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한국 사회가 통째로 바뀐다. 엄마의 산책길





[인구학으로 본 저출산] 10년 후 한국 사회가 통째로 바뀐다

- 이코노미스트 1443호(2018.7.23)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4년 후 초저출산 세대 20대 진입…2030년엔 20대 인구 지금보다 200만 명 줄어





우리 사회에서 저출산·고령화라는 단어가 회자된 지 얼마나 됐을까? 얼마나 됐는지 계산이 안 될 정도로 오랜 시간 동안
우리는 두 단어를 들어왔다. 실제로 언론과 정부에서 저출산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때는 합계출산율이
1.17이었던 2002년이다. 고령화는 2000년부터인데, 이때 전체 국민 중 65세 이상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7%를
넘어섰다.

질문을 하나 더 해보자. 15년이 넘도록 들어온 저출산·고령화 때문에 내 삶이나 사업이 영향을 받은 것이 있는가?
이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할 독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왜일까? 2000년부터 고령자의 인구 비중이 꾸준히
늘어난 것은 맞지만 생산과 소비의 주된 인구층인 30~54세 인구는 2000년 1844만 명에서 2017년 2059만 명으로
늘어났다. 비록 고령 인구가 증가한 것은 맞지만 동시에 일하고 소비하는 인구도 늘어난 것이다.

본격적인 저출산 세대인 2002년생은 이제 16세쯤 됐다. 고등학교 1학년까지의 청소년·영유아 인구가 우리 경제에 주는
영향력이 클 수가 없다. 이렇게 보면 하루가 멀다고 저출산·고령화를 사회의 큰 위협이라고 설파한 정부와 언론의
설레발이 너무 과했다는 생각도 든다. 내 삶도, 사업도 저출산·고령화 때문에 받은 영향은 거의 없었으니 모든 면에
관행을 그대로 유지하는 편이 괜한 변화를 꾀하는 것보다 더 합리적이었다.

하지만 절대로 무시해선 안 된다. 저출산·고령화를 비롯한 다양한 인구 변동은 앞으로의 대한민국을 지금까지와는
질적으로 매우 다른 사회로 만들어버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10년 간 인구 변동은 우리가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온 수많은 것을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만들 수 있다. 특히 시장의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다.
어떤 변화가 생겨날까?

사라지는 시장, 새로 생기는 시장

2002년부터 초저출산이 시작됐고, 이때부터 연간 40만 명대의 신생아가 태어났다.
이전까지 60만 명대 중반이 태어났는데 갑자기 신생아 20만 명이 줄었다. 신생아가 시장이 되는 산부인과·기저귀·
영유아용품 등의 산업은 패닉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40만 명대의 신생아 수는 15년 동안 유지됐고, 시장은 이제
겨우 적응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적응도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신생아 수는 30만 명대로 줄었고, 몇 년 지나지 않아
20만 명대로 더 축소될 것이 거의 확실하기 때문이다. 4년 후인 2022년부터 초저출산 세대인 2002년생이 20대가 된다.
고등학교 1학년생들이 사회와 경제에 주는 영향력은 미미하다. 하지만 20세는 다르다.
이때부터 생산과 소비의 한 축으로 등장한다. 2022년부터 시작해 매년 초저출산 세대가 20대 인구에 새롭게 진입한다.
2018년 현재 국내에 거주하는 내국인 20대는 약 655만 명으로 추산된다. 7년 후인 2025년에 이들은 약 550만 명으로
지금보다 100만 명이 줄어든다. 다시 5년 후인 2030년까지 100만 명이 더 줄어 455만 명이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20대 인구를 주된 대상으로 하는 시장은 모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표 주자가 대학 시장이다.
20대 인구가 5년마다 100만 명씩 줄어들면 대학 시장에서 수요는 급감한다. 시장에서 공급이 수요보다 많으면 가격은
내려간다. 과거의 관행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 대학 시장에서 벌어지게 된다. 예컨대 신입생 모집을 위해 대학
등록금을 내리는 것이다.

인구 변동은 있던 시장의 축소만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시장도 만들어 낸다.
서울에 사는 40대 중년 남성의 전형적인 삶의 모습을 한 번 상상해보자. 결혼은 했고, 부부는 맞벌이한다.
자녀는 1명 혹은 2명이 있고, 집에 방이 최소 3개는 있어야 한다. 이들은 1주일에 한 번 대형마트에서 대량으로 장을
보고 집에는 사 온 것을 저장할 수 있도록 큰 양문형 냉장고와 김치냉장고가 있다. 자녀가 있기 때문에 이 사람은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고 집은 소유를 선호한다.

그럼 역시 서울에 사는 40대 중년 남성인데, 만일 아직 미혼이라면 어떤 삶을 살까? 집에는 방 1~2개면 충분하다.
대형마트보다 동네 수퍼나 편의점이 더 편할 것이다. 혼자이기 때문에 집을 반드시 소유할 필요도 없다.
혼자 버니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겠지만 쓸 사람도 적어 소비 지출액도 적다. 만일 전체 40대 인구에서 이런 미혼이
약 3~4% 정도라면 시장에서 그리 큰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약 20% 정도이면서 앞으로 비중이 더 커질 것이 확실하다면? 절대로 시장은 이 미혼 인구 집단을 간과할 수 없다.
지금까지 우리는 결혼한 40대 중년의 삶을 전형적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그런 관행이 통하지 않는 미혼 중년의 시장이
열리고 있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당시 서울에 거주하는 40~44세 중년 가운데 남자는 26%, 여자는 18%가
미혼이었다. 시장에 새로운 질서를 요구하는 신인류가 탄생한 것이다. 앞으로 이런 신인류는 빠르게 증가할 예정이다.

지난 10여 년 간 서울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용인·남양주·화성 등지의 신도시가 크게 성장했다. 서울시의 높은 주거 비용과
생활비는 신혼부부와 자녀를 출산한 부부들을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깨끗하고 접근성이 좋은 신도시로 밀어냈다.
그런데 서울에 있는 청년들이 만일 결혼을 하지 않거나, 결혼은 해도 무자녀라면 과연 신도시로 이사를 할까?

서울의 청년은 결혼하지 않는다.
2010년 약 7만건이던 결혼이 2017년 5만3800건으로 줄었다. 그런데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
전체 가구에서 가구주가 50대인 경우가 22.3%나 됐다. 이들의 상당수가 올해부터 10년 간 은퇴한다. 자녀도 독립할 만큼
성장해 부부만 사는 집이 늘어난다. 은퇴로 소득이 줄고 부부만 사는데 꼭 서울 거주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멀리 가고 싶은 생각도 없다. 신도시가 구미에 당긴다. 이처럼 서울에서 신도시로 움직이는 인구가 지금까지는
주로 청년 인구에 집중됐다면 앞으로는 은퇴 연령 인구로 바뀌게 될 것이다.

이 현상은 이미 시작됐다.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주한 30~34세 청년은 2010년 2만2800명에서 2017년 1만4600명으로
줄었다. 2010년 55~59세는 약 7000명, 60~64세 약 5800명이 경기도로 이주했다. 2017년에는 이 숫자가 각각 8800명과
7600명으로 증가했다. 부동산 시장의 주요 고객이 바뀌는 것이다.

위기 속의 기회 엿봐야

인구 변동이 앞으로 우리 사회를 과거의 관행이 통하지 않는 사회로 만들 것이 틀림없다. 그동안 우리는 저출산·고령화
때문에 앞으로 경제가 몹시 어려워질 것이라는 경고를 무수히 들어왔다. 실제로 지금과 비교해서 크게 작아져 어려움을
겪을 시장이 존재한다. 하지만 새롭게 열리는 시장도 있고, 주된 플레이어가 바뀌는 시장도 동시에 존재한다.
여기에는 분명히 위기보다는 기회 요소가 더 많다.
결국 인구 변동은 사회의 질적인 변화의 동인이다. 그러므로 인구 변동을 잘 이해하면 변화될 사회를 예측해 낼 수가 있다.
여기에 관행적 사고로부터 벗어난다면 숨어있던 기회는 반드시 나타날 것이다.
저출산·고령화. 위기가 아닌 새로운 대한민국의 서막(序幕)이다.


원문출처
http://jmagazine.joins.com/economist/view/322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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