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못할 통영여행이었습니다. 우리집 앨범방





한려수도 로망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미륵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통영




통영은 다도해 부근의 조촐한 어항(漁港)이다.
부산과 여수 사이를 내왕하는 항로의 중간지점으로서 그 고장의 젊은이들은 '조선의 나폴리'라 한다.
그러니만큼 바닷빛은 맑고 푸르다.

남해안 일대에 있어서 남해도와 쌍벽인 큰 섬 거제도가 앞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현해탄의 거센 파도가 우회하므로 항만은 잔잔하고 사철은 온난하며 매우 살기 좋은 곳이다.
통영 주변에는 무수한 섬들이 위성처럼 산재하고 있다.

북쪽에 두루미 목만큼 좁은 육로를 빼면 통영 역시 섬과 별다름이 없이 사면이 바다이다.
벼랑가에 얼마쯤 포전(浦田)이 있고 언덕배기에 대부분의 집들이 송이버섯처럼 들앉은 지세는 빈약하다.


'김약국의 딸들' 본문 中






지난 5월 말경부터 6월1일(2박3일)동안 통영의 여러 곳을 돌아보고 왔습니다.
저는 오래전, 박경리씨의 소설인 '토지'와 '김약국의 딸들'을 읽으면서 소설의 배경인 '통영'에 대해 막연한
그리움을 안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위 인용문 참조)
그녀의 '통영'은 너무 소박하고, 아름답고, 평화로워서, 내가 고단하고 지칠 때마다 도피공간처럼 떠올랐고
갈 수 없는 현실의 크기만큼이나 그 소망은 해가 갈수록 커져만 갔습니다.

사실, 먼 외국 여행지도 아니건만 50십이 넘어서야 그 소망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현실의 문제들이 말끔히 해결된 것도 아니었습니다.
여전히 시어머니는 지병과 노환으로 하루하루 힘들어 하시고, 아이들도 홀로서기를 하지 않은 상태니까요.

모든 깨달음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던가요.
50십이 넘어서부터인가 현실 속 고민들은 할수록 늘고, 끝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책임의 무게의 중심에 서있는 우리가 버틸려면 좀더 이기적으로 살아야 겠다는 결론이 나오더군요.

우리 나이대가 더블케어족이라고 합니다. 
위로는 부모를 봉양하고 아래로는 자식의 자립을 위한 책임감으로 여유가 없다는 뜻이겠죠. 
또 정작 정년과 은퇴시기는 서서히 다가오는데, 우리들 노년에 대한 준비는 막연하다는 두려움까지 있었습니다.

달리는 열차에서 잠시 내릴 필요가 있었습니다.
저는 우리부부의 노년에 대해 남편과 정립할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여행지에서 조금 딱딱하고 두려운 우리들의 미래이야기를 진지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평소에 이런 무거운 얘기를 꺼낸다면 지친 일상을 더욱 견디기 힘들게 할테니까요.

우리는 정년퇴직과 은퇴 후 소득이 단절되고 당장 노령연금도 바로 받을 수 없는 시기를 견뎌내야 합니다.
소득공백은 그동안 따박따박 들어왔던 월급의 소중함이 그리워질 것입니다. 당장 노령연금의 받기까지 공백기간을
어떻게 버틸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들과 노년에 닥쳐올 질병과 사고에 대한 보험상황도 서로 확인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나아가 남편 또는 내가 사망후 연금처리 대한 이야기까지.

여행지를 다니며 툭툭 꺼내며 서로 답했던 우리부부의 노년을 상상했던 시간들은 오히려 현재의 이 여행의 소중함을
증폭시켰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저는 진지한 대화거리는 여행지에서 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듭니다.

음.. 통영.
책 속에서처럼 통영은 너무나 소박하고 그것으로 충분히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이었습니다.
너무나 완벽하게 표현했던 박경리씨의 통영은 글과 일치되어 여행의 행복감을 증폭시켰습니다.

조촐하고 완만한 통영의 어항은 언제든 떠날 차비를 갖춘 요트들로 가득 차 들뜨게 했고, 푸르디 푸른 바닷빛을
등지며 걸었던 산책길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기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지방선거 시작일에 들렸던 통영전통시장의 왁자지껄한 소음들도 좋았고(김경수 선거유세도 깜짝 구경했죠),
통영항을 기준으로 언덕배기에 송이버섯처럼 모여사는 동피랑 벽화마을도 너무 소박해 눈물겨웠습니다.
외도를 향하던 길에 만났던 해금강은 명성만큼이나 멋졌습니다. 또 천국을 방불케했던 꽃마을섬 '외도'는
여태 못봤던 아름다운 꽃들을 모두 집결시킨 듯한 풍성함에 놀라웠습니다.
반면 남성미를 뽐냈던 '장사도'도 근사했죠.

소나기를 맞으며 올라가 한려수도를 한 눈에 바라봤던 '미륵산 케이블카'.
동심으로 돌아갔던 '통영 루지'는 손과 엉덩이의 진동만큼이나 짜릿 그 자체였습니다. 가족단위도 많이 왔더군요.
저희는 한산대첩의 접전지에 간만큼 이순신장군 공원과 해저터널(해저 13미터)도 구경하고 왔습니다.
음.. 미련없을만큼 통영을 모조리 다녀온 것 같네요.
아, 빠지면 섭섭한 먹거리 풍부했던 바다향 가득찬 멍게비빔밥, 해물밥상, 물회 모두 맛있었습니다.

이번 통영여행은 여러가지로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가고 싶었던 통영의 갈증과 함께 다가올 노년에 대한 용기도 얻은 것 같거든요.









2박 3일 기거했던 금호마리나 리조트_구건물 이었지만 위치는 정말 짱 좋더군요. ㅋ



리조트에 짐을 풀자마자 바다로 달렸습니다. 좀 들떴던 것 같습니다.



배정받은 11층 창밖으로 보였던 통영 밤바다~ 캬



한려수도 로망 케이블카를 타고 미륵산까지 올라갑니다. 덜컹! 처음만 무서워요. ㅋㅋ



미륵산 정상에서 바라본 한려수도



하늘은 케이블카, 땅에는 루지~ 덜컹 거리며 타는 쾌감이 좋습니다. 강추!



통영 주변의 무수한 섬 중에 하나인 '외도'로 향하는 중



외도 가는 길에 해금강도 들려서 구경했어요. 절경이더군요.



외도는 등대도 이뻐요~



여기의 꽃의 나라 '외도'입니다.



통영항 뒤로 송이버섯처럼 옹기종기 붙여있던 동피랑 벽화마을





해저 13미터라 더운 날씨에도 시원했던 해저터널


터널 끝에는 박경리씨의 '김약국의 딸들' 원고동상도 있습니다.



이순신장군 공원도 장관입니다. 한산대첩이 있었던 통영바다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이순신장군 공원 뒷쪽에 산책로에는 휴식벤취가 있답니다. 누워 있으면 자동으로 힐링이 된다는..



장사도에 바라 본 거제 앞바다





돌아오는 아침, 리조트에서 마지막 식사

덧글

  • 명품추리닝 2018/06/05 18:12 # 답글

    저 아리따운 얼굴로 50을 넘기셨다니 놀랍네요. 하긴 아드님들 나이를 생각하면 당연하겠지만... 김정수님 동안이세요. 예쁜 여행후기 감사합니다.^^
  • 김정수 2018/06/07 11:15 #

    ㅋㅋㅋㅋ 말씀도 참 기분좋게 하시네요. 하긴 할머니들도 이쁘다는 말을 좋아한다고 하더라고요.
    제 나이대엔 여자는 25살즈음에, 남자는 30십이 넘기전에 결혼을 하는 사회적 관례가 묵시적으로 있던 시절이었답니다.
  • 별사탕 2018/06/06 18:42 # 삭제 답글

    부부의 힐링 여행을 보니 저까지 마음이 평안해지는 느낌이에요.
    웃는 모습이 닮으셨네요. 늘 사랑과 행복이 가득하세요~^^
  • 김정수 2018/06/07 11:16 #

    웃는 모습이 닮았나요?
    부부는 나이가 들면서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고 공감하고 웃다보니 닮는다고 하더라고요.
    좋은 여행이었답니다.
  • ▒夢中人▒ 2018/06/19 08:47 # 답글

    제가 얼음집에 첫 발을 디뎠을 때를 생각해보면
    좀 멀리 어른이셨는데 이제는 가까운 누님이 되셨네요 :p

    비슷한 상황, 비슷한 고민....
    김정수님과 비슷한 모습으로 살고 싶어지네요. 멋지세요 :)
  • 김정수 2018/06/20 08:26 #

    어른이 되었다는 건, 가족의 짐을 조금 더 지게 되었다는 뜻이겠죠.
    같은 고민이 생겼다는건 그만큼 의지가 되는 것 같습니다.
    열심히 사셨음 해요. 오랜 이웃은 정이 많이 갑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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