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젠가 만난다_채사장. 책읽는 방(국내)





책을 펴고 그 안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한글을 깨쳐야 하는 것이 아니라 앞선 체험이 필요하다.
독서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한글이 아니라 선체험이다. 우리는 책에서 무언가를 배운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다. 우리가 앞서 체험한 경험이 책을 통해 정리되고 이해될 뿐이다.
(중략)
책은 불안을 잠재운다. 당신도 느꼈을 것이다. 세상 사는 일에 치이고 머릿속이 복잡하고 신경이 예민해져 있을 때,
책 읽을 겨를이 없다며 핑계 댈 것이 아니라 도서관에 가서 몇 권을 골라보자. 그리고 안 읽히는 책은 지나쳐 보내고,
힘들이지 않고도 읽히는 책을 힘들이지 않고 읽어보자. 그 짧은 시간 동안 마음의 불안은 점차 가라앉고 머릿속의
안개는 조금씩 걷히게 될 것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당신의 내면을 가득 채우고 있던 체험들의 엉킨 실타래가
풀리며 언어로 정리되기 때문에.

그래서 행운이다. 당신이 충분히 나이 들었다는 것은. 서른을 넘기고, 마흔을 넘기고, 노동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사회의 부조리와 대면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돌보고, 이별하고, 삶의 누추함과 고통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
그것은 당신이 이제야 비로소 인류가 오랜 시간에 걸쳐 남겨온 보석 같은 고전들을 읽을 준비가 끝났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너무 어릴 때 책을 읽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이들이 아니라 당신이 책을 펼쳐야 한다.


'도구' 본문 中



살아가면서 내 자신과 타인에 대한 본질적이고도 심오한 질문이 들 때가 있다.
그것은 내 자신의 자아와 타인의 자아(세계)의 궁금증이다.
그리고 나는 이 세상 속에서 어떤 존재이며, 왜 이렇게 타인은 나와 같지 않은지, 왜 이렇게 힘든 관계로 외로운지..
내가 진정 바라는 삶이 무엇인 줄도 모르고 이렇게 살다가 죽어도 되는 것인지.. 누구나 한 번쯤은 혼자만의 시간에
골똘히 생각하는 화두기도 하다.
저자는 '나'와 관련된 타인의 관계(가족, 친구, 연인, 사회, 종교, 문화, 이념 등등)와 함께 존재하지 않는 부재와의
관계까지 포괄적인 관계를 이 책에서 다루고 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표제와 같이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로 귀결하고 있다. 저자의 이러한 전달방법은 우화성격의
'소년병 이야기'로도 표현되는 데, 만남과 헤어짐을 통해 운명과 인생을 새로운 각도로 풀어내어 흥미롭게 읽었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정치, 경제, 사회의 지식은 홍수처럼 들어오지만 정작 내 자신을 위로하는 중요한
문제에 대해, 사회는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렇게 거대한 사회적 담론에 눌린 채 피상적인 답들에
의존하며 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별도로 시간을 내어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죽음'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과 두려움으로 유년시절에 더 고독했던 것 같다. 그러다 스무살이
넘어 서면서 닥면한 현실에 순위가 밀리더니 타협의 답안지를 찾느라 급급해 그 본질적이었던 질의들은 잊혀져만 갔다.
그렇게 수많은 시간을 정신없이 보내다 접한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란 이 책은 반성과 안타까움이 교차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늙은 독자인 나에게 '행운'이라고 위로해준다. 인류의 보석과 같은 고전은 나처럼 선체험을 가진
독자야말로 이제야 책을 펼칠 조건이 되었다면서..(위 인용문 참조)

우선 나는 이 책을 통해 '죽음'에 대한 해석을 정리할 수 있어서 기뻤다.
죽음은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다. 수동적인 하나의 사건으로 보느냐, 언제 닥쳐올지 알 수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죽음을 인생 전체 과정의 마무리로 생각하며 기다릴 것이냐. 물론 나는 후자를 택한다.
저자는 육체는 죽더라도 우리의 의식은 무한이라는 시간 속에서 사라지지 않음을 알려준다.
나의 의식은 우주 어딘가에서 다시 발현할 수 있다. 따라서 죽음은 단절이 아니며 자아의 내면세계는 죽음도, 소멸도,
단절도 없다. 이러한 확신은 타인과 세계의 심연을 들여다 보는 깨달음을 통해야만 얻을 수 있다.
아직 내게는 유한성을 뛰어넘어 존재의 영원성이란 울타리는 이해할 수는 없지만 저자의 결론(경험)에 접근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 나 역시 '도구(언어)'를 선택하고 싶다.

분명 쉽게 읽히는 책인데, 아름다운 책인데 읽은 후엔 쉽게 덮지 못하고 감동으로 내면을 벅차게 채우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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