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터에서_김훈. 책읽는 방(국내)






사람의 생애는 그 사람과 관련이 없이, 생애 자체의 모든 과정이 스스로 탈진되어야만
끝나는 것 같았다. 그러므로, 사람이 죽어도 그의 한 생애가 끌고 온 사슬이 여전히 길게
이어지면서 살아 있는 사람들을 옥죄이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마차세는 예감했다.
끝이 아닐 수도 있다는 예감은 끝났다는 사실보다 더 절박했다.




본문 中




소설은 주인공 마동수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암 판정을 받은 지 3년만의 죽음이다.
아내 이도순은 비탈길에서 넘어져 고관절에 금이가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고 치매 증상이 있다.
차남 마차세가 군휴가를 나왔지만 하필 여자친구를 만나러 나간 날 혼자서 죽는다.

마동수는 어떤 삶을 살았나. 마동수라고 읽고 나는 아버지라 이해하며 소설 속으로 들어간다.
소설은 마동수의 삶을 바람처럼 가볍게, 그렇지만 소멸되지 않도록 말해주고 있다.

일제강점기때 유년시절을 보낸 마동수는 중국, 만주 등지를 떠돌다가 해방 후 귀국하게 된다.
마동수는 광복 이전부터 전쟁 이후까지 피비린내나는 한국사의 격동기 속에서 간신히 버티며 살았다.
작가의 말처럼 마동수는 아니 우리의 아버지들의 세상은 무섭고, 달아날 수 없는 곳이었다.

만주 벌판에 이어 한국 전쟁 후 폐허가 된 땅에서 연명하는 마동수의 삶은 남루하고, 불쌍했고, 비참했다.
그는 흥남철수를 할때 남편과 찢어진 채 혼자 배를 탄 이도순과 만나 피난지에서 결혼을 하게 된다.
마장세, 마차세 2남을 두었으나, 마동수는 집에 발을 붙이지 못하고 어수선한 세상에서 바람처럼 떠돈다.
이도순은 남편과 젖먹이 딸과 헤어져 피난지 부산으로 홀로 내려오는 과정에서 얻은 정신적 충격으로
요양원에서 말년을 치매 속 기억으로 불쌍히 죽는다.

장남 마장세는 월남전에 파병했다가 현지에서 전역한 뒤에도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미크로네시아
일대에서 현지인과 결혼하고 고철 사업을 한다. 장남은 부모의 눈치를 가장 많이 받고 성장하는 존재다.
마장세는 고단하고 겉돌기만 하는 아버지의 삶과 비루하고 벗어날 수 없는 우울함에 갇혀사는 어머니를
견디기 힘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게 거부했던 한국의 땅에 소환되어 오게되는 마장세의 처지.
그에게 한국은 결코 달아날 수 없는 곳이었다.

차남 마차세는 가장 일반적이고 보통적인 삶을 사는 익숙하게 이해될만한 인물이다.
그런 그에게 부모는 너무나 하찮다.
하지만 검불같이 하찮고 의미없는 존재라 죽어 없어진 아버지 없는 세상은 막막하기만 하다.
마차세는 그런 막막함에 쫒기듯이 결혼을 서두른다.
아내 박상희가, 딸 누니가 그의 거점이 되어 줄거라 생각해 본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1920년대부터 1980년대다.
예전에 엄청난 인기몰이를 했던 '국제시장'영화의 연대기와 유사하고 배경도 겹쳐 이해가 빠르다.
국제시장 영화를 보고 아버지의 인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그것은 폐허 더미에서
일어나 살려고 발버둥쳤던 '아버지라는 가장의 삶'에 대한 묵직한 무게감 때문이었던 것 같다.
지금 내게 그 상황이 벌어진다면 과연 아버지와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책임감과 같은 두려움이었다.

시간이 흘러 이제는 아버지만의 과거 속으로 묻힌 시간들이 되었다.
하지만 그저 묻히기엔 너무나 많은 수의 아버지들의 고통스러웠던 시간들이다. 
그들은 무섭고 달아날 수 없는 곳에서 살아난 분들이다. 우리는 그 기억을 도듬어 안아 줄 의무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형태로 그 아픈 기억들은 이어지게 되있다. 마장세, 마차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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