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에게. 엄마가 읽는 시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의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시 하나로 이렇게 위로가 되다니..
시인은 정말 천재가 아닐까.
사람은 좌절과 실패의 결과물인 고통보다 사람과의 관계로 가장 큰 상처를 받는다.

그렇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나 뿐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다 외로워 하고 있다.
그러니 너무 외로워는 하지 말자..








덧글

  • 순수한 산타클로스 2020/08/23 12:10 # 답글

    올려주신 시를 보고 저도 생각나는 일들이 있네요.. 내가 외롭다고 생각을 해서 섭섭함이 생겨나는 것인지는 몰라도 마음이 허했던 일들이 있었어요. 관계란 게 참 어렵다고 요즘 느꼈습니다. 학교에서 과목으로 가르쳐줬으면 좋겠어요.ㅎㅎ 마음이 무거울 때는 일부러 기분 좋아지려고 하지 않고 그냥 놔두고 천천히 다른 일 하니 오히려 낫더라고요. 이렇게 시 한편에 마음을 투영해보는 것도 좋고 오늘도 감사하네요.^^
  • 김정수 2020/08/23 14:20 #

    자아형성이 일어나는 청소년기서부터 사회에 진출하기 전까지의 학습과정이 오로지 입시에 메달려 있는게 문제겠죠.
    치열하게 공부하는 아이들을 보면 안타까워요. 우리집 아이들도 그랬지요.
    30살이 된다고 어른이 되었을까요.. 어쩌다 어른이 되버린 겁니다.
    시와 문학을 멀리하고 자란 어른들은 이기적인 사람과의 관계에 허둥대고 힘들어 합니다.

    사람과의 관계가 힘든 것은 자기내면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한거고요.
    최소한 이런 시를 읽으면서 자기 마음만은 챙겼으면 좋겠어요.
    요즘은 저도 마음이 영 안좋거든요...

  • 만다린 2020/08/25 18:02 # 답글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는 글귀를 좋아해서 수선화에게 시를 좋아하는데 오랜만에 읽으니 역시나 좋네요.
    모든 감정을 느끼고 생각하는건 다 사람이기 때문이고 나만이 아니라 모두가 느낄수 있는 감정이라는 게 참 위로가 되는 것 같아요
  • 김정수 2020/08/26 21:10 #

    시를 읽고 위로를 받는다는 건 공감능력이 뛰어나단 뜻이래요.
    우리가 살면서 사람과의 관계로 가장 힘들어하고 외로워 하잖아요.
    그럼에도 결국 사람에게서 위로를 받으며 살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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