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죽지 않는다_공지영. 책읽는 방(국내)




[도서]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명품추리닝님 포스팅과 함께 합니다. ^^




도대체 이 집안에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 하나라도 살고 있는지 묻고 싶은 심정에서
나는 이 글을 시작한다. 물론 지금부터 내가 하려는 말을 다 믿을 사람은 어쩌면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내게 과학적인 증거는 하나도 없으니까.


-표제작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본문 中





정말 오랫만에 공지영씨의 소설(단편소설 5편 수록)을 만났다. 이번 단편집들은 2000년 이후 발표했던
단편들 중 수상작품만을 골라 엮어낸 것이라하니 믿고 읽어도 좋을 것 같았다.

그녀의 소설 속 소재들은 늘 시민들의 아픈 구석을 만지는 터라 통속적이지만 그 강도가 친근해 눈에 쏙쏙
들어온다. 또한 감성적인 문체로 한 번 책을 붙들면 쉴틈없이 빠져들게 만든다.
이번 단편소설 수록집은 수필인지, 소설인지 조금 헷갈리는 부분도 없잖았다. 소설의 '주인공'의 직업이 작가도 있고
이름마져도 공지영씨다. 의도적이었겠지만 이런 설정은 작가에 대한 약간의 정보를 가지고 시작한 독자들에겐
몰입의 극치를 달리게 해줌에는 틀림없다고 본다. 아무튼 이번 단편모음집은 독자 입장에선 색다른 경험이었다.

표제작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는 함께한 다른 소설들과는 다르게 사회적인 비판의식을 다룬 작품이었다.
제목만 읽고는 휴머니즘을 다룬 소설일거라는 예상을 확 깨버린 작품이었다. 죽지않는 할머니라니!
반항기 많은 10대 소녀의 시각에서 쓴 소설이기 때문에 문체도 상당히 자극적이다. (시작도 상당히 흥미롭게
시작되지 않는 가?_인용문 참조) 이 소설은 읽다보면 사회적 기득권층인 권력가들의 모습을 할머니로 투영하여
보여주고 있다. 식도암으로 임종을 앞둔 받은 할머니는 재력가로써 유산을 둘러싼 가족들의 욕심이 여실히
느껴지지만 본질을 다루는 것은 무서우리만치 비판적이다.

죽음을 직면한 할머니는 정작 죽지도 않고, 주변을 지키는 힘없고 여린 가족들이 오히려 한 명씩 죽어간다.
그리고 그들의 죽음과 함께 다시 회생하는 할머니..
이러한 설정은 누가 읽어도 현실 속 강하고 기득권을 가직 권력가, 부도덕한 재벌기업을 칭한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들이 죽기를 거부하며 생명력을 유지해 가려는 힘은 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시민들의 대상이다.

그리고 소설의 말미에 소녀는 말한다. "나도 곧 저 할머니의 초능력으로 죽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살아날 방도를
아시는 분들은 ‘hellchosun.com’(헬조선 닷컴)'으로 메일을 주세요. "
아마 많은 독자들이 나와 같은 심장으로 마지막 장을 덮으며 고속경제성장 속에서 빨리빨리를 외치며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달려온 한국사회의 모순된 가치관의 기득권층들의 청산을 소망했으리라 믿는다.
이렇게 비판적 사고를 우화적 소설로 이렇게 기가막히게 표현하다니, 공지영씨 멋지십니다. 꾸벅.

표제작은 나머지 작품들보다 자극적이고 사회적 이슈를 우화적으로 다뤄 독특했다는 느낌이 들었고, 나머지
단편집들은 공지영씨 본인의 작가로써의 삶 속에서 느끼는 고통들을 아주 솔직하게 펼쳐 놨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의 직업과 이름을 직접 거론하면서 보다 솔직한 자신의 감정에 충실했다는 느낌이다.

작가의 삶 역시도 직장맘과 같은 자유가 없음을 느끼고 힘들어하는 '월춘 장구'는 직장생활을 하던 초년기의
내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아팠다. 화려한 봄과 엄마의 책임 사이에서 힘든 모습은 위로를 아무리 받아도 위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에서는 공지영씨를 오래 전에 잃어버린
여동생으로 착각하는 여인과의 만남을 다루고 있는 데, 그 진행과정을 읽으면서 그녀가 받은 삶의 성찰을
고스란히 전달받는 느낌이랄까. 소설 속에 이런 글귀가 참 인상 깊었다.

"우리 삶에서 가장 하기 힘든 일은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하는 일이며,
우리 삶의 비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역시 끝없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며 사는 것이라고."


삶이 퍽퍽하고 힘들어도 희망을 가지고 살아야하지 않겠냐는 '부활 무렵'은 지독한 서민들이 삶에 대한 애착이
느껴져 가슴이 저며왔다. '맨발의 글목을 돌다'는 24년간 납북됐던 어느 일본인 번역가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운명을 반추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인생은 힘들지만 맨발로 땅을 딛고 걸어야 오롯히 내 삶으로
인정되는 것이라는 듯..

사실 읽은 지는 좀 되었는 데, 이번에는 이상하게도 쉽게 감상을 적기가 힘들었다.
뭐라 표현해야 적당할까.
단편소설 한 편, 한 편이 가슴이 아팠고, 분노했고 쓰라렸다.
그리고 읽은 후에 인상깊은 영화의 강한 잔상처럼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녀의 소설이 이제는 내 주변의 이야기를 빚대어 표현하는 것을 넘어서 내면 깊은 곳을 건들었다랄까..
사람은 결국 누구나 혼자이며 오롯히 스스로 결정하고 견디고 받아드려야하는 존재임을 느끼게 만드는
소설들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공지영씨가 올해로 등단 30년이 되었다고 한다. 앞으로 그녀는 고독과 싸우면서도 여전히 펜을 놓지 않을 것이고
독자들의 아픈 곳을 보듬어주는 고 박완서할머니와 같은 존재로 자리매김 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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