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쓰지 않고 편안하게_김수현. 책읽는 방(국내)






그렇다면 엄마가 희생으로 자란 자식은 괜찮을까.
크면 집도 사주고, 차도 사주고,
대학병원에서 건강검진도 해드리고 싶었지만,
그 모든 게 쉽지가 않으니 불효자는 눈물이 나고,
지극히 자연스러운 독립과 자율성의 욕구에도 죄책감을 느낀다.

세상에는 마더 테레사급의 희생적인 엄마만 존재한다고 여기는 건
양쪽 모두에게 비극을 만드는데
사람이기에 그럴 수도 있는 일도,
'그래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일'이 되어
엄마는 자신의 모성을 의심하고,
아이는 자신을 비운의 주인공처럼 느낀다.

결국 모성의 상향 평준화는
우리 모두를 죄책감과 상처에 취약한 존재로 만들었다.
원래 이상적인 걸 정상적인 거라 여기면
소수의 이상적인 사람을 제외하곤 다 힘든 법이다.




본문 中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김수현씨의 에세이집이다.
정말 읽으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독서를 마쳤다. 책 제목처럼 사람들과의 모든 관계가 한 사람의
일방적인 희생과 인내로 이루어지지 않고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인생은 그리 녹록치가 않다.
어디든 갑과 을이 존재하고 평화를 위해서 감정을 숨기는 사람덕에 원만하게 굴러가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대로 표현하며 살고있지 않다.

저자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이러한 희생과 관계는 또다른 비극과 미움의 확장일 뿐이라 말한다.
나는 '엄마의 기본값'이란 글을 읽으며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동동걸음으로 미친년처럼
육아와 직장을 오가며 내 삶을 접어야만 당연시했던 지난 시간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여자는 약해도 엄마는 강하다'라는 말은 보이지 않게 엄마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
엄마도 인간이고 연약한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엄마의 헌신은 기본값으로 깔고 간 이 사회는
결국 불행한 엄마를 만들었고, 그 노력에 부흥하지 못한 자식에겐 죄책감을 양성시켰다.
다행히 이제는 사회적 인식이 많이 좋아져서 육아에 대한 책임이 온전히 엄마에게만 있지 않다.
사람들의 의식수준이 그만큼 높아졌고, 여성의 사회적 진출의 파이가 커졌기 때문이리라.
그럼에도 현재 육아의 대부분의 손길은 여전히 여성에게 의존하고 있다.

책에서는 부모 자식간의 관계서부터 친구, 가족, 직장생활등 사회전반의 인간관계에서 빚어지는
욕구들의 마찰인 관계의 해법을 너무 애쓰지 말고 편안히 풀기를 권하고 있다.
그 바탕에는 '자신에게 맞는 건강한 경계를 정해 놓으라' 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내게 불편한 감정이 있거든 상대가 알아 주기만을 힘들게 기다리지 말고 말을 해야 한다.
일단 표현해야 상대의 반응을 알 수 있지 않는가.
어차피 우리의 말은 상대의 경험과 지식수준에 따라 전혀 다르게 번역되기 때문에, 내가 아무리
사려 깊게 표현할지라도 상대의 반응까지 통제하고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저자가 쓴 글 중에 관계에 대한 마음에 와닿는 글을 옮겨본다.


관계는 두 사람이 하는 공놀이와 같기에 서로 주고받을 때 놀이이고, 즐거움이다.
상대는 내게 공을 던지는데 나는 조금도 받아치지 못하면, 그때부턴 놀이가 아닌 폭력이 되고,
상대는 본인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가해자가 되어버린다.
그러니 상처 내기 위함이 아닌, 더 깊은 유대를 위하여 당신의 마음을 표현해보자.
상처가 되지 않도록 표현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지만, 어떻게 받아들이지는 상대의 몫이다.



우리가 상처받는다는 말은 어떨때 쓸까.. 생각해 본다.
내가 의무적으로 대하는 사람들에겐 어떤 말을 들어도 상처받지 않는다. 왜냐면 바로 대처하고
해결하려 들기 때문이다. 결국 상처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받는다.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함부로 대한다면 가만히 있지 말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그들의 행동과는 무관하게 결국 당신은 그들을 미워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편안한 관계는 내가 편안할 수 있을 만큼의 경계를 스스로 세우는 허용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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