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벌초, 어머니. 일상 얘기들..







가을




- 조병화

가을은 하늘에 우물을 판다
파란 물로
그리운 사람의 눈을 적시기 위하여

깊고 깊은 하늘의 우물
그 곳에
어린 시절의 고향이 돈다

그립다는 거, 그건 차라리
절실한 생존 같은거
가을은 구름밭에 파란 우물을 판다
그리운 얼굴을 비치기 위하여





..


추석을 2주 앞둔 지난 토요일, 남편과 벌초를 다녀왔습니다.
아침저녁으로 다소 쌀쌀한 기온과 상반되는 낮의 뜨거운 햇살은 새삼 가을임을 실감하게 되더군요.
청명한 하늘은 또 어떤가요.
마치 깊은 하늘에 또다른 우물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언제라도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실 것만 같았던 어머니는 땅 속에 계셨습니다.
돌아가신지 딱 한달째 날이었습니다.
풀들이 채 자라지 않은 어머니 묘소 앞에서 그 사실을 확인받고 잠시 멍해지더군요.

벌초였지만 그다지 할 일이 없어 모두들 모여 음식을 나눠먹고 시제를 의논하는 시간으로 간단히 갈무리 되었습니다.
내려갈 때는 남편이 운전을 했고, 상경할때는 술 취한 남편을 대신해서 제가 했습니다.
벌초차량으로 고속도로 여기저기가 막히더군요.
저 많은 차량들이 돌아가신 분들의 자리를 다듬어 드리고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조금씩 어머니의 빈자리를 받아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머니를 그리워 할 수 있는 며느리가 되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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