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의식. 우리집 앨범방




서울대공원엔 가을이 한가득.



일요일엔 비가 온다는 예보가 나는 왜 가을이 떠난다는 소리로 들렸을까.
휴일아침, 널부러져 있는 식구들을 향해 쫓기는 사람처럼 서둘러 집밖을 나가자고 다그쳤다.
몇시간을 소요해 장거리 여행을 좋아할 정도의 체력도 없는 나는 요즘 고작해야 서울대공원에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대공원이 우리집과 가까울 뿐이지 이곳을 찾아 먼 길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으니
이 잣대도 따지고보면 사실 내 기준인 셈이다.

전업주부가 된 이후 다시 나는 일상 속에 한 조각처럼 조용히 지내고 있다.
평화로운 삶 속의 만족감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지겹도록 조직생활을 한 덕분일지도 모르겠다.
가족들을 위해 세끼 반찬을 만들고, 그들을 기다리다 같이 저녁을 먹는 이 일상들이 감사하다.

어쩌다보니 10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서울대공원 산책길은 사계절 한결같이 마음을 정리하기 좋은 곳이지만 특히 가을은 운치있다.
떨어진 나뭇잎들은 이내 바람결에 뛰어가는 아이들처럼 신나게 몰려 다닌다.
마법에 걸린듯 뒹구는 무리를 바라보다.. 그들을 내보낸 휭해진 나무들까지 시선이 이어진다.
그들을 가만히 보노라면 겨울이 곧 올거라 느낀다. 묵묵히 받아드리는 그들의 모습에서
조용히 가을을 보낼 용기가 생긴다.

언제부터인가 반강제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것이 유쾌하지 않다.
타의적으로 내몰리는 나이듦은 자연스럽지 않기에 나만의 순수한 의식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것이 가을의식이라고 하면 적당할까.
가을은 지난 한 해동안 뜨거움을 채운 몸을 식혀주는 계절인 것이다.

나의 삶은 소중하고 우월하고 아름답다.
가을은 옳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



이 이글루를 링크한 사람 (화이트)

749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