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_김수현. 책읽는 방(국내)






이러한 차별의 뿌리는 결코 짧지 않다.
백성이 지은 농사로 먹고살면서도 그들은 천대하던 호랑말코 같은 관료들이 심어놓은
관존민비(관리는 높고 귀하며, 백성은 낮고 천하도 여기는 헛소리) 직업관이 자본주의
위세 결쟁에 맞물려 새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이 차별의 OS는 직업 간의 임금 차를 좁히지 못하게 하고, 그건 다시 차별을 강화한다.
(중략)
미래에 대한 과대망상과 차별의 OS가 평범한 자신에 대한 수치심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자신이 그들과 같다는 걸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것. 노동자 계급의 연대가 어려운
이유 역시 이 자기혐오에 있다.

본문 中




김수현씨가 이 에세이집 전반에 걸쳐 내내 얘기하는 자존감과 인격적 대우의 필요성은
살면서 우리 모두에게 생존의 의미를 갖는 중요한 이야기다. 그럼에도 나약한 존재라
느끼는 사람들은 자괴감에 속내를 드러내지 못하고 어쩔 수 없다는 현실에 변명한다.

아직도 직업의 차별화는 드라마나 소설의 단골 소재다.
그만큼 우리사회의 팽배한 차별적 사고방식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다수의 노동자계급의 연대가 왜그리 어려운지에 대한 저자의 대답은 "자기혐오" 다.

대학가서 미팅할래, 공장가서 미싱할래? 인터넷에서 속어로 유통되는 이 글귀 역시
의미하는 속내는 공부하지 않은 형벌로 노동의 비참한 삶을 스스로 각인하듯 무시와
차별의 기본 OS로 장착하게끔 조성하고 있다.

저자는 좋은 직업을 향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도 열심히 배우는 것도 마음껏 하되,
결코 누구의 삶도 모욕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그것이 당연한 진리가 되어야 한다.

대다수 많은 사람들이 노동자계급의 분포도 속에 살고 있음에도 최상단 계층의 동경하고
그들의 부류에 속하지 못하면 자기혐오로 변질되어 자기의 삶이 억울하게만 느껴진다면 이것은
분명 잘못된 문화가 아닌가. 그렇다면 그들의 갑질은 당연한 것인가.
갑질의 부당한 대우에 비굴해져가는 것은 갑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갑질이란, 최소한의 인격적 대우조차 갖추지 않은 천박한 갑과
최소한의 인격적 대우조차 요구하지 않는 무력한 을의 합작품이다."


그러니까 이 에세이집은 대다수의 '을'들에게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게 만드는 책이다.
우리의 역사문화가, 교육현실이 자신의 감정존중 보다는 타인의 생각과 융화에 길들여져
있다보니 '눈치'라는 사회적 현상이 마치 '겸손'으로 포장되어 있는 것이다.

다수의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사회활동 중에 '사람과의 관계'를 꼽고 있다.
자신은 늘 '을'이라는 위치로 느껴지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고단한 삶을 견뎌야하고
또 어쩔 수 없이 비굴하게 산다는 것이다.

일례로 조직내에서도 상사의 갑질은 직장을 이직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저자는 이직의 결정을 상사를 원인으로 삼지 말라고 말한다. 그것은 당신이 인격적
대우조차 요구 하지 않은 당신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퇴직을 결정한다면 그들의
갑질은 다음 신입에게로 이어질테고 그 질긴 갑질의 끈은 더욱 강승해지기 때문이다.

정신이 번쩍 뜨이는 말이 아닌가. 그러니 이직의 결정은 스스로 내려야 한다. 회사가
내 비전에 맞지 않아서 떠나는 것이 정답인 것이다.
그러기까지 수많은 자기내면의 결정과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그래도 해야 한다.

뭐랄까. 이 책은 한국사회 전반에 팽배되어 있는 갑과 을에 대한 보편적 시각을 얘기하고 있는데
그에 대한 저자의 제시가 가볍고 시크하고 자유롭기까지 하다. 공격적이지 않고 편안하다.

사회는 다행히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다. 90년생들이 사회의 주요인력으로 활동하고
있고 그들의 인식이 이 사회를 좀더 공정하게 변화시키고 있다고 나는 느낀다. 또한 이런 의식전환의
도서들이 새로운 시대의 패러다임을 열듯 기존의 사회적 진리를 바뀌고자 분주히 움직인다.

저자는 흔들리는 자존감을 가진 많은 '을'들에게 나답게 살아가길 권한다.

우리, 당연했던 것들에 질문하자. 당신이 믿어온 것이 정말 당신 내면의 목소리인지,
아니면 어느 순간 의심없이 따라온 타인의 목소리인지 묻자. 믿어왔던 진리에 대하여
질문할 때 우리는 한 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나도 저자의 말에 한 마디 더 보태고 싶다.
나 역시 힘들때마다 늘 속으로 되뇌었던 말이다.

"한 번 뿐인 인생인데, 후회없이 내가 선택하고 결정하자. 내 인생은 내가 결정한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



이 이글루를 링크한 사람 (화이트)

749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