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산泰山이 아무리 높다고 해도 그 시작은 먼지 알갱이들의 결합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논리를 적용하면 거대한 행성조차 수많은 먼지로 형성된 것이 되죠. 태산이나 행성을
쪼개나간다고 생각해봅시다. 쪼개고, 쪼개고, 또 쪼개다 보면, 결국 한 알갱이의 먼지가 남겠죠.
먼지는 무한無限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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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닫는다는 건 '만물에 대한 자각' 입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나름대로의 필요성이 있음을
아는 것, 불필요한 존재는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아는 깨달음입니다. 과학이 위험한 것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요소'를 뽑아서 쓰도록 한다는 데 있어요. 꼭 필요한 것만 뽑아서 쓴다는 건 마치 자루 없이
칼날만 쓰는 것과 같습니다. 뭔가를 자르는 건 날이지만, 자루가 없다면 손을 다치기 십상이죠.
칼이라고 하면 날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날과 자루가 함께 있는 걸 칼이라고 하죠.
유용한 것이 날이니까 날만 있으면 된다고 가르치는 게 과학적 사고방식이 만들어낸 오류입니다.
본문 中
이외수작가는 일찍이 수련을 통해 불교와 도교, 영적인 사상을 경험하고 공부해 마음수련을 행한 분으로 유명하다.
그런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이외수작가와 하창수씨의 대담집인 '먼지에서 우주까지'란 이 책에는 그동안
단편적으로 보여줬던 마음수련의 완결편을 속시원하게 꺼내 담아내고 있다.
물질 중심의 현실에서 삶의 신비와 근원을 찾는 두 사람의 대담은 책을 읽다보면 미스터리하기까지 한데,
기존의 이해방법을 버리고 일단 무조건 받아드리기로 생각하고 읽기 시작하는 마음이 먼저 필요할 듯 했다.
그러니까 이번 대담집은 우리가 이성적으로 받아드렸던 과학적, 사실적 근거에서 벗어나 인간본연의 성찰과
수행방법에 대한 관점등이 수록되어 있다. 즉 깨달음으로 가는 소통법이랄까.
도(道)와 선도(仙道), 신비주의와 영성, 채널링 현상과 본성, 구도와 깨달음, 초능력, 윤회, 기적등등..
현실에서 쉽게 범접해 다루지 못할 이야기들이 너무 한꺼번에 다루고 있다는 사실에 읽으면서 살짝 버겁다는
느낌마져 들었지만 굉장히 흥미로운 경험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특히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처럼 이외수씨만의 현실에 대한 해석을 다루고 있는 '이외수의 신비어 사전'
은 책을 다 읽고나서 정리하듯 다시 음미하면 그의 정신적 사상을 받아드리기에 충분할 듯 싶다.
여러 사전 중 '죽음'에 대한 내용은 이 책을 통틀어 대표되는 그가 말하고자하는 소통의 단어라 생각한다.
(아래 인용문 참조)
죽음
인간은 물질적 요소와 정신적 요소와 영적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죽음이 도래하면 물질적 요소는 활동을 멈춘다. 그러나 정신적 요소와 영적 요소는 활동을 멈추지 않는다.
죽음은 소멸이 아니라 탄생이다. 삶의 종식이 아니라 또 다른 삶으로의 연장이다. 차원이동, 지금까지 영위하던
시공에서 다른 시공으로 이동하는 일이다. 지구에서 빌렸던 물질적 요소는 지구에 반납하고 우주로부터 빌렸던
정신과 영혼의 요소만 간직한 채 비물질적 세계로 떠나는 일이다. 육신을 가진 존재로서 겪어야 했던 일체의
고통과 번뇌와 근심과 슬픔에서 해방된다. 중력이 있는 자아에서 중력이 없는 자아로 변환된다.
3차원적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자유로움도 누리게 된다.
사람이 죽고나면 그 정신은 어찌될까. 어른이 된 후에는 오히려 잊고 살았던 질문이다.
누구하나 확실하게 증명된 사실이 없기에 그의 신비체험이 삶의 성찰을 향해 가는 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런 궁금증이 그의 사전으로 해결되었다는 느낌도 강하게 온다.
그래서 달친구와 소통했다는 '채널링'체험은 그래서 더욱 호기심으로 가득차게 한다.
하지만 결국 두 사람의 삶의 깨달음에 대한 대화는 많은 부문 신기한 체험과 함께 하지만 사실여부를 증명하는
것보다 그 의미를 밝히는 작업에 비중을 두고 있다. 그 의미의 시작을 이외수작가는 '먼지'로 시작한다.
먼지는 쌓였을 때 닦아 없애야 할 존재에 불과하지만, 깨달음의 단계에서 먼지는 우리에게 '무한'을 가르쳐주는
훌륭한 스승이 된다는 뜻이다. 어찌보면 하찮다고 취급했던 먼지에서 인생의 의미를 밝히는 자유롭고 깨어있는
'먼지 행복론'이 아닐 수 없다.
아무튼 이 책의 시작은 열린마음이다.

덧글
정수님 잘지내시나요? 항상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인간의 인생은 완성형이 아닙니다. 언제나 시행착오이고 현재진행형입니다.
그렇다 보니 세상일이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찬 시장바닥처럼 시끄럽고 짜증이 나지요.
마음공부도 인생처럼 완성되지 않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도 깨달은 이후로도 돌아가실 때까지 계속 마음수행하셨을겁니다.
사실 스스로 깨달아 모든 것이 자명하니 마음공부이 완성되었다고 하다면 그 사람은 오만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외수님이 말씀하신 사고방식은 자본주의 사고방식입니다.
자본주의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이익을 추구합니다.
당연히 손잡이도 빼고 칼집도 빼고 칼날만 보고 잡으려고 하는거죠.
과학은 칼날도 칼집도 손잡이도 왜 필요한지? 어떻게 쓰려고 하는지? 모두 다 보려고 합니다. 그것이 눈치없고 미련하게 따지고 따지는 방식이라도 말이지요.
근데 과학하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아주 많이.
그래서 자본주의에 아쉬운 소리도 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자본주의 입맛대로 먼가 보여주기라도 해야하고 그렇지요.
늘 애정어린 방문과 덧글로 힘이 납니다. ^^
덧글을 읽어보니 제가 독서록을 제대로 정리를 못한 것 같네요. ㅡ.ㅡ;;
이외수작가님은 과학을 등지라고 말씀하시지도, 자본주의 찬양한다는 의미로 말씀하신게 아니세요.
현대사회가 너무나 물질만능주의와 똑똑한 사람들이 잘사는 사회로 변한(이외수작가님은 착한마음씨를 가진 사람이
우대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세요) 것에 대한 지적을 하시고 계시고요.
그런 의미로 제가 본문내용에 대한 공감을 받았고 옮긴 것이랍니다.
읽다보니 푸른미르님이 읽으시면 명상에 도움이 될 것같아 추천드린것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