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가을을 느껴보세요. 우리집 앨범방







멀리서 빈다


나태주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가을은 봄과 다른 감정의 소비가 일어나는 계절 같습니다.
아침저녁 싸늘한 온도는 겨우내 숨죽일 시간들을 예감하게 되고, 마지막 외출을 채비하는 사람처럼 마음이 분주해집니다.
여름나무들을 보면 일관된 짙은 녹음으로 우렁찼다면, 가을나무들은 마지막 본색을 드러내듯 울긋불긋 본연의 자태를
나타냅니다. 늘 맞는 가을이건만 숨어있는 감정을 발견한 듯 그녀들을 만나러 가고 싶어지니까요.

어제, 서울 도심 속 듬직하게 자리잡고 있는 창덕궁가을을 남편과 보고 왔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휙 다녀오니 세상 편하네요. 앞으로 이렇게 많이 다녀야 겠습니다.
한가한 평일여행을 생각하고 출발했는데 너무 많은 인파로 깜짝 놀랐습니다. 창덕궁후원이 그렇게 멋지다고 해서
보고싶었는데 예약없인 힘들다고.. 그곳은 어지간한 준비없이는 앞으로도 보기가 힘들 것 같네요. ㅋㅋ

한복 차림의 외국관광객들이 너무 많아서 당황하듯 많이 웃었습니다. 빤짝이 한복을 다들 하나씩 입고 다니더군요.
외국인들 입장에선 한국관광 코스 중에 당연 서울도심에 크게 자리잡은 4대궁을 보고 싶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체 관광객들도 많았고, 우루루 몰려 다니며 가이드 해설을 듣는 그들을 보면서 왠지모를 자부심도 들더군요.

하늘도 참 깊고 푸르렀고요, 가을나무들도 궁궐과 너무 아름답게 어울렸습니다.
구중궁궐이란 말이 있는데, 깊고 넓은 궁궐 안에서 깊어가는 외로운 가을을 보냈을 궁인들이 문득 많이 쓸쓸했을거란
생각도 미치더군요. 그런 생각으로 얼굴을 드니 아름다운 궁궐의 처마가 눈에 가득 들어옵니다.

세계문화유산답게 많은 관광객들이 왕래함에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느껴져 기분이 좋았습니다.
우리부부는 조용히 이곳저곳을 두시간 가량 돌다가 힘이 들어 돌아왔어요. ㅋㅋ

너무 바빠 가을을 챙기기 힘드신 분들은 멀리 힘빼지 마시고, 가을창덕궁을 조용히 권해 봅니다.
사색하기도 참 좋고, 잊혀져갈 가을을 담기엔 최적인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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