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차갑게, 미래는 따뜻하게. 일상 얘기들..




남편이 28년간 사용한 카시오 계산기



용희가 군대에서 읽을 책을 사면서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던 내 책을 함께 결재해 줬더군요.ㅎ









요즘은 헌재시계, 특검시계, 대선시계라는 표현이 심심찮게 들립니다.
작년 10월에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국회가 박근혜대통령 탄핵결정을 내린 이후 헌재, 특검, 대선일정이 각자의 시계에
마무리를 해야하는 일정에 맞물려 진행되기 때문이겠죠. 시민들은 어느새 17차 촛불집회를 앞두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번 사태로 대다수의 시민들은 일상과는 거리가 멀다고 느껴졌던 정치가 이렇게 우리들의 일상에 가깝게 있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꼈을 겁니다. 이 불행한 사태에서 얻은 뼈아픈 교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우리에게도 각자의 시계가 째깍째깍 흐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1월, 남편이 지점이동을 하기전에 가지고 온 업무박스안에서 발견한 카시오계산기가 있었습니다. 건전지로 사용하는
28년된 카시오계산기예요. 처음 입사를 하고 산 계산기를 꾸역꾸역 테이프까지 붙여가며 쓰고 있었습니다.
손에 익숙하기도 하고 어느새 정이 들어서, 퇴직할때까지 한번 같이 가보겠다는 남편의 말에 나도 모르게 콧등이 찡해졌습니다.
이 계산기로 수많은 숫자와의 검증이 있었을 것이고, 확신에 차 결재를 했을 테니까요.

짧게짧게 외박휴가를 나오는 용희가 부대에서 공부할 책을 구입하면서 교보문고 온라인 장바구니에 담아뒀던 제 책을
함께 결재해 줬습니다. 적은 군인월급으로 네 책이나 사지 그랬냐고 했더니 돈 쓸일도 없다고 하면서 선물이라고 하더군요. ㅎ
부대생활 틈틈히 9월에 학업복귀를 대비해 준비하는 용희가 참으로 기특합니다.

뜻밖에 책선물이 된 허지웅씨의 '나의 친애하는 적'을 몇 장 바로 덜쳐 봤습니다.
'좋은 어른'이란 글 속에 어느 한 문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의 팔뚝에 새긴 문신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저도 그 뜻이 많이 궁금했었는 데, 책에서 밝혀 주더군요.

'현실주의자가 되자, 하지만 가슴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간직하자'

68혁명 당시 체 게바라가 한 말로써 유명한 글귀지요.
철저한 현실주의자로 상황을 판단하고 행동하되 결코 이루어질 리 없는 뜨거운 무언가를 그 기반에 두고 살자는 뜻입니다.
현실은 결코 낙천적이지 않으며 무한 긍정주의만으로는 살 수 없도록 냉혹합니다.
까먹지 않으려고 굳히 살 위에 써놓은 것이라고 하네요. 대단합니다.

저는 아이들에게나 직원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삶은 결코 낙관적이거나 희망적이지 않다. 이렇게 살기 힘든 세상에서는 '비관적 현실주의자'가 필요하다고요.
비관적 현실주의자는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갖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자신에게 닥친 현실을 근거없이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자세는 필요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냉혹한 현실을 일단 인정하고 그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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