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의 이유. 일상 얘기들..





매년 명절을 2주정도 앞두는 주말에는 어김없이 선산으로 향합니다.  명절을 앞두고 벌초하기 위해서죠.
어제아침,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남편과 논산으로 향했습니다.
시대가 변하고 문명이 발달해도 명절을 지키려는 명맥은 유지될거라는 것을 긴 벌초행렬 차량을 통해 느끼고 있습니다.
교통방송에서 실시간으로 방송을 해줘도 막히는 도로에는 답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이번에는 국도를 이용해서 내려갔는데요.
조금 구불거리는 길을 교통체증때문에 할수없이 선택했지만 오히려 여유로운 기분을 선물받은 기분이었어요.
한참을 달려도 변화없는 고속도로 풍경과 뒷꽁무니 차량만 보는 답답함과 비교된다랄까요.
달리는 속도에 따라 산새들이 정겹게 바뀌고, 깊어가는 하늘을 자연스레 바라보게 되더군요. 
국도변의 찰옥수수, 고구마, 밤을 파는 장사트럭을 하나씩 흥미롭게 보다보니 어느새 도착지가 가까워졌습니다.
역시 가을의 시작은 하늘이죠. 어제 급하게 소나기 내려던 하늘은 저만치 끈떨어진 연처럼 높아져 있습니다.

선산에서의 벌초행사는 다소 형식적이라 빠르게 끝났습니다.
기능좋은 애초기로 벌초는 후다닥 끝났고, 한꺼번에 제사상에 인사를 드리고 일어나 모두들 점심식사 장소로 옮겼습니다.
이렇게 한 시간도 안되는 벌초행사를 하러 다들 몇시간을 공들여 내려 왔네요.
묘지를 정리하는 행위를 굳이 이렇게 시간을 내서 하는 이유가 뭘까요.. 생각하게 됩니다.
인부를 쓰면 시간도 절약되고 비용도 줄일 수 있고, 무엇보다 각자의 사생활이 더 여유로워질텐데요.
 
돌아가신 어머니는 생전에 조상을 잘 모시면 자손이 복을 받는다고 늘 그런 말씀을 하셨지만 저는 솔직히
수긍하기 힘들었습니다.  자신의 복은 부단한 노력이 우선된다고 믿거든요. 
하지만 따랐던 이유는 그럼으로써 어머니가 편하시다면 된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나서 어머니가 묻힌 비석을 보니 마음이 바뀌게 되네요.
예전에는 남일같던 조상의 묘지들이었지만, 당장 어머니의 묘지의 벌초를 하게 되었으니까요.
돌아가신 분들의 마지막 자리를 다듬어 드리면서 자신의 인생을 경건하게 바라보게 되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누구나 한번은 피할 수 없는 죽음이니까요. 
벌초를 하는 사람들은 조용히 느낄 것입니다. 자신이 묻힐 선산의 위치를 확인하며 숙연해지는 기분이 들테니까요.
남편도 나도 이 선산 어디쯤 묻힐테니까요.

한번뿐인 소중한 삶의 시간들을 아끼며 귀하게 살도록 깨우쳐주는 것이 벌초의 이유라고 저는 정의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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