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축의 미학_꽃씨 하나 얻으려고 일 년 그 꽃 보려고 다시 일 년. 엄마가 뽑은 베스트셀러





꿩 소리
귀에
담는
황소 눈에
흰 구름


錦繡山河春日長
금수산하춘일장 - 금수강산의 봄날은 길어



황소는 꿩의 꾸욱꾸욱 대는 소리를 귀에 담고,
그 황소의 큰 눈에는 구름이 떠나고....
(중략)
꿩을 알고, 황소를 알고, 구름을 아는 세대라면 당연히 그런 추억을 떠올릴 것이다.
체험학습이라는 이름 아래 동물원에서 꿩을 관찰하고, 잘 가꿔진 황소 농장을 견학하며 자란 세대는
이 시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꿩 소리를 귀에 담은 황소의 눈에 구름이 떠가는 모습이 비치는 풍경은 그런 인위적인 공간에서는
만나볼 수 없기 때문이다. 자연에서 꿩, 황소, 구름과 더불어 살며 그 모든 것을 내 몸처럼, 내 집처럼 여길 수 있는
사람만이 이 시에 담긴 평화로움과 정겨움을 느낄 수 있다.



본문 中


한글과 한문의 계합(契合) 시집 '꽃씨 하나 얻으려고 일 년 그 꽃 보려고 다시 일 년'은 김일로(1911~1984)시인의
시집 '송산하頌山河'가 원전이다.
시집 속 詩들은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풍광을 담아 내고 있는데, 소리글짜의 진수인 한글과 뜻글자인 한자의 장점이
서로 매치되어 멋진 시집을 탄생시켰다.
읽다보면 한글시와 한시(韓詩)가 이렇게 아름다운 것인지 그 조화로움에 감탄을 하게 된다.

이 책은 김일로 시인이 쓴 한글 시와 그것을 한자로 풀어 적은 한시(韓詩)를 중문학과 교수인 김병기씨가 한시(韓詩)를
다시 한글로 풀이하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엮어 내었다. 한문의 뜻과 음을 표기해주고 덭부쳐 설명까지 해주니
시를 모르는 사람이 읽어도 충분히 쉽게 접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그리하여 비슷하지만 그 느낌을 전혀 다른 한글시와 한시들의 향연에 깊은 애정이 느껴지게 한다.
김일로 시인의 송산하란 시집을 역보(譯輔)하게 된 계기는 역시 마음속의 큰 울림을 받아서 였을 것이다.

그는 표제시로도 쓰인 ‘꽃씨 하나/얻으려고 일 년/그/꽃/보려고/다시 일 년/ 一花難見日常事(일화난견일상사)’를
만나고나서 부터라고 한다. 나 역시 군더더기 없는 시의 울림으로 빠르게 책장을 넘기지 못하게 했다.
자연의 순환성을 중시하자는 환경시로도 적합하고, 인간미를 잃어가는 산업화에 각성을 주지 않는가.
표제시에서 이미 쎈 펀치를 맞고 시작해서 인지 책 속의 시들이 모두가 소중한 보물을 만난 듯 아끼면서 읽게 된다.

나는 김일로시인의 시 중에서,
꿩 소리/귀에/담는/황소 눈에/ 흰 구름/錦繡山河春日長(금수산하춘일장)란 시가 오래 기억에 남는다.
14글자 만으로 풍경이 그려지고 소리가 들리기까지 한다. 흙과 물이 사라진 도시에서 자란 현대인들에게 이 시는
어떻게 읽힐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나는 그런 풍경을 경험하지 못하고 자란 세대지만 그런 시대를 거슬러 상상하며
느리게 가는 삶은 어떨까하는 그리움은 간직하며 살고 싶다. (위 인용문 참조)

한문은 어렵다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쓰고 있는 한글 속에는 이미 한문은 60프로 이상 녹아있다.
그러기에 소리음인 한글과 뜻을 전달하는 한문 조기교육은 필요성이 강조되어야 한다고 생각이 든다.

아름다운 책이다.
쉽게 다 읽었다 책장에 꼽기엔 미안하기까지 하다.
김병기교수의 진심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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