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드디어 보청기를 맞추다. 일상 얘기들..





어머니의 난청증세에 대하여 가장 불편을 느끼는 사람은 며느리인 나일 것이다.
가장 보편적인 일상대화만 가능한 데, 이것도 입모양을 보여드리면서 손동작을 크게 해야 한다.
그러니 진도가 필요한 대화는 에너지가 이만저만 필요한 게 아니다.
어머니의 설득이 필요한 내용으로 소통을 시도하다보면 얼굴이 벌게져서 끝난다.
전달이 되었다 하더라도 어머니의 반대에 부딪치게 되면 이마져도 소용이 없게돼 허탈감이 가중되기 일쑤다.

그동안 보청기 착용에 대하여 지속적인 요청을 드렸음에도 어머니는 지나치다 할정도로 거부감을 강하게 보이셨다.
보청기를 낄 시기가 되면 당장 돌아가실 상태로 인식하시는 것으로 보였다.
어디서 그런 확신을 가지게 되셨을까.. 도대체 이해가 되질 않지만 노인들의 강한 집착과 고집은 이길 방도가 없다.
그런데 이번 명절에 타지에 떨어진 자식들이 어머니 상태가 심각함을 인지하면서 진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모두가 한결같이 '며느리가 힘들겠다' 라는 말들..ㅜ.ㅜ

나는 다른게 걱정이 되는게 아니다.
난청증세에 이명현상이 겹쳐지면서 어머니가 급속도로 우울한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당신의 모든 움직임에는 독백을 하시는 데, 그 행동이 사뭇 무섭기까지 하다.
중얼중얼.. 대답을 해야하나 망설이다 여쭤보면 아무 말씀도 안하셨다고 하시는 것이다.
대화의 단조로움이 반복되고 최근 기억은 흐린데 반해, 옛날 기억은 또렷한 증세가 마치 치매로 발전함이 느껴진다.

어머니의 병간호나 혹시 닥칠 치매에 대한 사후관리는 누구 몫인가.
명절 후, 남편과 나의 꾸준한 노력과 설득으로 마침내 지난 주말 어머니와 보청기를 맞추러 가기에 이르렀다.
장애등급을 받게되면 건강보험혜택을 받을 수도 있지만 병원을 세번이상 모시고 가야하는 번거로움과
간신히 설득한 보청기착용에 변심이 생길까 두려워 간김에 바로 맞추고 돌아왔다.
보청기를 끼더라도 정상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진도는 늦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의 진심이 통했을까.
보청기를 맞추고 돌아온 오후에 햇살이 들어오는 남쪽베란다 창가에 고추를 흥얼거리시며 다듬고 말리셨다.













덧글

  • 신냥 2016/09/26 18:34 # 답글

    고추가 빨갛게 보기 좋습니다~^^
  • 김정수 2016/09/27 08:58 #

    이쁘게 잘 다듬어 말리시더라고요..ㅎ
    집안의 어른이 편안하시니 모두에게 평화가 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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