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음식레시피_황석영의 밥도둑. 책읽는 방(국내)









내가 잃어버렸다고 하는 것은, 지금은 먹을 수 없다거나 만들 수가 없다는 말은 물론 아니다.
그때의 맛이 되살아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사람이 변했든지 세월이 변했든지 했을 터이기에.




본문 中



이 책은 황석영씨가 잃어버린 추억의 음식이야기를 담아낸 에세이집이다.
황석영씨처럼 다양한 인생을 살아본 작가도 드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그의 다양한 인생안에는
다양한 음식이야기가 작가다운 셈세한 기억과 함께 숨어 있다.

고교시절 자퇴로 인해 절에 들어가 절밥도 먹어보고, 방북하여 김일성 주석을 만나 이북음식을 먹기도 한다.
군과 감옥에서 스스로 개척한 음식을 맛본다. 어떻게든 사람은 살게 되어 있다.
또한 방북사건으로 인해 독일로 망명되어 낯선 타지의 음식을 맛보기도 한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그의 유년시절 첫사랑과 가족과의 부딪김 속에서 맛 본 음식의 추억도 함께 담아내고 있다.
아무튼 70십이 넘은 독자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음식과 함께 추억 속으로 여행을 떠나기에 충분할 것이다.

사람에게 있어 결국 음식의 종점은 유년시절로 돌아가지 아닐까 싶다.
아무리 새로운 레시피의 요리가 선보여 입맛을 유혹해도 결국 처음 맛본 첫사랑 음식은 잊을 수가 없는 것 같다.
그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저자의 기억에도 없는 '노티'를 찾은 것도 그 까닭이라 생각한다.
그는 어머니의 마지막 음식소망을 들어드리지 못한걸 한스러워 하고 막내이모를 통해 노티의 추억을 찾아낸다.
재래식 노티 레시피도 설명해주고 있다. (아래 인용문 참조)


요즈음은 그때처럼 구수한 기장쌀을 구하기 힘들 테지만 어쨌거나 찰기장을 빻아다 시루에 찐다.
엿기름가루에 물을 내려 우려낸다. 익은 기장쌀가루와 엿기름가루를 섞고는 우려낸 엿기름물을 붓고, 소금 간을 하고
참기름 넣어서 반죽을 한다. 반죽을 아랫목에 한두 시간 덮어두어 삭힌 다음에 손바닥만한 크기로 만들어 약한 불에
지져낸다. 이것을 식혀서 꿀에 잰 것을 항아리에 차곡차곡 넣어 장독대에 내다 놓고 먹는다.


'노티'의 재현이 불가능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의 그 맛이 되살아나진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음식의 추억에는 음식 하나의 존재보다 그와 어울리는 상황, 이미지, 관계가 함께하기 때문이다.

또 음식이야기는 잘나가던 시절보다는 어려운 날에 더욱 깊어지고 정다워지는 것 같다.
체험의 깊이가 함께 하기 때문인데, 시간이 흐른 뒤 우연히 그때의 음식을 만나게 되면 덜컥 음식 한 수저에
눈물이 떨어지기도 하고 목이 메이기도 하는 것이다.
그것은 함께 했던 사람들은 이제 사라지고 없거나 자신의 늙었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순간이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음식의 고향의 원천은 나일 것이다.
내 아이들이 언젠가 결혼 후, 중년이 된 이후에 그리운 음식을 찾으러 날 찾아올 생각을 하니 가슴 한켠이
뜨끈한 감동이 차오른다. 식구들과 아이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많이 해줘야 겠다는 생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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