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어야 하는 밤_제바스티안 피체크. 책읽는 방(국외)





"사회심리학적 바이러스는 인터넷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중상모략에 가까운 익명 제보자의
증오 섞인 증언을 보도하는 포털 기사 혹은 SNS의 댓글에서, 사회심리학적 바이러스는 그런 곳에서
숙주를 만나요. 구독자나 유튜브 시청자들이 병원체를 재채기나 기침이 아닌 마우스클릭으로 퍼뜨리죠."

(중략)

"거짓말, 헛소문, 세간을 흔드는 가짜 뉴스 등 모든 것이 전염병처럼 퍼져요. 단, 사회심리학적 바이러스에
감연된 환자는 몸이 아니라 영혼이 병들고, 자신이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거의 인식하지 못하죠.
그게 진짜 전염병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에요. 하지만 누군가의 굴욕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는 것은
에볼라보다 더 치명적일 수 있어요. 물론 인터넷에서 증오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은 예지만요,
하지만 증오의 표적이 되는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이죠."




- 본문 中



독일의 사이코 스릴러 작가로 유명한 '제바스티안 피체크'의 소설을 처음 접했다.
한국판으로 번역된 제목은 '내가 죽어야 하는 밤'(원제:AchtNacht). 섬뜩한 제목이다.
아무튼 사이코 스릴러물은 오랫만에 읽는 것 같다.

다소 부담스러울 정도로 두꺼운 책이지만 사이코 스릴러물답게 속도감있게 읽힌다.
이 책이 독일에서 70만부 이상 팔렸고, 50주 연속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읽고나니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저자는 현재를 살고 있는 도시인들의 불안한 심리와 이면에 숨은 광기를 정확히 찝어냈다.

이 소설은 다소 황당한 살인 게임을 예고하는 수상쩍은 '8N8'이라는 웹싸이트에서 살인 라이브게임 명단인
죽일 수 있는 두 명(벤, 아레추)이 발표되면서 긴박하게 시작된다.
'8N8'이란 수상쩍은 이 싸이트는 단돈 1유로만 내면 참가자는 살해할 사냥감을 올릴 수 있고, 참가자들이
올린 사냥감들 중에서 사냥감이 뽑히고, 그 사냥감을 실제로 죽이면, 상금을 천만 유로를 받는 일종의 살인
허가복권인 셈이다.

당연히 법적으로 문제가 있을텐데, SNS의 허상을 보여 주듯 사람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심지어 타방송사에서까지 이 웹싸이트의 허상과 우려를 지적함에도 군중들은 개이치 않는다. 저자는
소설의 첫장을 열기전에 경고처럼 독자들에게 경고를 알리는 문구를 적는다.


"큰 거짓말을 반복하면 결국 사람들이 믿게 된다." - 나치스 정권의 선전장관, 요제프 괴벨스


SNS 속의 군중들은 철저히 게임관리자의 지시에 맞춰, 8월 8일 8시 8분 안에 표적이 된 사냥감의 둘 중
어느 누구든 먼저 죽이면 천문학적인 상금을 받는다는 유혹에 빠져 광기 속으로 빠져든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올린 사냥감이 아닌 것에 아쉬워 하는 것도 잠깐, 올려진 사냥감을 먼저 잡기 위해 서로
사냥감의 위치와 정보까지 공유하며 궁지에 쥐를 몰듯이 살인게임이란 환각에 빠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미치광이들의 호기심과 광적인 흥분을 이용해 동영상을 찍어 돈을 벌려는 사람까지 합세한다.
그들은 마치 한바탕 축제를 즐기려 몰려다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여기서 우리는 극단적으로 치닫는 군중심리에 대해 단지 소설에서의 흥미거리로만 읽을 것이 아니라
사회 심리학적 바이러스가 얼마나 위험하고 파급력이 큰지 알게 된다. 이성과 죄책감 따위는 없는 집단들.
죄없는 사람을 피의자에서 가해자로 확신하고 그들이 직접 응징을 하기까지 거침이 없다.
그것은 무법지대와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아무튼, 이 소설 속에서 사냥감이 된 '벤(베냐민 뤼만)'가 '아레추(아레추 헤르츠슈프룽)' 은 패닉 상태에
빠진 채 도망가기에 바쁘다. 그들은 쫓기고, 쫓는 미친 군중들은 환호하는 과정은 읽는내내 괴롭다.

저자는 일단 아레추가 사냥감이 된 이유에 대하여 독자들에게 정보를 먼저 제공한다.
그녀가 이 괴상한 웹싸이트를 OPEN 토록 아이디어를 낸 인물이란 것.
실험의 완성도를 위해 자신 스스로 사냥감이 되었지만 이렇게 광적인 군중몰이가 될 줄은 몰랐고 웹싸이트를
개설한 동지인 전문해커 '오즈'만이 멈출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벤과 함께 찾고 있다.

두 번째 불행한 사냥감 벤(베냐민 뤼만)은 휄체어에 탄채 자살을 시도한 딸 '율레'가 타살일거라는 의심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증거를 잡기도 전에 사냥감이 되었고, 광적인 흥분을 요구하는 군중의 먹거리가 된 채
거짓된 정보에 점점 죽어 마땅한 성추행범으로까지 누명을 쓰며 몰리게 된다.

이 소설의 결론(나는 고작 웹싸이트 개설자 '오즈'의 검거 또는 싸이트 폐쇄 정도로 예상했다)은 내 예측과
전혀 다르게 나와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예측이 벗어난 기분보다는 인터넷과 SNS상의 위력과 그에 따른
사회적 바이러스에 대한 심각성으로 진지한 고민이 든게 사실이다.
SNS에 대한 현대인들의 성숙된 사색이 요구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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