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갱년기구나.. 일상 얘기들..






작년 가을부터인가 갱년기가 찾아왔다. 그 당황함이란!
시도때도 없이 가슴서부터 뜨거운 열기가 머리 끝까지 올라가는 것을 느꼈고, 가만히 있어도 땀벅범이 됐다.
머리 속 땀구멍들이 몽땅 열리면서 100미터 전력질주를 한 사람처럼 목 뒤로 뚝뚝 흘러 내렸다.
그것은 신기한 경험이었다.
50십이 되도록 참았던 내 몸의 열기들이 갱년기가 시작되면서 일시에 방출하는 느낌이랄까.

너무 신기해 주기를 관찰해 보니, 두 시간에서 세 시간 간격이었다.
대화를 하던 용희가 눈 앞에서 땀범벅이 되는 나를 보고 '엄마! 땀!!' 하면서 질겁을 하기도 했다.

갱년기는 난소가 노화되어 배란 및 여성호르몬의 생산이 중단되는 현상이라고 한다.
여자가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현상이라고 하니, 나도 자연스럽게 받아드릴 마음의 자세가 있었다.
작년초에 '응답하라 1988'의 치타여사가 갱년기를 다룬 코너가 있었는 데, 그걸 보면서 속으로 그랬다.
너무 오바한다.. 그러면서 웃었던 나다.

그런데, 그 신체의 변화는 인내심 하나로 해결할 수 없는 고통이 있었다.
베개에 머리만 닿으면 숙면을 자던 나였는데, 몸 속에서 피어오르는 뜨거운 열기를 이길 방도가 없었다.
시원한 공간을 찾아 삼만리가 밤마다 지속되었다. 내 몸은 밤마다 용광로였다.
하지만 몸 속의 열기는 올랐다 식었다를 반복하면서 변덕스런 아이처럼 비위를 맞추기가 불가능했다.

잠을 제대로 못자니 피로감이 쌓였고, 집중력이 저하됐다.
더우기 이해가 되지 않았던 신체의 변화, 몸이 여기저기 쑤셨다.
마치 웅크리고 상자안에서 불편하게 자고 깬 사람처럼.

이렇게 힘든 것이 갱년기라니.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남편은 나보다 더 당황했다. 뭘 먹어야 하느냐고 다그쳤다. 그 모습이 나보다 더 불쌍해 보여 딱할 지경이었다.
그리곤 어디서 귀동냥으로 좋다며 사다 준 '피크노 퀸'은 정성이 고마워 열심히 먹었지만 효과가 없었다.
남편까지 우울하게 만들기 싫어 효과가 짱 좋다고 거짓말을 했고,
.. 그때부터는 힘들단 말도 식구들 앞에서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마음을 고쳐 먹기로 했다.
이것은 병이 아니다. 스쳐 지나가는 몸 속의 바람 같은 것이다.
늙음으로 가는 계단인 것이다. 순순히 받아 드리고 적응을 해보자고 내 몸을 타일렀다. 괜찮아, 괜찮아..그러면서.

식구들 밥을 준비하는 새벽에 일어나 스트레칭으로 자발적 땀을 냈고, 조용한 새벽에 독서를 했다.
땀이 쏟아질 땐 잽싸게 손수건으로 훔쳐내거나 가운을 벗었다.
그리고 내 체질에 맞는 연령별 맞춤 비타민제를 검색해 구입해 내 돈으로 사먹었다.

지금은 힘들었던 증상들이 많이 사라졌다.

앞으로 내 몸을 더 아끼고 사랑할 것이다.
술도 자제하고 음식도 골고루 먹고, 긍정적인 사고를 돕는 책도 더 많이 읽을 것이다.
어쩌면 내게 찾아온 갱년기는 이론으로만 잘난척 하던 헛똑똑이인 내게 실천을 알려준 고마운 인생의 단계였다고 생각이 든다.







덧글

  • 지나가다 2017/03/17 12:51 # 삭제 답글

    철없을 때는 뭔지도 모르고 엄마 덥대~ 이 정도였는데, 잘 알았으면 가족들이 엄마를 위해 뭔가를 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 나중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남편도 아내의 힘듦을 자식들에게 설명해주고 배려해주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김정수님도 남편분께서 많이 신경써주시는 모습이 보기 좋고, 스스로도 노력하시는 모습도 참 좋네요. 힘내어 이겨시내시길 바라봅니다.
  • 김정수 2017/03/20 09:33 #

    그러셨군요. 저도 경험하기 전까지는 막연했었답니다. ㅡ.ㅡ;;;
    가족들이 관심을 갖아주는 것이 당사자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몰라요.
  • 티슈 2017/03/17 16:35 # 삭제 답글

    저는 자궁에 혹이 있어서 수술했었는데 사후재발방지를 위해 생리억제주사를 6개월간 맞고 지금은 약을 복용하고 있습니다.
    주사효과로 갱년기증상이 올거라고 했었는데 역시나 증상이 발생해서 의사에게 말했더니 약처방을 해줬습니다.
    참지 마시고 병원에 가셔서 처방받으세요.. 아무렇지도 않게 고비를 넘겼습니다.
  • 김정수 2017/03/20 09:35 #

    아이구. 많은 시간 심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힘드셨겠어요.
    잘 견디신 시간들 고생많으셨다고 말씀드리고 싶고, 이런 조언도 해주시니 만감이 교차되실거라 생각이 듭니다.
    이런 덧글들을 읽으면 진심이 느껴져 블러그를 하는 것에 보람을 느낍니다.
    감사합니다.^^
  • 별사탕 2017/03/18 17:15 # 삭제 답글

    많이 힘드시겠어요...
    저도 다가올 일들이라 좀 두렵네요.ㅜ.ㅜ;;
    남편님이 자상하게 챙겨주시고.. 님의 말씀대로
    잘 극복하시리라 믿습니다.
    정수님~ 다 지나갈꺼에요.. 힘내요!
  • 김정수 2017/03/20 09:36 #

    다가올 일들이라 두려우세요? ㅋㅋ 아이고. 괜히 썼나 싶네요.
    너무 걱정마시고 담담히 받아드리시면 됩니다.
    개인차가 있다니 미리 겁 먹을 필요는 없어요.
    제게 맞는 비타민제를 먹고 계속 스트레칭 하니까 많이 증세가 없어졌어요. ^^
  • 2017/03/20 19:2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7/03/21 08:1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댓글 입력 영역



이 이글루를 링크한 사람 (화이트)

745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