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의 철학자 아르투르 쇼펜하우어는 사람이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나서 인생을 돌아보면
그 속에 마치 한 편의 소설처럼 나름의 질서와 계획이 들어 있음을 알게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우연적이고 사소해 보이던 사건들이 알고 보니 일관된 하나의 줄거리를 구성하는 필수적인
요소였던 셈이다. 그 줄거리는 누가 구상한 것일까?
쇼펜하우어는 우리의 의식이 작동하지 않는 무의식의 영역에서 꿈이 생겨나듯이, 우리의 인생
전체도 그와 비슷하다고 설명한다.
완벽한 우연의 일치로 우리가 만나게 될 어떤 사람이 우리의 인생을 만들어갈 대리인이 되고,
우리 역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누군가의 인생에 영향을 미칠 대리인 역할을 하게 된다.
마치 우리의 인생이 누군가의 꿈이고, 꿈속에서 그 꿈의 모든 등장인물이 함께 꿈을 꾸고 있는
상황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모든 것은 다른 모든 것과 연결되고, 생명과 존재의 의지가 그 관계를
움직이며, 그 의지는 자연의 보편적인 의지에 다름 아니다.
- '영양의 비밀' 본문 中
동물과 식물의 행동생태학을 연구하는 학자가 썼다고 믿기지 않을만큼 다양한 분야의 조예가 깊은 책이다.
인용한 본문 내용은 이 책의 리뷰와는 별개로 인상이 깊어 옮겨본다.
이 책에도 나오는 얘기지만, 위 글은 생태학과 관련하여 자연의 순환에 대한 질서를 설명하고자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글이 짜릿한 전율을 느끼게 하는 것은 우리의 인생을 발견하는 방법을 제시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인생이 어떤 것인지를 알고 싶다면 지나온 삶을 돌아보라고 말한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서 지나온 삶을 돌아보면 신기하게도 우연처럼 보였던 사건들이 마치 소설처럼 나름의
질서와 계획처럼 딱 들어맞는 우연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정말이지 사람들이 말하는 지나온 이야기들은 우연과 운이 일치되지 않은 줄거리가 하나도 없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일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운명과 숙명에 대한 수수께끼가 아닐까.
신화에서는 운명과 숙명은 둘 다 우주 안에서 어떤 질서가 작용한다는 믿음을 나타낸다고 한다.
'운명'은 필연적이어서 피할 수 없는, 다시 말해 미리 정해진 사건의 경로를 의미한다. 사주팔자정도일까.
'숙명'은 개인의 자의적인 참여가 반영된다. 어려서 아무리 노래를 잘한다고 주변에서 칭찬을 했어도 본인의
의지가 없다면 커서 노래방에서 취미로 부르는 정도로 그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숙명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미래에 투영되는 결과의 순서가 달라진다는 의미다.
우리가 50십이 넘어서 현역의 자리에서 물러나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자신의 인생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그리고 남은 삶이 어떻게 그려질지 어렴풋이나마 확신이 서게 된다.
결국 나를 그동안 움직여온 연속성의 의지들이 운명의 등장인물들과 어우러져 내 인생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영양의 비밀' 이란 이 책은 많은 분들이 읽었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삶에 대한(어차피 인간도 동물이니), 먹는 것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다가 삶의 종착역에 다다랐을때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지도 깊이있게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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