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가을일지라도 해는 맑게 떠있습니다. 일상 얘기들..








귀가


-도종환


언제부터인가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지쳐 있었다
모두들 인사말처럼 바쁘다고 하였고
헤어지기 위한 악수를 더 많이 하며
총총히 돌아서 갔다

그들은 모두 낯선 거리를 지치도록 헤매거나
별 안 드는 사무실에서
어두워질 때까지 일을 하였다

부는 바람 소리와 기다리는
사랑하는 이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고
지는 노을과 사람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게 되었다

밤이 깊어서야 어두운 골목길을 혼자 돌아와
돌아오기가 무섭게 지쳐 스러지곤 하였다
모두들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라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의 몸에서 조금씩 사람의 냄새가
사라져가는 것을 알면서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터전과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 믿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 쓰지 못한 편지는
끝내 쓰지 못하고 말리라

오늘 하지 않고 생각 속으로 미루어둔
따뜻한 말 한마디는
결국 생각과 함께 잊혀지고
내일도 우리는 어두운 골목길을
지친 걸음으로 혼자 돌아올 것이다




..



지난 주말내내 어찌나 춥던지 난방이 나오는 집안에서도 조끼를 걸쳐 입고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계절의 변화에 민감해지는 것은 그만큼 면역력이 떨어진다는 반증이겠죠.
아직은 아닐텐데.. 서두는 계절의 변화에 덩달아 조급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주말에 시장을 보러가는 뒷골목에서 저는 말문이 막힌 사람처럼 멍하니 길바닥을 응시했습니다.
채 물들지도 못하고 휩쓸리듯 떨어진 은행나무 잎사귀들이 흥건해진 길바닥은 처참하기까지 했거든요.

지난 11월 15일엔 하루앞둔 2018년 수능이 일주일 연기된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수능전날 하필 쏟아진 은행나무잎들처럼 포항에 강진이 발생하였고, 정부는 수능 일주일 연기라는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대다수의 수험생들도 중요하지만 포항 수험생들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고 봅니다.

저는 여진으로 지금도 많은 포항시민들이 불안해 하는 상황에서 참 훌륭한 결정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만약 내 아들들이 수험생이었다고 해도 같은 생각이었을 겁니다. 다행히 대다수의 수험생들도 피해를 겪는
항수험생들이 자신들과 같은 정상적인 컨디션을 가지고 공평한 시험을 치루기를 원한다고 하니
얼마나 멋진 학생들인지 어른들도 이 싯점에서 배울점이 많다고 봅니다.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알려줘야 할 것은 지식이 아니라 인간답게 살아갈 환경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미 지식은 아이들을 따라갈 수가 없어요.
우리 어른들이 할 일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터전과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불평등하고 불공평한 소수도 힘을 내서 일어설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아무리 추워도 가을은 아직 건재하고 찬공기 속에서도 해는 맑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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