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아지는 어머니를 보며. 일상 얘기들..




어머니 병명 확진 그리고 자카비.


영외면회 나온 용희를 뜨겁게 안아주시는 어머니



어제, 오전반차를 내고 어머니의 '골수섬유화증' 경과를 보기위해 정기진료차 서울대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약을 복용하신 뒤로는 연로하셔서 생긴 관절염, 소화불량 외에는 특이사항이 없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골수섬유화증'은 혈구생성을 조절하는 JAK 신호전달 이상으로 골수가 굳어져 사망하는 무서운 혈액암 입니다.
섬유화되는 골수는 혈구 생성에 오류를 일으켜 비장비대로 이어 집니다.
자카비라는 약을 복용하기 전의 어머니는 비장이 엄청나게 커져서 임산부처럼 보였었습니다.

어머니의 정기진료는 간단합니다.
한 시간전에 병원에 도착해서 혈액을 체취하고 혈액결과가 나오기까지 한 시간정도 기다린 뒤,
의사선생님의 자카비 처방을 받으면 끝이 납니다. 어머니의 무서운 혈액암에 비하면 간단한 진료죠.
현대의학발전에 제대로 혜택을 보는 분이기도 합니다.

병명확진이 있기까지 어머니의 자녀분들과 친척들의 경쟁하듯 안부를 묻던 관심들이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간 듯한 일상과 정기진료 후 성실하게 진찰결과를 보고하는 며느리를 믿어서인지,
어머니 병환에 관심이 줄어 들고 있습니다.

자카비를 복용한지 어느 새 2년이 지나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병세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짐과 동시에 어머니는 예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보입니다.
제가 듣기 싫어하는 디테일한 잔소리도 다시 시작하셨고, 면회나온 반가운 용희를 먼저 안고 싶어도
저는 늘 2순위로 밀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느끼고 있습니다.
당당한 모습 뒤에 작아지는 어머니 모습을..

골수암은 자카비라는 약으로 버티시고 계시지만 세월과 중력의 무게는 견디기 힘드시다는 것을요.
칠순때 틀니를 해드렸지만 잇몸이 오그라들어 오히려 틀니를 끼고 드시면 잇몸이 벗겨져 고통스러워 하십니다.
당연히 아픈 식사로 인해 식사량이 점점 줄어 들수 밖에 없고, 살이 많이 빠지셨음에도 관절염은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2년 전, 백내장수술을 해드렸는데도 안약을 달고 사십니다. 온 몸이 쇠약해 지신거죠.
손잡고 병원에 가면서 매번 소리없이 발견하는 어머니의 작은 몸집에 가슴이 아픕니다.

어느 날 어머니방을 청소하다가 자카비약 박스를 다 드셨음에도 버리지 않아 의야해 여쭤보니,
'내가 이 약을 얼마나 먹고 죽을지 세 보고 있다.' 라고 하시더군요.
쌓여가는 약상자와 쇠약해져가는 당신의 건강상태를 느끼면서 어머니는 우리와의 이별의 시간을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하루하루를 마지막처럼 살고 계셨습니다.

약상자를 세고 있는 풀죽은 어머니의 뒷모습을 보기가 힘들어 서둘러 방을 나왔습니다.
어느 한 사람도 죽어 마땅한 나이대는 없을 것입니다.
이별의 순간은 찰나일테고 나는 아마도 생전에 마음 속으로 미워했던 감정들 때문에 괴로워할 것을 예상합니다.
골수암으로 이별하지 않은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나도 어머니와 같이 이별의 시간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그 시간이 연장될 수록 나는 참 감사할 것입니다.




덧글

  • 2016/09/09 16:0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6/09/12 09:0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이주연 2016/10/18 17:01 # 삭제 답글

    부장님, 잘지내시죠?
    부장님 글 읽다가 저도 눈물이...
    언제한번 얼굴뵈어요..
  • 김정수 2016/10/19 09:32 #

    잊지않고 찾아주는 네가 더 고맙구나. ㅎ
    페이스북을 통해 나도 네 소식 잘 보고 있어. 다이어트 잘 되는지..
    이쁜 모습으로 완성(?)되길 바라고 놀러오렴. 맛있는 거 사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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