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이다. 일상 얘기들..






'기억이란 사랑보다 더 슬퍼'라는 노래가사를 흥얼거리다 지난 회사생활이 갑자기 떠올랐다.
노래를 듣다가 회사의 기억으로 이어진다니 나도 어지간히 답답하다.
퇴직하고 벌써 만 2년이 지났으면서도 일상 속에서 자잘한 걸림돌이 되는 것이 솔직히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그럼에도 퇴직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 툭하고 먼지털 듯 머리를 흔들어 본다.
그래. 아무리 생각해도 퇴직을 한건 잘한 결정이다.

퇴직하고 가장 좋은 점을 꼽으라면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하나의 정체성을 찾은 것이라 말하고 싶다.

항상 동선을 체크하고 계획에 차질이 생길까 바삐 달리기만 했던 나의 지난 시간들은 일과의 전쟁이었다.
잠시 짬이 생기면 즐기기보다 놓친 일들이 있었을까 전전긍긍했다. 일에 최적화된 인간처럼.

그러다 급격하게 건강이 악화되었고, 계기랄까...
시어머니의 별세는 쉼없이 달리던 나를 멈추게 했고 나의 삶에 의문을 제시하게 되었던 것 같다.
가족의 일원이 삶의 공간에서 사라졌다는 것을 받아드리는 것은 삶의 또다른 낯설음이다.
머리로는 받아드려도 가슴과 마음은 벽에 걸린 어머니의 사진에서 종종 멈추게 했다.

고백하지만 회사와 가정에서 내 모습은 양면성이 강했다.
부드럽고 모든것을 포용하는 가정과는 달리 직장에서는 항상 날카롭고 예민했다.
변명같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진척이 없다고 믿으며 일했던 것 같다.
퇴근할때면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사람인양 나의 모습에 진저리를 치며 회사문을 나섰다.
회사스위치를 끄는 습관이 없었다면 나는 아마 미쳤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일해서 회사에는 도움이 되었겠지만 나는 이중성의 탈에서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청춘을 다 바쳐 일했던 조직이니 쉽게 잊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회사에서 일하는 꿈을 꿀 정도니까.
하지만 점점 꿈의 빈도가 줄어들고, 억울하고 힘들었던 시간들보다 좋았던 기억이 공간을 넓혀가는 것을 느끼면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피어난다.

그점은 정말 다행이다.









덧글

  • 명품추리닝 2021/02/19 15:45 # 답글

    은퇴를 축하합니다!
    이제 꽃길만 걸으세요 ㅎ
  • 김정수 2021/02/20 21:15 #

    네. ㅎㅎ 말씀만 들어도 이미 꽃길이네요. 감사합니다.
    즐겁게 살도록 노력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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