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질문할 것인가_김대식. 책읽는 방(국내)



옴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포스팅과 함께 합니다.





만약 지금 내가 당신에게 빨간 사과 하나를 보여 주며 이게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당연히 '빨간 사과'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내 눈에 보이는 사과의 색깔은 절대로 완벽한 '빨강'이 아니다.
눈으로 인식하고 기억할 수 있는 진정한 사과의 색깔은 언제나 애매모호다.
그러나 그 복잡한 색깔을 완벽히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기에, 우리는
'빨강'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을 뿐이다. 언어의 해상도는 인식의 해상도보다 낮다.
모든 표현은 결국 왜곡이라는 말이다.

-'답이 아니라 진실을 찾아라' 본문 中



뇌과학자 김대식 교수가 자신이 읽은 수많은 책들 중에서 영감을 받은 책들을 모아
정리한 책이다. 책의 두께와 추상적인 표제에 대한 무게감은 독서를 시작하기도 전에
내 자신을 평가받는 기분에 사로잡힌다.

이 책은 다 읽어도 다 읽었단 기분이 들지 않는다.
또한 저자의 원대한 질문에 대한 답 역시 시원하게 얻을 수가 없다.
저자는 질의에 대한 정확한 대답을 얻으며 성장해온 우리 한국의 학자들과 지식인들에게
답이 아니라 진실을 찾도록 노력하라는 메세지를 끊임없이 주고 있기 때문이다.

김대식교수가 추천하고 발췌한 책의 내용들을 읽다보면 나의 짧은 독서력에 숙연해진다.
그리고 그가 거론한 책들을 소개받을 때의 기쁨도 잠시, 그가 문제시했던 주장을 나는 그저
스쳐지나간 것에 대해 부끄럽기 그지없다.
그간의 독서가 과연 제대로 흡수되어 정리되었는지 되돌아보며 반성하게 만든다.

옴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읽을때 나는 어땠는가.
중세의 한 수도원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추리소설로 치부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장미의 이름은 철저히 소설인 척하는 철학 책이라고.
철학 책을 소설책이라 착각하고 읽을 독자들을 생각하며 에코는 얼마나 즐거워 했을지 아느냐고.
웃음과 유머를 허락하지 않는 중세철학과는 달리 '시학' 2편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코메디의 중요성을 주장했다고 한다.(아래 인용문:장미의 이름 본문 中)

"희극은 보통 사람의 모자라는 면이나 악덕을 왜곡시켜 보여 줌으로써
우스꽝스러운 효과를 연출하지요. 여기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웃음을,
교육적 가치가 있는 선을 지향하는 힘으로 봅니다.
(중략)
그런데 희극이라고 하는 것은 실상이 아닌 것을 보여 주는데도 불구하고
기지 넘치는 수수께끼와 예기치 못한 비유를 통해 실상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검증하게 하고, '아하, 실상은 이러한 것인데 나는 모르고 있었구나'하고
감탄하게 만든다는 것이지요. 말하자면 실제보다 못한, 우리가 실제라고 믿던
것보다 열등한 인간과 세계를 그림으로써, 성인의 삶이 우리에게 보여 주는 것보다,
서사시보다, 비극보다 더 열등한 것을 그림으로써 진리에 도달하는 하나의 방법을
제시한다는 것입니다."

이 책을 어떻게 받아드려야 할까.
순수히 독자들의 판단이겠지만, 나는 깊은 독서(저자와의 심연의 대화를 통한)와 질문의 중요성,
그리고 그 질문의 가치가 스스로에게서 창조되어야 한다는 점을 의미있게 전달받았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



이 이글루를 링크한 사람 (화이트)

745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