 앨범방




오랜 뇌경색으로 아버지의 잘생긴 얼굴의 반엔 우울함이 묻어 있네요.


친정엄마는 지금도 아버지가 식사를 무사히 끝마칠때까지 기다리십니다.


저는 가오리찜, 식혜, 잡채, 물김치, 육회를 해갔습니다.


다들 즐겁게 식사를 했습니다.


지난 토요일엔 친정아버지 85세 생신이 있었습니다.
친정엄마도 80십이 넘으셨고 몇 년전엔 심장스탠드 수술까지 받으셨음에도 자식들 손을 빌리지 않으시고
뇌경색으로 거동이 불편하신 아버지를 써포트해주시며 살고 계십니다.
제가 일주일에 두서너번 다녀오지만 걱정은 사라지지 않는군요. 노인의 삶은 참으로 더디고 무겁답니다.

그래서 이번 아버지 생신상은 가급적 제가 준비하려고 했고요.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랍니다.
저희 집에서 생신상을 차려도 좋지만 두 노인분이 이동하는 것조차 힘들어 하시거든요.

친정아버지는 북적이는 자식과 손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진정으로 표현하셨습니다.

"나는 엄마가 있어 지금까지 살고 있는거다. 참 천사같아."

아버지가 젊은시절 진작에 깨달으셨으면 얼마나 좋으셨을까 속상한 마음이 있지만 그래도 엄마는
괜찮다고 하십니다.
아버지가 아프니 엄마에게 돌아왔다고 생각하고 계셨고, 그래서 지금이 옛날보다 마음은 편하시다네요.
이 무슨 슬픈 결론인지 모르겠습니다.

생각해보면 사람의 인생에서 화려하게 빛나는 봄날의 시간은 얼마나 짧은지요.
사회에 나가려 준비하는 초년 30년을 빼면 30년정도만 자기 의지대로 바삐 움직이고, 남은 30년은
지나온 세월을 되새기고 후회하다 마감하는 것 같습니다. 한창일땐 노년이 올것을 생각에 담지도 않죠.
아버지의 봄날은 어떻게 지나갔을까요. 제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40대는 술에 쩔어계셨습니다.
누적되었던 아버지의 미운 마음들도 힘겹게 거동하시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저 이제는 아프시더라도
떠나지 마셨으면 하는 마음 뿐입니다.


낮에 찍은 꽃나무들은 화사해 캠퍼스를 누비는 청춘들같고.


밤에는 왠지 홀리듯 유혹적입니다.


봄에 꽃이 그리운 것은 그만큼 어두웠다는 반증이 아닐까요.
집에 철죽종류의 나무가 2개 있건만 좀더 보고 싶어 남편과 일요일아침에 화원에 들렸습니다.
방울철쭉, 만리향, 율마, 사랑목 이렇게 네 개를 집으로 입양해 왔답니다.
봄나무들은 겨울내 힘들었던 자신에게 보상이라도 하듯 거친 껍찔 속에서 꽃부터 꺼냅니다.
그 화려함이 어찌나 황홀한지 한참을 그녀들 앞에서 쪼그리고 보게 만듭니다. 봄날의 시간이 짧다는 것을
알기에 하루에도 몇 번이고 베란다 화분에 눈길을 잡아 둡니다. 오래동안 기억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



이 이글루를 링크한 사람 (화이트)

751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