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의 소설가_무라카미 하루키. 책읽는 방(국외)








소설을 쓴다는 작업에 관해서 말한다면 나는 하루에 다섯 시간쯤 책상을 마주하고 상당히 강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 마음의 강함은-적어도 그 많은 부분은, 이라는 말인데 - 내 안에 천성적으로
갖춰진 것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획득한 것입니다.
나는 자신을 의식적으로 훈련시킴으로써 그것을 몸에 배게 할 수 있습니다. 좀 더 말하자면,
만일 그럴 마음만 먹는다면 그것은 '간단히'까지는 아니더라도 노력 여하에 따라 누구라도
어느 정도는 몸에 베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그 강함이란 신체적 강함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타인과 비교하거나 경쟁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지금 상태를 최선의 모양새로 유지하기 위한
강함을 말합니다.


본문 中


직업으로써 소설가로 35년을 지내고 있는 하루키씨가 소설가로써 지내오며 느꼈던 '직업관'을 총정리했다.
이 책에서는 그가 소설가로 첫 발걸음을 띄게 된 사연들과 본격적인 작가로써의 시작을 위해 잘나가던 가게를
접은 이야기. 그리고 본격적인 소설을 쓰기 위해 자기관리하는 방법 등, 글을 쓰는 과정(초고서부터 탈고까지)을
완벽하게 그만의 객관적 자세로 서술해 가고 있다.
읽다보면 그의 성품이 느껴지고 그 성품이 소설에도 그대로 녹아 있음을 알게된다.
그리고 소설가를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아니 활자중독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작가의 꿈을 꾸었을 텐데,
그런 의미에서 이번 그의 에세이집은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 든다.

무라카미 하루키씨는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소설가 중에 한 명이다. 습관적으로나 적극적으로 문예 서적을
읽는 독자라면(책을 읽지 말라고 해도 어떤 형태로든 읽을 부류들) 그의 소설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기 때문이다. 어차피 독자인구는 한정되어 있다. 소설가로써 35년차라니 대단하지 않는가.
수많은 신예작가들이 한 해에도 등단을 시도하지만 소리없이 사라지는 시대에 35년을 변함없이 소설가라는
직업으로 꾸준히 책을 낸다니 정말 놀랄만한 일이다.

하루키씨가 왕성하게 글을 쓰는 힘은 여러 에세이집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그 원동력은 자기관리다.
차분하게 엉덩이 붙이고 글을 쓰는 작가의 모습을 상상하는 독자들로는 상상이 되지 않게 그는 마라톤을
즐긴다. 하지만 그의 작가로써의 원동력인 체력관리는 후천적으로 길들여진 것이라 한다. 그것도 의식적으로
훈련함으로써 얻어진 것이라는 점이다. (인용문 참조) 그는 학창시절 운동을 정말 싫어했다.
8회에 '학교에 대해서'라는 부분을 읽으면 인간적인 접근이 가능해질 것이다.

본론으로 들어가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는 한마디로 오래가는 '소설가'가 되기까지 노하우가 담겨있다.
내가 제일 인상깊었던 대목은 2회 '소설가가 된 무렵'이란 목차부분이었다.
그것은 하루키씨를 내가 좋아하게 된 경위(아마 독자들도 큰 발견일 듯)를 찾게 되서다.
그의 문체는 짧은 문장을 자연스럽게 잘 조합하는 능력과 번거롭게 꼬지않는 솔직한 표현들이 매력이다.
그러면서도 감정이 담기지 않은 묘사와 뭔가 감춰둔 듯한 수수께끼같은 분위기가 책 속에 빠져들게 만든다.

그런데 그 매력적인 문체의 시스템은 번역의 힘이 반영된 덕이었다.
이번에 한강씨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을 수상해 큰 화제가 된 것을 기억한다. 한강씨의 소설이 훌륭한
이유도 있었지만 '데보라 스미스'씨의 번역의 공도 무시못할 힘이라 생각할 것이다.
하루키씨는 아고타 크리스토프라(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는 작가도 자신과 비슷한 문체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더듬어 생각하니 그의 소설을 읽고 소름끼치는 감동의 여운이 떠올랐다. (아래 인용문 참조)


나라는 시스템 안에는 일본어의 다양한 언어나 다양한 표현이 콘덴츠로 빽빽이 채워져 있습니다.
그래서 내 안에 있는 감정이나 정경을 문장화하려고 하면 그런 콘덴츠가 바쁘게 오고 가면서
시스템 안에서 충돌을 일으키는 일이 있습니다. 그런데 외국어로 문장을 쓰려고 하면 단어나 표현이
제한되는 만큼 그런 일이 없습니다. 그리고 내가 그때 발견한 것은 설령 언어나 표현의 수가 한정적이어도
그걸 효과적으로 조합해내면 그 콤비네이션을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 감정 표현, 의사 표현은 제법
멋지게 나온다는 것이었습니다. 요컨데 '괜히 어려운 말을 늘어놓지 않아도 된다' '사람들이 감탄할 만한
아름다운 표현을 굳이 쓰지 않아도 된다' 라는 것입니다.



예상하는 것처럼 그의 소설은 쉽게 탄생되지 않았다.
하루 다섯 시간의 작업이 있지만 퇴고까지는 맘에 안드는 편집자의 충고까지 최종적으로 거쳐야 완성된다.
그 감정적인 조율까지 마지막으로 통과되야 책이 출간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과정은 당연한 코스라 생각이
들었다. 정작 내가 이 책을 읽고 즐거웠던 것은 그의 소설이 선천적이 아닌 후천적 노력으로 완성된 것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에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씨의 성품을 제대로 발견할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렇게 정신적으로 건강한 소설가가 끝까지 우리곁에 남아 있을거라 생각하니 참 다행이다.






덧글

  • 푸른미르 2016/06/10 12:15 # 삭제 답글

    굳이 소설가는 아니라도 사회생활하는데 자기관리는 필요하죠.
    자기관리의 기초는 철저히 자기 자신을 의식하는 연습입니다.

    그래서 제가 수행하는 명상법도 자아를 중시합니다.
  • 김정수 2016/06/10 15:23 #

    그렇군요. 명상법도 철저한 자기관리가 필수가 되겠네요.
    정진하시는 느낌을 받습니다. ^^
  • 따뜻한 허스키 2016/06/10 18:57 # 답글

    오오!! 좋은 책이네요! 읽어보겠습니다!!
  • 김정수 2016/06/13 08:28 #

    반갑게 호응해주시니 기쁘네요.
    집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읽기를 추천드립니다.^^
  • 이너플라잇 2016/06/11 02:00 # 답글

    맞아요! 하루키씨의 문체!
    얼마나 간결한지..군더더기 없이 평범한듯
    빨려들어가는 진솔함! 그게 매력이었죠!!!
    마라톤이 얼마나 체력을 길러주었겠는지!!
  • 김정수 2016/06/13 08:31 #

    그의 문체는 깔끔하죠? ㅎ
    이너님이 아고타 크리스토프에 책을 선물해주셔서 좋은 책을 만났고 하루키가 이번책에서 언급하니 반갑더라고요.
    어느 책에서 읽으니 뭐든 삼위일체가 되어야 빛을 발한다고 하더라고요.
    건강한 체력과 풍부한 독서량과 집필능력이 모여져서 이런분이 오래동안
    집필하는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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