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기억. 일상 얘기들..




비가 주적주적 내리던 날 서울역 풍경과 부산을 향해 신나게 달리던 KTX



메뉴선정 '본전 돼지국밥'으로 결정.. 그런데 내 입맛은 아닌 듯.



부산은 어묵이지! 초량전통시장에 들려 기념으로 산 영진어묵.



부산역은 지금 온통 공사중, 부산역도 초량시장도 모두 공사로 통행이 불편했다.



중부지방에 국지성 비가 내리던 지난주 수요일, 회사업무상 부산지방법원(채권자 집회)에 출장을 가게됐다.
가기전에는 굳히 갈 필요까지 있냐고 겉으로 투덜대긴 했지만, 가는 곳이 '부산'이다보니 내심 업무보다
뭘 구경할지, 뭘 먹을지에 대한 생각으로 들떴던 것 같다.
사실, 법원일이야 앉아서 듣고와서 레포트만 해서 올리면 될 일이었다.

우선 왕복 티켓팅을 지시했고, 여유시간을 계산하니 내려가서 2시간, 일끝나고 1시간정도의 시간이 남았고,
동선을 계산하니 아무래도 먼거리 탐방은 무리였다. (서울과 부산은 KTX 왕복 6시간거리)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부산역 부근의 텍사스거리, 차이나타운거리, 초량전통시장이나 한 바퀴 돌면서
혼자만의 여유로움을 즐기며 부산먹거리 탐방을 하리라 메모해놨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혼자 이렇게 먼 거리를 가본적이 한번도 없었네..
아무튼 제사보다 잿밥에 관심있었던 부산역에 도착해보니 제일먼저 반긴건 부산역 광장을 답답하게 막은
대형 공사용 칸막이(도시재생사업_문화 및 집회시설용 공사)와 습기 가득찬 비오는 거리,
그리고 싸움이 났나 의심이 될 정도로 여기저기 억세게 들리는 사투리들이었다. 

잠시 막막했던 것 같다. 
하나씩 해결하자고 생각을 하게 됐고, 늦은 점심시간의 시장기를 해결하면 답이 나올 것 같아 메뉴검색을 하다가,
비가 오니 뜨끈한 국밥을 먹기로 결정하고 '본전돼지국밥집'을 찾아갔다.

역시 소문대로 손님들이 가득차 있었고, 나는 지하로 안내받아 오랜 기다림 끝에 돼지국밥 한그릇을 만났다.
지하매장도 사람이 많았고, 나는 혼자간  관계로 최대한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구석자리에 착석했다.
내 뒤로 줄을 섰던 2명의 일행은 서빙아줌마의 강요로 내 한자리 건너 옆자리에 앉게 됐고, 그 씩씩(?)한
사투리베틀을 여지없이 듣게 되었다.  장사가 잘 되는 곳이니 이정도는 이해하리라 생각했지만
쉼표 없이 주고받는 고음의 남녀 중년의 사투리는 거짓말 조금 보태서 고막을 찢기는 듯 시끄러웠다.
아.. 진짜! 국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ㅜ.ㅜ
그리고 기대보다 그다지 맛있지가 않아 국밥을 반을 남기고 일어서려는데, 옆에 있던 부산아저씨가 남긴 내 음식을
간섭하듯 이해 못한다는 표정으로 바라볼땐 '당신 때문이야!'라고 말하고 싶은걸 꾹 참았다.

부산초량전통시장이나 구경하며 기분을 풀려고 발길을 돌렸는 데, 시장 입구서부터 만나는 공사판. 에구.
저녁이 아니라설까.  한산한 시장을 돌다가 그냥 돌아서기 아쉬워 부산 영진어묵을 샀고, 피곤하기도 해
부산법원을 향해 일찌감치 택시를 탔다.

조용한 법정을 기대했던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채권파산집회였다는 사실을 법정대기복도에서 상기가
되자 피로도가 극에 달았다.
채권자들의 혼을 배놓는 고성과 불만섞인 사투리들.. 30분 정도 예상된다는 변호사의 말을 믿고 서울행 티켓을
끊었건만, 40분이 넘도록 시끄러운 채권자들의 고성들은 내가 여기 왜왔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회의감이 밀려왔다.

소음이 너무 심한 곳에 있으면 내 생각들은 먼지처럼 흩어져 멍한 상태가 된다.
법정을 나오면서 내가 타야할 서울행 KTX 시간이 30분도 안남았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깨달았고 중간에 빠져나오지
않은 내 판단을 힐책하면서 택시를 탔던 것 같다.  이게 다 시끄러운 부산사람들 때문이야!!

택시운전사 아저씨는 비도 오고 차도 막혀 부산역까지는 무리라고 말했다. 
예전에 나와 같은 손님을 태운 적이 있는데 딱 30분에서야 도착했고, 그 손님은 칼같이 출발하는 KTX를 놓쳤을 거라는
기억까지 덧붙였다.  빠르게 포기가 밀려오면서 무거운 서류가방과 어묵비닐봉투을 든 채 부산역에서 다음 서울행
시간표를 기웃거릴 내 자신이 한심스럽게 상상이 되었다. 

실의에 찬 나는 핸드폰만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 운전사 아저씨가 갑자기 비상등을 눌렀다.

'그때는 실패했지만 이번만은 반복하고 싶지 않아요!  5분이라도 남겨 놓고라도 가볼께요!'

'네? 가능하시겠어요??'

그 꽉막힌 도로를 요리조리 흔들며 운전대를 움직이던 부산택시운전사 아저씨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비오는 창밖으로 한 손을 뺀 채 주변 차들에게 양해를 구하며 달려줬다.
그리고 정말 약속대로 7분을 남기고 부산역에 나를 내려줬다! (7분동안 열심히 뛰어야 하는 미션부여! ㅋㅋㅋ)
고맙다는 인사에 아저씨는 자신이 더 기쁘다며 무사히 잘 올라가라며 활짝 웃어주셨다.

서울행 KTX는 출발 30초를 남겨두고 착석했다.  KTX는 정말 칼같이 제시간이 출발한다.
출발하고 10여분동안 나는 연신 목뒤로 흘러내리는 땀을 딲았고, 불나도록 뛴 내 다리를 주물러줬다.
그리고 여유가 돌아오자 나를 이 시간에 이 자리에 앉아있게 해준 운전사아저씨가 참 용감하고 감사해서
미소가 피어났다.

그 분은 자신의 역할에 대해 실패한 손님이후 한 가지 각오를 했던 것 같다.  
여유롭게 택시를 타지 않은 손님의 탓보다 최선을 다해 자신의 역할을 생각하는 시간을 갖었던 것이다.

부산은 나에게 어떻게 기억될까.
그 시끄러웠던 음식점 사람들과 법정의 소란스러웠던 사람들의 기억보다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던 택시운전사분의
미소가 가장 오래 간직될 것 같다. 







덧글

  • 2018/05/22 03:25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김정수 2018/05/23 08:28 #

    사람은 딱 자기가 경험한 만큼한 이해한다고 하잖아요.
    추억의 종결자분이 따뜻해서 부산이란곳은 제게 겪어보면 정감가는 곳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나중에 부산에 가게되면 그 택시아저씨 보고싶어질 것 같아요.

    서울사람들 자기 속을 잘 안보이죠? 힘드셨을거예요.ㅋㅋㅋ
    서울 올라와 지나고보니 내가 너무 여유가 없어서 받은 인상이 아니었을까..생각이 되더군요.
    님도 편안하게 타지에서 잘 지내셨으면 합니다. 힘내시구요~
  • 영화처럼 2018/05/27 19:24 # 삭제 답글

    정수님~^^
    안녕하셨어요?
    저 부산 해운대 수로엄마예요. 기억하실런지.
    중국온지가 어언 5년째니까 정수님과 연락 못한지가 5년이네요.
    그 사이 핸드폰도 잃어버리고 이글루 로그인도 안되고.
    여하튼 그랬어요^^
    제가 부산에 있었다면 번개도 하고 맛난 것도 사드리고 저도 좋은 시간 보냈을텐데 너무 아쉽네요.
    수로는 벌써 고2예요. 시간이 빠르죠?
    건강하시구요. 블로그도 겨우 찾았어요~~^^
    또 안부 묻기로 하고 안녕히 계세요~♡
  • 김정수 2018/05/28 09:06 #

    덥썩! 영화처럼님~ 안녕하세요. 기억하고말고요. 엉엉
    연락이 뚝 끊겨서 어떻게 지내시는지 문득문득 궁금하고 그리웠답니다.
    제가 연락할 방법이 없다는게 한심스럽고 그랬습니다. 이렇게 찾아주셔서 반갑고 기운이 나네요.

    중국생활이 어느새 5년이나 되었군요. 참 세월이 유수같습니다. 그리고 수로가 어느새 고2가 되었군요.
    저도 나이를 그새 많이 먹어서 50십이 넘어 버렸어요. ㅜ.ㅜ (엥?? 유난을 떠나요? ㅋㅋㅋㅋ)

    안그래도 이번에 부산가서 '영화처럼님' 생각이 많이 났더랬어요. ㅜ.ㅜ
    길잃은 아이같은 내게 안정을 주실 분으로 딱!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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