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도 분류가 필요하다. 일상 얘기들..






쓸모가 없어진 대여용 휠체어와 요양사 출근터치 부착물



무더위도 한 몫 했겠지만, 어머니가 영면하신 이후 우리 가족들은 콘도에서처럼 거실에 모두 잠자리를 폈습니다.
한 곳에 얇은 요를 깔고 누워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각자 조용히 잠들었습니다.
내가 같이 모여 자자고 제안을 했고, 다들 아무런 저항없이 수긍을 했습니다.
같이 살던 가족의 일원 중에 한 명이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은 미신을 떠나 서로에게 의지가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닫힌 어머니 방문을 열때 나도 모르게 덜컥 겁이나는 기분은 참 묘했습니다.
어머니가 쓰시던 장농과 서랍장을 조심스레 열고 기웃거리다 조용히 닫았습니다.
그리고 울컥 목젖이 뜨거워져 서둘러 자리를 뜨며 문을 닫았고, 또 문을 닫은 내 자신을 후회했습니다.

주말에 남편은 내 눈치를 보더니 어머니방문과 창문 그리고 장농문까지 모조리 열어 재꼈습니다.
그리고 하나씩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어머니 신발부터 대형 비닐포대에 담아 내놨고, 대여한 휠체어 반납을 신청했고,
혹시라도 자식들 중에 어머니 유품을 간직하거나 사용하고 싶을 것들을 분류했습니다.
또 어머니가 쓰시던 화장실을 깨끗이 청소했고, 버릴 용품들은 분리수거함에 담았습니다.

얼추 정리가 끝나자 어머니방이 별개의 방이 아닌 우리들의 공간과 같은 공기로 채워지더군요.
사람의 기억은 제한적이고 시간이 흐르면 좋은 것만 남는다고 하더군요. 얼마나 다행입니까.
떨어져 살던 자식들은 아마 우리보다 훨씬 쉽게 적응을 할거라 생각하니 부러웠습니다.



화분에 박아논 아보카드가 싹을 틔었습니다.



기특해 조심스레 뽑아 새로운 화분에 옮겨 심었어요.


화단 대청소를 하던 남편이 밝은 목소리톤으로 이리 와보라고 소리치더군요.
습기찬 화분에 박아논 아보카도에서 싹이 나왔다고요. 물에 아무리 담궈놔도 뿌리가 나지 않던 녀석이었거든요.
식물과 아기들은 성장하는 것이 눈에 보여서 이쁘다더니, 얼마나 신기하고 사랑스럽던지요.
이정도 싹이 자라려면 열심히 뿌리를 내렸을테고 그 시기는 아마도 어머니 입원시기와 맞물릴거라 생각이 듭니다.
이쁘게 자라라고 새화분에 옮겨심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어머니가 떠나시고 불안했던 가족들은 어머니방 청소와 유품들을 깨끗이 정리하고 분류하면서
혼란스러웠던 시간들에서 웃음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아보카도가 새화분에 뿌리를 깊게 내릴 것처럼, 그렇게 우리들도 서서히 안정을 찾아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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